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명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하나요?
글쓰기 수업은 라인으로 그룹 통화를 하지만, 수업 전후 정보 공유나 친목을 위해 카카오톡을 사용한다. 첫 수업을 진행했는데도 내가 공지를 하지 않으면 회원들 간에 교류가 거의 없다. 사람들을 억지로 친하게 지내도록 할 수는 없으나 퍼실리테이터(진행자)로서 고민이 생긴다.
'어떻게 하면 회원 간의 서먹함을 빨리 없애고 서로 잘 알게 할 수 있을까?'
예전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을 때를 생각해 본다. 30주나 하다 보니 이제는 아주 친한데, 처음엔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당시 우리도 서로 잘 모르고 어색했을까? 시간이 해결해 주는 걸까? 글을 써나가면서 합평으로 해결될까?
일반적인 코칭 세션에서 시작할 때 보통 이런 질문으로 시작한다.
"지난 한 주 동안 즐거웠거나 가슴 뛰는 일이 있었다면 공유해 주시겠어요?"
처음부터 바로 본론에 들어가기보다는 라포(Rapport,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야기를 한다. 코칭뿐 아니라 회의에서나 사람 만날 때나 날씨 이야기처럼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로 시작해야 대화가 자연스럽다. 그렇다. 수업에 적용해야겠다. 합평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라포를 형성해야겠다. 구글독스 링크에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 이번 한 주 행복했던 일 한 가지
▶ 글 낭독 및 합평
▶ 다음 주 과제 안내
더군다나 지난주 주제가 "나의 행복한 순간"이었으니, 자신이 쓴 글과 삶에서의 행복이 일치했는지 이야기를 하면 스스로 느끼는 점이 있을 거다.
2주 차 주제는 "내 삶의 목적"인데 마감일 당일에도 한 회원만 글을 올린다. 카톡방에서 과제가 어렵게 느껴진다는 대화가 오고 간다. 좀 더 쉽게 접근하도록 예시도 들고, 가치 카드도 제공했는데 어려웠나 보다. 힌트가 필요할까? 어떻게 하면 글을 시작하게 할 수 있을까? 얼마 전 묘비명에 어떤 글이 새겨지길 원하는지 동료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묘비명이 삶의 목적이자 의미아닌가?
"묘비명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을까 이런 질문도 해보세요."
마감일이 지난 금요일 아침이 되어 카페를 확인하니 한 분은 새벽 1시, 다른 한 분은 아침 7시에 과제를 올렸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분명 공지에 "일주일에 한 편씩 정해진 마감일에 글을 발행합니다. 마감일까지 올리지 않으면 합평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두 사람을 원칙에 따라 제외할 것인가? 어떻게든 과제를 해보려고 새벽까지 시간 내어 글을 썼는데, 어떻게 마감이 지났다고 내칠 수 있을까? 아무 일도 아닌 척 받아준다면, 마감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회원은 뭐가 되는가?
고민 끝에 합평에 포함하기로 결정한다. 다만 원칙의 중요성을 다시 알려주고 마감을 지키며 글 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게 좋겠다. 과제 점수도 1점이 아닌 0.8점을 주고, 대신 1등으로 제출한 사람에게는 1.2점을 줘야겠다. 과제 제출 점수와 수업 참여도 점수의 총점으로 1등에게 상을 주려고 한다. 완벽하게 원칙을 지킨 것은 아니지만, 서로가 수용 가능한 합리적인 선에서 정리한 셈이다.
배움에 대한 열정과 기꺼이 도전하여 자유를 얻고자 하는 꽃돼지님, 절벽 끝에 서는 용기를 가지고 걸림 없이 지구별을 여행하는 자유인이 되길 원하는 타마님, 성장과 열정적인 삶의 태도로 소중한 사람이 되려는 미란다님. 모두 열정, 도전 의식, 자유, 성장이 공통적인 삶의 목적이다. 나 역시 삶의 목적이 '스스로 새로운 배움을 얻고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쳐 함께 성장하는 것'이니 성장에 닿아있다.
이와 달리 나마스떼님은 흐르는 물처럼 살자는 결심을 했고 미래의 목적이 있는 삶도 의미 있지만 당장 알 수 없는 내일보다 오늘을 잘 지냈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바란다고 한다. 마치 정신없이 달려가는 우리에게 "지금 여기"를 외치는 것 같다. 그런 삶을 유지하기 위한 본인만의 리추얼이 글쓰기와 재즈 음악 듣기라고 한다. 역시 글쓰기는 우리의 힘이다.
의미 있는 글을 써와서 합평하는 순간, 맞춤법을 지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물론 준비한 피드백 노트를 보며 충실하게 말은 하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칭찬은 여러 사람 앞에서 하고 지적은 개인적으로 하라'는 말이 있다. 굳이 여러 사람 앞에 망신을 줄 이유가 없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분명 "본 강좌는 글쓰기 실력 향상보다는 글쓰기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 집중합니다."라고 공지했는데 내가 원칙을 어기고 있다. 다음 수업부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고민이 필요하다.
아래에 글쓰기 회원의 글을 소개한다.
꽃돼지님 글
타마님 글
2주 차: "내 삶의 목적"
내가 존재하는 이유, 3-5년 후 모습, 이를 위해 필요한 가치 3가지를 골라 글을 씁니다. (가치 카드 제공)
참고글: https://brunch.co.kr/@worknlife/103
참고도서: 《신경 끄기의 기술》 마크 맨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