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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jin Kim Jul 27. 2021

어떻게 퇴사를 결정했어요?

프롤로그. 내가 꽤나 많이 받았던 그 질문

'어떻게 퇴사를 결정했어요?' 종종 들어왔던 질문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진짜 궁금한 포인트는 살짝 다른 게 아닐까? "도대체 어떤 이유이길래, 보통은 망설이는 그 결정을 내린 걸까? 궁금하네." 그만큼 주위에 퇴사 혹은 삶의 새로운 변화를 마음에 품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인 것처럼 느껴졌다. 누구든 내 경험이 작은 계기라도 된다면! 하는 생각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숨이 막힐 것 같은 고통

표면적인 이유들이야 많지만,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단 하나였다. '생존을 위협하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고, '살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지극히 주관적인 고통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나의 회사생활은 표면적으로 문제가 전혀 없었다. 어느 정도 일에 익숙했고, 동료와의 갈등도 없었고, 막 차장 승진을 받았으며, 인센티브를 받기도 했다(참고로 컨설팅펌이었고, 받는 케이스가 드물었다). 임원분들과도 12년 차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고, 가끔 '나중에 임원 해야지' 하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내 마음이 지옥이라는 사실이었다. 힘들어도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수혈받으며 버티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도구로 사용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숨이 막혀왔다. "이대로 모른 척하면 10년은 지금과 똑같이 살아야 할 텐데, 더 이상 숨쉬기가 힘들어. 어디든 받아버릴 것 같아."


고통은 신호이자 계기

결국 내가 달라진 것이었다. 그리고 온전히 나의 입장에서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굳이 말하자면 돈, 사람, 조건 등 이유는 얼마든지 댈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마음에서 올라오는 목소리와 현실 조건들이 시소를 타듯 마음속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끊어내지 않으면 변화는 만들 수 없어" 마음속에 이 메시지가 자주 떠오르곤 했다. 적당히 생각났다 잊어버리는 강도였다면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으리라. 아주 세게 큰 강도로 진통이 오고 갔기 때문에 도통 잊을 수가 없었다. 결국 상무님과 면담을 진행했고, 회사와 나를 최대한 배려한 1년의 유예기간 끝에 퇴사를 했다.


생각해보면 자연의 섭리와도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봄에는 씨를 뿌려, 가을에 수확하고, 고요한 겨울이 지나 다시 봄이 오는 그 리듬 말이다. 그 당시의 내 삶은 노랗고 빨간 단풍 사이로 가장 잘 익은 열매들을 수확했고, 다음 봄을 위해 깊고 고요한 겨울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 당시의 기분을 대변해주는 듯한 Benjamin Gustafsson 의 연주곡

* 출처: https://youtu.be/bW0DCVnrZII 


결국은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

일기를 뒤적이다 내가 쓴 문장을 발견했다. 대학교 4학년 때, 졸업을 앞두고 내가 되뇌었던 말이 있다. "잘하고도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어" 이미 과거의 나는 기준점을 제시하고 있었다. 나는 잘하고도 좋아하는 일을 찾겠노라고 이미 닻을 내려둔 것이다.


인생의 새로운 여행에 도전해보겠노라 출사표를 던졌다. 아주 솔직하게는 눈앞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았다. 조금은 막막했고 검고 뿌연 느낌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어린아이처럼 유약했고 "누가 내 대신 결정 좀 해주었으면 :(" 하는 생각을 수시로 하고 있었다.   


이 여행의 끝엔 뭐가 있을까? 한편으로 조바심을 내며 시작한 지 햇수로 5년 차. 어느 순간 여행이라는 단어보다는 여정(Journey)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하고 깊이 느끼게 되었다.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그 답에 다가서는 데 올인하면서 어떤 단서의 조각들을 모으게 되었는지 주섬주섬 모아 보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인스타그램 @kimsunjin_workn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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