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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리카노 Feb 26. 2020

아이가 밥 먹다 물컵을 쏟았을 때 생기는 일

부부의 육아관

부부의 육아관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일관적이라면 그것은 행운입니다.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자면, 일관성 있는 부모의 기준과 태도로 아이의 마음이 안정되고 건강한 인격이 형성될 수 있다고 하자나요.

부부간의 사소한 차이(치약 짜는 법? 화장실 사용법?)도 좁히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세상 심오한 “육아관”을 일관성 있게 조정해가는 것은 아무리 살가운 부부사이라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며칠 전,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있었어요.

여느때와 같이 아이는 좀처럼 차분히 앉아서 식사에 집중하지 못하죠.

식탁 위의 자동차들과 이리저리 대화를 하며 구조활동 놀이를 해가며 식사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식사 습관에 있어 관대한 편입니다. 우리도 밥 먹으면서 스마트폰도 보고 책도 보고 다 하지 않습니까?

우리도 밥 먹는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지루하니까요. 애들도 밥 먹는게 때로는 지루하고 더 놀고 싶은데 가만히 밥 먹으라니 엄청 싫은 겁니다. 아이니까 더 그렇구요.)

그러던 중, 어쩌다 보니 아이의 근처에 세워져있던 물컵을 쏟아 물이 한가득 쏟아져 식탁 위를 덮어 바닥까지 흘러내렸지요.

그 순간, 나는 우리 부부의 대응이 너무나도 비슷해서 사실 재밌었어요.

너무너무 사소한 일이지만... 마치  3자가   남편의 반응과  반응을 보며 내심 내가  딸에게 좋은 아빠를 선물해주었구나 하며 흐뭇했습니다.
  
반대편에 앉아있던 우리 부부는 서로 미리 짠 것처럼, 아무런 반응도 없이 밥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아이와 함께 열심히 엎어진 물을 닦았어요.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후, 우리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아이가 위축되지 않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 해 주었지요.

속으로 나는 되려 “아이가 식사하는 근처에 커다란 물컵을 둔 내 잘못이군” 이라며 자책했네요.

내가 자란 환경은 “너는 왜이리 덜렁대니” “장난치더니 너 그럴 줄 알았어. 조심하라고 했지” 등의 반응이 많았던 기억입니다.

물론 우리 엄마아빠가 들으면 억울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내 기억 속의 나는 덜렁대는 아이라는 꼬리표 같은게 늘 붙어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아무말 않고 조용히 함께 식탁을 닦아 주는 남편의 모습이 너무 온화하고 자상해보여 따뜻했습니다.


내가 만약에 다른 스타일의 남편을 만났다면 어땠을까요?

아이에게 짜증내고 화내는 아빠였다면 나는 덜렁거린다고 위축되던 내 모습이 떠올라 많이 아팠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에게 많이 미안해했겠지요.
온화한 남편에게 많은 것을 배웁니다.

청결/깔끔 남편과 나의 육아관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할 때도 있지만, 이것만은 우리 두사람은 분명한 것 같아요.


어린 시절의 “실수”에 대해서 우리는 너그러워지자...
실수를 적게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도와주자...
실수와 고의적인 악한 행동에 대해서 분명히 옳고 그름을 알려주자.....


부부 평생의 여정이자 레거시, 육아.

아이가 건강히 행복하게 자라서, 사회에 부모에게 받은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길 기도하며.... 듬뿍듬뿍 지극정성 사랑하며 키우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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