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고 잘하는 일과 먹고사니즘의 오류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먹고사는 방법이 뭘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람들이 내게 와 자꾸 물었다.
경력은 많다. 사회생활도 어느 정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할 때면 누구나 막막해진다. 여기서의 '누구나'라 함은 사회인으로, 직장인으로, 혹은 전문가로 꽤나 큰 경험과 성취를 가진 사람들까지 모두가 포함된다는 의미이다. 눈앞에 무엇이 펼쳐질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려볼 수 없기 때문에 가본 적 없는 어두운 숲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을 느낀다.
고민은 미로 속에 놓인 쥐처럼
꽤나 오래전부터, 계속해서 사람들이 '고민의 순간' 나를 찾아오곤 했다. 그 순간들이 모여 어느새 나는 개인 컨설팅을 하고 있다. 살펴보면 모두 같은 현상을 겪고 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한 건 알겠는데 머릿속에는 혼자만의 생각들이 무한 루프로 반복된다. "난 이걸 좋아하고, 이건 싫어하고, 이건 할 수 있고, 이건 못하고, 이건 해보고 싶은데,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고" "돈이 되어야 하는데..."
마치 거대한 미로 속에 압도되어 서 있는 것 같다. 출구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분주히 돌아다니지만 쉽지 않다. 혹은 머릿속에 실타래가 엉켜 있는데, 풀기 위해 흔들고 만질수록 더 엉키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랬다. 분주히 돌아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며 답을 찾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일단 멈추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일단 거대한 미로라 할 지라도 입구와 출구는 있다. 실타래는 처음과 끝이 있고, 그래서 풀리게 되어있다. 도전과 성취의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삶의 중요한 변화들을 감각적으로 겪어냈지만, 그다음은 뭔가 더 알면서 가고 싶었다. (무언가 더 필요해!)
먹고사니즘에 대한 새로운 시선
"그래서 돈은 벌고 있어?" "좋아하는 일 하는 건 보기 좋다야. 근데 먹고는 살아?" 지난 몇 년 간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다. 친구들에게 반 장난으로 말했었다. "결과가 어디로 갈지 몰라도 나 먼저 가서 길을 닦아 놓을 테니, 나중에 따라와!"
마치 여행가방 덜렁 하나 메고 떠나는 듯한 뒷모습을 보며 친구들이 이렇게 읊조렸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먹고사는 건 운이 좋은 거야" "세상에 그런 사람 많지 않아" "나도 그러고 싶지만 가족도 있고 먹고살아야 하니까 쉽지 않지"
[먹고사니즘] '먹고살다'와 이념, 철학 등을 의미하는 영어 접미사 '-ism'의 합성어. 2000년대 이후 새롭게 등장한 조어로 생계유지에 급급하거나 몰두해 이외의 것들에 관심이 없거나 관심을 가지는 것 자체를 꺼리는 태도를 의미한다. (* 출처: 나무 위키)
나에겐 철없이 시작한 여정이 아니라, 철이 들고 싶어서 선택한 여정이었다. 외로움을 감수하는 과정이며, 진짜 용기를 내어 보는 시작점이었다. 혹시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변화를 고민하는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새로운 시선을 선물하고 싶다. 곰곰이 생각해보고 단어를 골라보았다.
<'나'를 세우는 먹고사니즘> 이왕 해보는 것, 새로운 관점에서 경험의 목표를 가져보면 어떨까?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두려움을 견디는 것이다" 진짜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먹고살겠다는 것은 '마이 웨이'를 가보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한 번도 혼자 여행을 해본 적 없는 누군가 해외로 배낭여행을 떠나 예상치 못할 모든 경험을 감수하겠다는 결정 같은 것이다. 누구나 그 상황이면 느끼게 되는 크고 작은 두려움, 막연함을 모두 만나보겠다는 것이다.
자유를 선택했을 때 제일 힘든 건 "아 싫어. 귀찮아. 누가 내 대신 결정 좀 해줬으면"하는 나 자신을 수시로 만나는 것이었다. 새로운 환경에 놓일 때면 누구나 아이처럼 작아지는 기분이고 "나 뭐해야 해? 이럴 땐 어쩌면 좋을까?"라고 묻게 된다. (나이와 경력이 높은 사람도 모두 똑같은 사람인 것을 목격했다)
적어도 내 삶에서 흔들리는 것에 익숙해지고, 덜 흔들리게 된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먹고살기 위한 시도는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독립성을 가진다는 의미이다. 타인의 말에 휘청이지 않고, 타인의 경험도 존중하게 된다. "너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네. 하지만 나는 이런 경험이 있었고, 그래서 이렇게 가려고 해"
그래서 하고 싶고 vs 할 수 있고 vs 해야 하는 일
변화의 순간을 나는 앵무조개의 비유를 하곤 한다. 이 조개는 몸집이 커지면 자신이 살고 있던 곳에 칸막이를 만들고 좀 더 큰 칸을 만든다. 그렇게 성장하고 나아간다. 그 단면을 잘라보면, 몸집이 커지는 시기마다 새롭게 만든 칸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보인다. 계속 성장할 것을 감안한 나선형 곡선 구조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이름 모를 당신도 어른이로 다음칸을 만들 준비를 할 수도,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변치 않는 건 내 몸집은 커지고 기존의 칸은 비좁아진다. 그대로 있고 싶지만 어떤 상태로든 불편해지는 것이다.
20대 혹은 취업준비생의 시절에는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경험해보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1막, 혹은 2막을 살아낸 어른이었다. 나의 업을 재정의 해보는 시점이 왔을 때에는 그것만으로 뭔가 부족했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과 먹고사니즘을 함께 고민하자니, 너무 성향이 다른 친구들을 억지로 불러 '친해지길 바래'를 찍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삶의 2막과 3막을 새롭게 열어가는 시점에서 또 다른 렌즈를 꺼내어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나 혼자만이 아닌, 수많은 것들을 함께 고민하며 나아가야 하는 어른이 버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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