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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Mar 31. 2019

[주간 성찰] 몸이 보내는 신호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여 보아요

몸과 마음은 같이 있는 듯하면서도 떨어져 있는 것 같아요. 몸과 마음을 분리하는 이분법적 사유체계는 데카르트가 주장했지만 말이죠. 사실은 하나인데 저도 따로 생각했어요. 지난주부터 제 몸은 이렇게 외치고 있었어요.


"쉬어가도 돼. 잠시만 쉬었다 가자." 


제 몸이 말하는 소리를 듣지 못했어요. 지난주에 간단하다고 했지만 결코 간단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어요. 지난 토요일에는 편도 1시간 거리가 되는 곳에 가서 글쓰기 특강을 듣고 왔어요. 몸이 말하는 목소리를 듣지 못하니 몸은 두 번째 신호를 보냈어요.


"입술을 부르트게 했어. 이래도 안 쉴래?"


정말 둔하게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어요. 

'좀 피곤한가 보다. 그래도 난 할 일이 많으니 어쩔 수 없어.'

그리곤 이번 주도 바쁜 한 주를 보냈어요. 직원 집들이도 다녀오고 망설이던 독서 모임도 다녀왔죠. 다녀와서도 감동을 잊지 않으려고 밤늦게까지 후기를 작성하고 올리는 오지랖까지... 


독서 모임에서 세번째 신호를 보냈을 때 그제야 알아차렸어요. 


"이래도 내 목소리가 안 들려? 이젠 너에게 감기를 줘야겠다. 이러면 좀 쉬겠지."


목이 부으면서 감기 기운을 느꼈어요. 몸이 보내는 신호를 빨리 알아채야 했는데 너무 늦게 알았네요. 한동안 감기에 걸리지 않았어요. 최근 몇 년 동안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했어요. 마치 20대인 것처럼 자만하다가 방심했어요. 몸이 정신을 따라가지 못했는데, 정신만 앞서갔어요.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종종 뒤돌아 멈춰 선다고 하죠. 미처 따라오지 못한 자신의 영혼을 기다려주는 행위라고 하는 데 전 그 반대였네요. 


감기 덕분에 주말에 잠도 더 자고, 따뜻한 물도 더 마시고 있어요. 스스로 다독거려 봤어요. 

'욕심을 버리자. 다 못하면 어때? 때로는 목표한 만큼 다 못해도 괜찮아.'

참 신기하죠? 이렇게 세 번이나 경고를 해주니 말이죠? 휴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알려준 제 몸에 감사해요. 잠시 쉬어가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어려움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처음 신호를 보냈을 때 알아챘다면 좋겠지만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입니다. 정말 귀 기울여야겠어요.


내 몸이 보내는 신호도,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도, 귀 기울여 들어보아요. 

둘 중 하나가 힘든 건 아닌지. 둘 중 하나만 너무 앞서 나가는 건 아닌지.

설마 둘 다 힘든 건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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