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것이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인간 본연의 선물
우연히 Reo의 프리허그(Free Hug) 스토리를 들었어요. 이 이야기를 제가 좀 더 어릴 때 들었다면 (이것도 핑계일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저도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용기가 생기더군요. 이 글을 읽는 분은 도전해 보길 권해드립니다. Reo는 외국에 갈 때마다 길에서 프리허그를 했대요. (지금은 부인 때문에 안 한다고 해요) 처음엔 젊은이의 패기로 했나보다 생각했는데 방문하는 도시마다 프리허그를 하는 이유가 궁금했어요.
약 10년 전 호주 케언즈의 바나나 농장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일하던 중 친구와 함께 다른 나라 여행을 다녀왔데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입국을 했는데 말이죠. Reo와 친구는 모두가 마중 나와서 여행 다녀온 가족을 껴안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허전했대요. 바나나 농장에 잠시 일하러 왔으니 Reo와 친구를 반겨줄 사람이 없었죠. 그때 둘은 프리허그를 떠올렸습니다. 주변에 있는 널빤지를 구해 프리허그라 쓰고 사람들이 다가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사실 Reo는 수줍은 사람인데 말이죠. 친구와 둘이라 가능했을까요? 외로움의 깊이가 용기를 끌어당겼을까요? 지나가는 사람에게 미소지으며 먼저 다가갔대요. 신기하게도 무표정하게 길을 가던 사람도 Reo와 눈을 마주치면 미소로 답해줬죠. Reo는 이런 생각을 했답니다.
'오 나는 이제 누구라도 웃게 만드는 사람이구나!'
프리허그는 안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답니다. 이들의 사연과 감사가 더 크게 돌아왔대요. 어떤 할머니는 몇 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고양이하고만 사는데 자식들도 데면데면해서 자주 찾아오지 않았어요. 그러니 사람을 안아본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고 프리허그를 하며 울먹였답니다. 휠체어를 탄 채 말도 제대로 못 하는 할아버지도 안아달라고 해서 안아드렸는데 너무 환한 미소를 보여 주변 사람들이 박수로 축복하기도 했대요.
더욱더 놀라운 일은 갑자기 길가를 달리던 버스가 멈춰 섰대요. 버스 승객 중 한 분이 꼭 프리허그를 해야 한다며 우겨 버스를 세운 거죠. 버스 안의 승객과 기사까지 프리허그를 하느라 교통체증을 일으킨 장본인이 되고야 말았어요.
호주에서는 프리허그를 하고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길었다면, 태국에서는 허그 머신(Hug Machine)이 되었답니다. 아마 송크란 축제(Songkran Festival)의 많은 인파에 떠밀려 그러지 않았을까 해요. Reo는 그 소중한 경험을 계속 쌓고 싶어 방문하는 나라마다 프리허그를 했답니다. 사진은 모두 Reo의 허락을 받아 Reo의 페이스북 사진첩에서 가져왔어요.
있는 그대로의 몸으로 누군가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그 감정을 온전히 다시 돌려받는 기분.
가진 것이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인간 본연의 선물, 누구라도 좋으니 그 선물을 전해주고 싶은 밤입니다.
Reo가 프리허그를 알게 된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