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 Nov 23. 2024

해리포터 그 자체인 도시

에든버러, 스코틀랜드

런던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만에 도착한 에든버러. 에든버러에 온 이유는 간단했다. J.K롤링이 해리포터를 탄생시킨 곳이기 때문에 도시의 분위기가 궁금했다.


에든버러는 런던보다 더 채도가 빠져있고, 바람의 도시라는 별칭답게 찬 바람이 불었다. 마치 디멘터가 나올 것 같은 음침한 느낌의 에든버러. 런던과 에든버러는 닮은 듯 보였지만, 달랐다. 빠진 채도를 불빛이 조금이나마 메워주던 런던과 다르게 에든버러에서는 불빛조차 따뜻하지 않았다. 먹구름이 잔뜩 낀 흐린 하늘과 어두운 색감의 건물들 탓에 차가움만 느껴지는 도시. 그래서일까. 해리포터 그 자체로 느껴졌던 에든버러다.


여행은 날씨가 반이라지만, 날이 흐리고 비가 자주 오는 겨울이었기 때문에 영국을 여행하기에 좋은 계절은 아니다. 특히 영국보다 조금 더 위에 있는 스코틀랜드는 더더욱 피해야 할 여행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든버러에 왔다. 해리포터 때문이기도 했지만, 차갑고 시린 계절을 겪어야 도시의 진짜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에든버러의 건물은 높고 크다. 크고 웅장한 건물들 사이를 걸을 때면 내 어깨에 건물이 짊어져 있는 것도 아닌데 무거웠다. 거칠고 억센 느낌이 자꾸 들었고, 건물들에 압도당해 자꾸만 위축됐다.


차가움에 위축되면서도 에든버러에 온 목적은 잃지 않았다. 해리포터에서 마법용품을 파는 상점가인 다이애건 앨리의 모티브가 된 빅토리아 스트리트로 향했다. 실제로도 빈티지하고 기발한 상점들이 경사진 굽은 길을 따라 늘어서있었다. 마법 빗자루와 지팡이를 판매하는 기념품 가게도 있었고, 망토와 해그위드 인형, 개구리 초콜릿 등 다양한 소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해리포터가 탄생하기 전부터 예쁜 소품샵으로 유명했던 거리라고 한다.


거리 구석구석을 돌아보는데 가게와 가게 사이에 좁고 어두운 길이 눈에 들어왔다.


'녹턴앨리로 연결되는 길인가?'


녹턴앨리는 다이애건 앨리 옆에 있는 어둠의 마법 거리로, 좁고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풍긴다. J.K롤링이 이곳에서 해리포터 문장을 생각하고 써 내려갔을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에든버러의 흐린 하늘과 하얀 종이 위에서 또 하나의 세계를 빚어낸 J.K롤링은 엄청난 상상력을 자랑하는 작가가 틀림없다.

무명의 가난한 작가가 무수한 원고 투고와 거절 끝에 극적으로 한 출판사를 만나 세계를 매혹시키는 작품을 탄생시키고 엄청난 명성과 부를 얻은 J.K롤링의 일화는 유명하다. 무명작가 J.K롤링에게 따뜻한 커피를 내어주고 응원해 준 카페가 있다.


해리포터를 집필한 카페로 유명한 카페

'엘리펀트 하우스'


J.K롤링이 앉은자리에 앉기 위해 오픈런을 택했다. 런던 해리포터스튜디오에서 구매한 슬리데린 망토를 입고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오픈과 동시에 나는 J.K롤링이 앉은자리에 착석해 찬찬히 카페 안팎을 둘러봤다. 에든버러 성이 보이는 자리. 호그와트의 모티브가 된 성이다. 해리와 친구들이 호그와트를 갈 때 바라보던 이미지가 그대로 창문 밖에 펼쳐졌다.


역시 에든버러는 해리포터가 탄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도시다.


이전 01화 덕후의, 덕후에 의한, 덕후를 위한 도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