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4기] 나의 단점
5주 차: "나의 단점"
성격상 나의 단점은 무엇이고 단점으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사례 혹은 단점을 극복한 사례를 씁니다.
참고글: 저는 우기는 사람입니다, 까마귀 발자국에 주목하라
참고도서: 《마음가면》 브레네 브라운, 《센서티브》 일자 샌드,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양창순
참고영상: TED강연 《브레네 브라운: 수치심에 귀 기울이기》, 《브레네 브라운: 취약점의 힘》
문우의 글을 읽으며, 고쳐야 할 단점도 있지만 장점인데 왜 단점으로 생각할까 하는 의문이 드는 글도 발견한다. 과거에 내가 가진 단점의 글을 보며 화들짝 놀랬다. 일기를 다시 읽으며 변한 나를 보고 흐뭇하게 여겼는데, 다른 사람의 글에서 과거 모습을 읽는 게 신기하다. '사람이 변한다, 변하지 않는다' 논란이 있지만, 나는 강력하게 주장한다.
"사람은 변한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확연히 다르다. 과거 나는 소심해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썼고, 옳고 그름에 목을 맸다. 정의의 화신처럼 잘못된 것을 끄집어내어 다른 사람을 굴복시켰다. 애매한 상황을 견디지 못했다. 정확한 계획을 갈구했고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지금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바라는 관종에, 정답은 없다고 주장한다.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상대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계획은 여전히 세우지만 그대로 진행되지 않아도 변화를 즐긴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바꾸었을까? 일단은 사회와 세월의 힘인 것으로.
'장점인데 왜 단점으로 생각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글을 쓴 당사자는 한번도 장점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본인의 단점을 굳이 장점으로 표현해보는 글을 써보라는 의견이 나왔다. 혹은 그 단점을 장점으로 발휘해본 작은 성공의 경험을 찾아내어 써보는 방법도 좋다. 그러면 단점을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어떤 특성이든 장점과 단점에 이바지하는데 정도를 조절해서 사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혼자만 전전긍긍했던 부끄러운 단점이 알고보니 장점의 잠재력을 가졌다. 함께 읽고 합평해서 가능한 일이다.
M님
나란 인간은 엉망진창이다. 개조시킬 수만 있다면 개조하고 싶다. 단점이 참 많은 데 다 쓰자니 창피하기도 해서 적당히 감춰서 쓰고 싶다. 그래도 언젠가 한 번은 내 단점을 남들과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감춘다면 나찾글을 하는 의미도 없다. 스노우 어플을 끄고 일반 카메라로 셀카를 찍어야 하는 시간이 온 것이다. 단점이란 단점은 다 나오는 그 셀카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나찾글 멤버들에게 공개한다. 나란 인간은 이런 인간이다.
S님
잠들기 직전, 갑자기 머릿속에 파고들어 절로 이불을 걷어차게 만드는 부끄러운 기억 하나쯤은 다들 있을 것이다. 한 유명인이 말한 것처럼, 우리 시절의 흑역사는 머릿속에만 남아 있을 뿐, SNS나 인터넷 같은 곳에 남아있지는 않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울어도 보고, 이불도 걷어차며 밑바닥까지 내려가 보았을 때, 내면 깊은 곳에 묻어두고 마주하길 피하던 민낯의 나를 마주하게 된다. 피하지 않고 마주했을 때 비로소 부끄러운 내 모습과 화해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흑역사 속의 내 모습을 화해하는 마음으로 마주했다. 못나고 부끄러워 보여도 그만 미워하기로 했다. 장점들과 마찬가지로, 못난 부분이 분명 도움을 줄 때도 있었으니까.
Y님
결혼식 때가 생각난다. 주례 없는 예식으로 남편과 내가 축사부터 시작해 배경음악까지 일일이 계획해야 했다. 철저하고 완벽한 계획 하에 식은 무사히 치렀지만, 정작 가장 행복한 감정의 파도를 타야 할 순간에 나는 너무나 이성적이었다. 마치 내가 기획한 이벤트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관리하는 감독이 된 기분이었다. 신혼여행도 마찬가지였다. 초 단위의 빽빽한 액셀 시트를 들고 간 덕분에 많은 것들을 할 수는 있었지만 오롯이 그 시간과 그 느낌에 충만할 기회는 없었다. 나 자신 외에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그냥 평범한 결혼식을 했다면 어땠을까. 아무런 일정표 없이 홀가분하게 여행을 떠났다면 과연 여행이 엉망이 되었을까. 새삼 궁금해진다.
L님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과정 중에서 얻은 상처로 나란 존재를 만들었는데, 여기까지 오게 한 경험이 나의 지혜가 되기도 했지만 트라우마로도 남아있기도 하다. 트라우마는 작은 것에도 나를 항상 전쟁 속에서 무장된 채로 긴장을 놓지 못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마음속에서 엉켜 부딪히다 떠돌아다닌다. 내 마음속은 칠흑의 우주와 같다. 실패한 로켓의 잔재들이 길을 잃고 떠다니듯 타협되지 않은 문제들은 아직도 정의되지 않은 채로 나의 우주 속에서 표류한다. 누구라도 건들라치면 무의식 결에 방어의 날을 세운다.
J님
‘시간약속 늦기’ 단점이 최고조에 달했던 때는 리즈 시절이었던 대학생때였다.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사람은 나의 남자친구들이다. 당시 남자친구들은 우리 집 앞에 와서 늘 2시간을 기다려 나를 만났고, 매우 친하고 자주 붙어 다녔던 남자후배는 늘 3시간을 기다려 나를 만났다. 모든 걸 다 받아주었던 아름다운 사랑의 힘이 나의 나쁜 습관을 엄청나게 발달시켜 ‘시간약속 늦기’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굳어졌다. 이 단점으로 가장 힘든 사람은 나 자신이다. 늘 불안함과 죄책감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스트레스가 지연행동(미루는 행동)에서 비롯된 걸 스스로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미룸을 지속하며 그 상태, 그 정서에 머문다. 왜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