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4기] 의미 있는 경험
6주 차: "의미 있는 경험"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경험을 선택하여 글을 씁니다.
참고글: 추석, 네 며느리들의 반란
참고도서: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마흔에게》 기시미 이치로, 《글쓰기의 최전선》 은유, 《카피책》 정철
나찾글 주제로 문우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흥미를 느끼고, 감동하며 성찰의 기회를 얻는다. 매 차수 글을 읽으며 비슷한 느낌을 받지만, 가장 감동적인 글의 주제는 "의미 있는 경험"이다. 대부분의 경험에 기초해서 글을 쓰지만 인생에서 단 하나 의미 있는 경험을 꼽아 쓰니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3기까지의 글을 살펴보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서 의미가 있었다는 글이 6편으로 가장 많다. 두 번째로 많은 글은 자녀가 생겨 부모가 된 경험 2편, 사랑하는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된 경험이 2편, 할아버지와의 추억 1편으로 가족에 관한 글이 5편이다. 세 번째로 많은 글은 여행으로 깨달음을 얻은 경험이다. 글감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4기 문우들도 한계 극복과 출산 경험의 글을 썼다. 글을 읽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비장함까지 몰려온다. 혼자 읽기도 아까운 멋진 글을 함께 읽고, 느낌을 주고받고, 질문도 던진다. 자신을 찾으려고 온 글쓰기 수업에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간접 경험한다. 모임을 이끈다는 핑계로 나는 문우들의 인생을 엿보고, 느끼고, 배운다. 잠 못 이루는 토요일 밤이다.
S님
그 때 많은 생각을 했다. 누군가에게 신세를 지거나 민폐 끼치는 일을 극도로 피했다. 하지만 그게 좋은 태도는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서로 도움을 주고 또 도움받는 것. 건강한 의존성. 내가 베푼 친절이 멀리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되돌아오는 것, 내가 받은 친절을 그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갚아나가며 친절을 순환시키는 것. 그게 삶을, 사회를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이구나 싶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M님
내가 망가지고 엉망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나를 극복할 기회가 보이면 손을 들어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다. 그랬더니 드디어 극복의 날이 찾아와 음산한 내 마음속에 밝고 따뜻한 불빛이 잠깐이나마 반짝인 것이다. 잠깐 반짝였다고 표현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 발표 이후로 내가 모든 것을 극복하고 떨지 않는 당찬 나로 돌아갔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또다시 나는 발표할 때 바이브레이션을 했고 이제는 아예 사람들이 내 이야기에 집중할 때 얼굴이 빨개지는 게 보통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괜찮다. 다 괜찮다.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고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발표 날 단상에서 내려올 때의 그 쾌감을 기억한다. 그 기억은 앞으로도 내가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게 만들어 줄 것이다.
Y님
결혼식을 준비하지 말고 '결혼'을 준비하라는 말이 있듯이, 출산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엄마가 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나도 엄마로 다시 태어나는 거니까. 출산과 육아라는 과업 이전에, 한 명의 여자 사람에서 엄마 사람이 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문제다. 해야 할 일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누구냐는 문제가 아닐까. 출산의 방법에 물론 정답은 없다. 하지만 출산이라는 건 아이를 뱃속에서 꺼내는 것 이상으로 엄마 인생의 중요한 사건인 만큼, 엄마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싶다. 자연주의 출산은 의료 개입을 원하지 않았던 나의 개인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엄마인 나에게, 또 아기에게 무엇이 가장 좋을까를 고민할 수 있었다. 조금은 더 주체적인 방법으로 두 아이를 출산했던 경험이, 엄마로서의 나를 좀 더 단단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J님
막바지 즈음 어떤 날엔 뜬눈으로 꼬박 36시간을 버티며 책상에서 일어나지 않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 생애 가장 힘들었던 그때를 삶에서 가장 행복한 몰입의 시간으로 기억한다. 일정 기간 동안 무언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쏟고 결과물을 이루어 내는 일을 오랜 직장생활 동안 수없이 해왔지만 이때의 경험은 달랐다. 오롯이 진짜 내 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첫 경험으로 느껴졌다. 순간순간의 기쁨과 고통이 모두 소중한 내 것으로 살아있었다. 진정 내 것은 달랐다. 내 삶을 찾아 오랜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불혹의 나이에 늦깎이 공부를 시작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구나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