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과삶 Mar 30. 2019

마음이 따뜻해지는
존 버닝햄 그림책 후기

그림책 읽으며 상상하기, 그림책테라피

존 버닝햄이 어떤 작가인지 모른 채 역삼푸른솔도서관 그림책다방 모임에 다녀왔다. 이번 모임은 최근 그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했다. 그의 책은 국내에서만 백만 부 이상 책이 팔렸고, 애독자도 많다고 한다.


그의 책을 10여 권 읽고 느낌을 나누었다. 그림책을 두 번 씩 읽었는데 그림을 먼저 보고 상상을 한 후, 글과 함께 그림을 보았다. 림을 보며 상상하는 것, 그림책을 읽는 특권이다. 존 버닝햄의 그림은 친숙하고 따뜻하다. 쉽게 그린 것 같기도 하고, 생략도 많다. 아이의 시선으로 그린, 현실을 능가하는 대가의 그림이다. 그의 책에는 동물이 많이 나온다. 버림받고 사랑받지 못하는 주인공이 많다. 소외되고 괴롭힘을 당하지만, 자신은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되거나 자신을 알아주는 친구를 만난다. 그런 우정과 사랑을 보답하려고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도 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 데려다놓아도 친구들하고 어울리지 않고 무심한 얼굴로 자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아이였고, 청년 시절에는 병역을 기피하면서까지 세상의 소란으로부터 완강히 자신을 지키는 좀 독특한 성향의 사람이었다. 미술공부를 했던 런던의 센트럴 스쿨 오브 아트에서 헬린 옥슨버리를 만나 1964년 결혼하게 되었다. 헬린 옥슨버리도 남편의 영향을 받아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해서, 뛰어난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의 한 사람이 되었다.

버닝햄은 쉽고 반복적인 어휘를 많이 사용했으며, 어린이가 그린 그림처럼 의도적으로 결핍된 부분을 남기는 화풍이 독특했다. 그는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 찰스 키핑과 더불어 영국 3대 일러스트레이터의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간결한 글과 자유로운 그림으로 심오한 주제를 표현하기로 유명하며, 어린이의 세계를 잘 이해하고 상상력과 유머 감각이 뛰어나, 세계 각국의 독자에게 사랑받는 그림책 작가이다. 1964년 첫 그림책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받았고, 1970년에 펴낸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로 같은 상을 한 차례 더 수상했다. 꾸밈없는 글과 자유로운 화풍, 누구보다 어린이의 마음을 알아주는 상상력으로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 왔던 그는 2019년 1월 4일,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 YES24 저자 소개에서 발췌 


도서관장님에 의하면, 버닝행은 "5살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려 헸고, 시력을 잃지 않고, 건강하게 작품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고 한다. 나 역시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예전엔 죽을 때 까지 건강하게 일하는 게 꿈이었는데 이제는 그 일이 글쓰기가 되었다. 전 세계 독자에게 사랑받지는 못할지라도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작가가 되길 꿈꾸어 본다.


아래는 모임에서 읽은 존 버닝햄의 그림책이다. 가급적 시대순으로 정렬해 보려 했으나 원작의 시기를 잘 알 수 없어 짐작으로 정리했다. 일부 코멘트는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다.


《깃털없는 기러기 보르카》존 버닝햄 글그림 추천*****

1963년 케이트 그린어웨이 메달 수상작

존 버닝햄의 초기 작품.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이야기. 색감이 기존의 그림책과 다르게 화려하다. 깃털이 없다는 이유로 그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던 보르카는 결국 자신을 알아주는 기러기를 영국의 큐 가든에서 만난다. 남들과 다른 것은 잘못이 아니다.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달라서 내 존재 자체를 인정해 주는 그 누군가는 세상에 있다. 독특한 성향의 존 버닝햄이 마치 런던의 센트럴 스쿨 오브 아트에서 헬린 옥슨버리를 만난 이야기다.

"큐 가든에 있는 기러기들은 깃털 없는 보르카를 보고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존 버닝햄 글그림 추천*****

1970년 케이트 그린어웨이 메달 수상작

검피 아저씨는 존 버닝햄의 자화상이다. 흑백장면은 과거 혹은 기존 어른의 모습이다. 어른은 아이에게 늘 하지 말라고 한다. 반면 오른편의 컬러장면은 현실 혹은 아이 본연의 모습이다. 과연 아이의 본성을 막으며 못하게 하는 게 맞는가? 그래봤자 물에 빠질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른은 너무 걱정이 많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서 온전한 자신의 모습으로 차를 마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른들이 읽으면서 성찰해야 하는 어른 교육서다.


《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존 버닝햄 글그림 추천*****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짝이 되는 책, 비슷한 내용

저마다 자신의 개성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살자. 이왕 젖은 것 물에서 첨벙첨벙 놀아도 좋다. 뱃놀이는 함께 배를 타고 가는 여정이라면 드라이브는 차를 타고 가는 여정이다.


《줄다리기》존 버닝햄 글그림 추천***

재치 있는 약자 토끼의 줄다리기 경쟁으로 강자 코끼리와 하마가 당하는 이야기

"걱정하지 마! 작고 약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존 버닝햄 글그림 추천*****

책 표지를 보는 순간 알아차렸다. 10여년 전 우리 아이들에게 읽어준 책이다. 존 버닝햄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난 이미 그의 책을 접했다. 내용은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그림은 생소했다. 기차에 타길 원하는 동물들은 모두 환경 때문에 아픔이 있다. 아픔을 가진 동물을 기차에 태워 함께 즐거운 여행을 한다. 그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당시 환경운동가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동물들이 태워달라고 하는 장소, 순서, 이유 모두가 논리적으로 잘 연결된 그림책이다.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꿈꾼다.


《내 친구 커트니》존 버닝햄 글그림 추천*****

오늘 읽은 책 중 가장 감동적이었다. 때로는 아이가 더 어른스럽다. 아무도 데려가지 않는 개를 찾다니... 과연 우리는 소외된 사람들을 돌아보고 사는가?

"좋은 개로 골라야 한다. 깨끗하고 잘생긴 개로 골라야 해."

"아무도 안 데려가는, 그런 개는 없어요?"

아이를 위험에서 구한 것은 죽은 후에도 아이를 보호해 주려는 수호천사 같은 커트니라고 생각한다.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커트니는 아이의 선택을 받은 것에 감사하여 죽은 후에도 최선을 다해 보은하고 싶었을 것이다.  

"식구들은 누가 배를 모래 사장 쪽으로 끌어당겨 주었는지 정말이지 알 수 없었습니다."


《대포알 심프》존 버닝햄 글그림 추천*****

작고 못생긴 개,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 심프는 쓰레기통 주변을 방황하다 서커스단에 가게 된다. 쫓겨날 위기에 처한 어릿광대의 따뜻함에 심프는 자신이 대포알이 되기로 결심한다. 심프의 배려와 희생으로 어릿광대와 심프는 서커스단에서 인정을 받게 되는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다. 아무리 보잘것없어 보이는 존재도 쓰임새가 있다는 교훈을 주는 훈훈한 그림책이다. 나의 쓰임새는 어느 곳일지? 제자리를 찾은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책


《구름 나라》존 버닝햄, 헬린 옥슨버리 글그림 추천*****

가족과 함께 간 산에서 앨버트는 혼자 절벽에서 떨어진다. 추락사였을까. 구름 나라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엄마 아빠의 품이 그리워 다시 돌아왔을 때는 자신의 침대였다. 꿈인 듯 환상인 듯 신기한 구름 나라다. 사진과 그림을 합성한 듯한 느낌의 색다른 그림책은 현실과 상상의 조합을 책으로 보여준다. 과연 구름 나라는 있는 걸까? 천상의 모습일까? 죽음의 세계를 아이에게 알려주는 그림책일까?


《지각대장 존》존 버닝햄 글그림 추천*****

왜 어른은 아이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일까? 아이의 시선에서 함께 봐줘야 하지 않을까? 결국 아이 역시 어른의 말을 듣지 않는다. 이렇게 불신이 시작된다. 아이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보자.

선생님 연수에 아직까지 사용되는 고전     


《동생이 태어날 거야》존 버닝햄, 헬린 옥슨버리 글그림 추천*****

부부가 함께 그린 첫 공동작품. 아내의 그림이 합쳐서 전혀 다른 그림스타일을 보여준다. '동생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하는 아이의 시선을 그렸다. 동생은 아직 많이 서투르니 동생이 만든 음식, 그린 그림, 치료해주는 등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도 않을 거라 생각한다. 질투의 마음도 보인다. 하지만 동생을 출산한 엄마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동생을 기대하는 아이의 사랑스러운 마음이 전해진다. 동생을 기다리는 아이에게 읽어주면 좋은 책


《마일즈의 씽씽 자동차》존 버닝햄 글그림 추천****

까다로운 마일즈가 자동차 여행을 하며 사랑받는 이야기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이 말했지요. "와, 정말 멋진 개다."


《에드와르도》존 버닝햄 글그림 추천*****

말썽꾸러기 에드와르도를 비난하기보다는 칭찬할 점을 찾아 칭찬했더니 달라졌다. 칭찬의 힘은 위대하다.

"세상에서 제일가는 말썽쟁이로구나!"

"에드와르도야.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구나. 정말 예쁘다. 다른 식물들도 좀 더 심어보렴."


《알도》존 버닝햄 글그림 추천*****

외롭고 늘 혼자자만 알도는 특별한 친구다. 누구에게나 진정으로 나를 알아주고 위로가 되는 친구가 있어 우리는 행복하다. 

"힘든 일이 생기면 알도는 언제나 날 찾아와 줄 거야"


《호랑이가 책을 읽어준다면》존 버닝햄 글그림 추천****

가장 유작에 가까운 책. 할아버지가 된 존 버닝햄이 손자에게 책읽어주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실수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