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4기] 나에게 쓰는 편지/일기
7주 차: "나에게 쓰는 편지/일기"
과거/현재/미래의 나에게 편지/일기를 씁니다.
참고글: 딸을 독립시키며
참고도서: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쓰기의 감각》 앤 라모트, 《행복한 책읽기》 김현, 《비폭력대화》마셜 로젠버그 서평
길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랄까
긴 터널을 통과하는 중이었지
끝을 알 수 없어서
우왕좌왕했어
끝을 꼭 가봐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어떤 방향으로든
내 마음이 편할 수 있다면
괜찮아
괜찮아
돌아가도 좋고
가지 않아도 좋고
그냥 멈추어도 돼
내가 가기 나름이라는 걸
결국 길은 내 안에 있어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내가 오히려 더 위안을 받고, 용기를 얻는다. 짠하기도 하다. 편지 같기도 하고, 일기 같기도 하다. 나찾글 4기 문우들이 자신에게 쓴 편지를 들여다보자.
L님
이제는 내가 너를 챙겨줄게. 아직은 잊을 때가 더 많겠지만 조금씩 현재의 너를 위해 관심을 가질게. 행복하기 위해 내가 먼저인 선택을 시작해보자. 남에게 향하는 배려와 시선을 너에게 먼저 둘게. 퇴근 후 직원의 입장에서 상사인 나의 하루를 검토하는 것을 멈추고 내가 너의 마음을 살펴봐 주고 너를 배려하는 연습 할게. 그리고 이제는 자아 성찰이라며 성인군자처럼 반성의 시간을 이제 버릴게. 너의 판단이 옳았다 여기며 지나간 판단을 되돌아보는 대신 그 시간을 오롯이 너에게 쉼의 시간과 칭찬의 시간으로.
S님
네가 싫다고 말했던 그 모든 것들을 너무 쉽게 일반화하고 납작하게 만들어버린 것은 아닌지 묻고 싶은 것이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는 대상일수록 쉽게 뭉뚱그리고 납작하게 만들어버리니까. 한 면만을 봐 놓고서 쉽게 ‘안다’고 이야기하며 다른 면을 볼 생각조차 하지 않을 때도 많으니까. 좋아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면을 발견할 가능성마저 납작하게 눌러버리니까. 싫어했던 것을 어떻게 다시 좋아해야 할 줄 몰라서, 이미 미워해 버리기 시작한 자신을 어떻게 다시 사랑해야 할 줄 몰라서 울고 있을지도 모르니 묻고 싶은 것이다. 네가 싫다고 말하던 것이 그 대상 자체가 아니라 실은 작은 일부분이었던 건 아닌지.
J님
난 결심했어. '넓은 바다로 나아가 더 큰 꿈을 꾸며 큰 물살을 가르며 헤엄칠 거야'. 지금과 같은 가난한 생활이 마무리되고, 빨리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싶지만,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 2020년 한 해를 더 지금처럼 살아야 할 것 같아. 어쩌면 지금보다 더 힘든 한 해가 될지도 몰라. 정말 미안… 그동안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지? 힘든 상황에서도 다치지 않고 여기까지 잘 와줘서 고마워.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라는 믿음을 굳건하게 지켜온 네가 진심으로 자랑스러워. 조금만 더 참고, 이 시간을 의미 있게 열심히 달려줘.
Y님
힘을 빼려면 먼저 힘을 줄 줄 알아야 한다잖아? 근육도 없는데 힘을 빼려고 노력한들, 엉뚱한 곳만 다치게 되지. 너는 지금 힘을 기르는 중이야. 근육을 만드는 중이라고. 알지? 근육은 찢어지면서 생긴다는 거. 아이들과의 전쟁 같은 시간이 없다면, 과연 부모 자식 사이의 애틋한 사랑이 가능할까? 조금 무리해서라도 시간을 쪼개 인풋을 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생산할 시간과 기회가 왔을 때 과연 꺼낼 수 있는 게 있을까? 지금 이것저것 잘해보려고 애쓰는 시간은, 네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너를 다듬고 매만지는 중이란다.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으로 만들기 위해서.
M님
이젠 다 알았잖아. 정말 다 쓸데없는 것이란 걸. 이젠 오롯이 너의 날개로 날아. 등 위에 업혀있던 부담과 시선, 인정이란 짐 덩어리를 저 바다 아래에 수장시켜버리는 거야. 그리고 가볍게 훨훨 나는 거야. 저 태양 가까이에 다가가다 내 날개가 다 타버린다 해도 그건 내 선택이니까 그것마저 행복할지도 몰라. 위안이 될지도 몰라. 그렇지 않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