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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자꾸 비교하면서 작아질까?

진짜 경쟁 상대는 타인이 아니라, 어제의 나다

by 언어프로듀서


“ ‘언니’ 그런 사람 아니잖아?”

“응? 원래는 어떤 사람이었는데?”

“내일이 시험이라도 침대에 엎드려 자던 사람.”

연년생 여동생은 어릴 적부터 늘 나와 함께였다. 동생은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는 우등생, 나는 특별한 재능이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동생 눈엔 시험을 앞두고 태평하게 잠을 자는 언니가 신기했을 것이다. 공부 그까짓 거 좀 못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던 언니. 그게 동생이 기억하는 나였다.

그런 언니가 마흔이 넘어 읽고 쓰기에 빠져 있으니 동생 입장에서 낯설 수밖에.

살면서 처음으로 욕심나는 일이 생겼다. 나조차도 스스로를 매사에 시큰둥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을 뿐이었다. 읽고 쓰는 일이 이토록 재미나고 즐거운 줄은 몰랐다. 좋아하는 일을 찾자 간절함이 생겼다.

‘작가가 되고 싶다.’

삶의 관심사가 바뀌니 주변 사람도 달라졌다. 그들을 만나 소통하다 보니 그들의 독서력, 필력이 부러웠다. 글과 삶이 하나인 사람들. 그들은 이미 내가 닿고 싶은 곳, 작가의 자리에 한 발 더 가까이 있었다.

나도 빨리 성장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남들보다 잘 쓰고 싶고, 남들보다 빨리 성장하고 싶었다. 조급함이 밀려왔다. 내가 가는 길은 앞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같았고, 나보다 앞선 사람이 가는 길은 밝고 환하게만 보여서 나도 모르게 그들과 비교하기 시작했다. 질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배가 아파 잠 못 이루는 날이 늘었다.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친구가 브런치 작가가 됐다고 했다. 그때 나는 이미 브런치 작가에 세 번 도전했고 세 번 떨어졌다. 도전할 마음을 접고 브런치 앱을 삭제한 상태였다.

그런데 친구는 블로그 서평을 긁어 올렸을 뿐인데 합격했다는 거다. 마음 한구석이 씁쓸했던 건 지울 수 없었지만, 친구가 나보다 글을 잘 쓴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적당한 질투와 시기는 삶의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마음이 지나치니 마음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지?’

‘저 사람은 타고난 재능이 있잖아. 나는 아무것도 없어.’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비교와 질투가 나를 지치게 했다. 의지와 열정은 시도조차 하기 전에 꺾였다.

그때 김종원 작가님 책 <1일 1페이지 인문학 여행 한국편>에서 엄홍길 대장 이야기를 읽었다.

엄홍길 대장은 1988년 에베레스트 등정 후, 2001년 히말라야 8000미터 급 14개 봉우리 완등(한국에서 2번째, 세계에서 9번째)에 성공했다. 또 8000미터 급 얄룽캉과 로체샤르까지 더해 16좌 등정에 성공한 최초의 인물이다.


엄홍길 대장의 산악 등정도 대단했지만, 단순히 그가 이뤄낸 성공에 감동한 것은 아니었다. 그 성공을 가능하게 한 힘의 근원에 가슴이 뛰었다. 그는 항상 자신과의 싸움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의 좌우명은 “자승최강(自勝最强, 자신을 이기는 자가 가장 강하다)”이다.

그 문장을 보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타인과의 비교로 흔들리던 내 마음을 단칼에 베어낸 한 줄이었다. 그 말을 바로 메모했다가 컴퓨터 모니터 앞에 붙였다.


그리고 매일 아침 글을 쓰기 전에 조용히 되뇌었다.

‘비교하지 말자. 나부터 이기자. 나를 넘어서야 타인도 넘을 수 있다.’


그 당시 하루 한 페이지씩 책을 읽고 문장을 요약하고 키워드를 뽑아내는 루틴을 이어가고 있었다. 처음엔 ‘오늘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하는 유혹이 수없이 밀려왔다. 하지만 모니터 앞 ‘자승최강‘을 보며 버텼다. 명절과 공휴일의 예외 없이, 몸이 아프거나 집에 일이 있어도 365일을 채웠다.


365일째, 깨달았다.

'나도 해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그 이후로는 매일 필사하고 매일 블로그를 쓰는 일이 더 이상 어렵지 않았다.

한 번 나를 이겨본 사람은 언제든 자신을 넘어설 수 있다.


그렇게 2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매일 아침 ‘자승최강’을 떠올린다. 그 한 문장이 나의 좌우명이자 삶의 철학이 되었다.

자승최강을 마음에 새기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단연 ‘비교’였다. 세상에 나를 제외하곤 비교할 대상이 사라졌다.


나 자신을 이겨본 사람들은 안다.

세상에 가장 어려운 싸움은 게으르고 나태한 나를 이겨내는 일이라는 걸.

‘오늘은 피곤하니까 자고 내일부터 뛸 거야.’

‘치킨 한 조각쯤 괜찮잖아?’

‘조금만 더 있다가 저녁에 해야지.’


이런 타협들이 쌓여 수없이 멈춰왔다. 하지만 스스로를 이기는 쪽을 택했더니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타인과의 비교 대신 어제의 나를 기준으로 삼게 되었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으니 그들의 성장과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나보다 잘난 사람은 질투의 대상이 아니라, 배움의 스승이 되었다.

‘어쩌면 저 사람은 나보다 조금 더 오래 버틴 사람일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니 타인의 길이 부럽지 않았다. 그저 나의 길을 묵묵히 걸을 뿐이다.

이제는 안다.

진짜 경쟁은 타인이 아니라 어제의 나라는 것을.

힘들 때마다 되뇌인다.

“나를 이기는 자가 가장 강하다.”

오늘의 나를 이겨내다 보면 어느새 어제보다 단단해진 나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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