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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리 Nov 27. 2019

합리성과 감수성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함께 일하는 동료 중에는 사리분별이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업무에서 성과를 올리며 승승장구 하지만, 차가운 기운이 느껴서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반면에 업무적인 능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동료의 처해진 상황을 이해하고, 항상 옆에서 지지해주는 동료도 있다.  이런 사람과는 회사를 떠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연락하게 된다.  합리성과 감수성은 직장생활을 하는데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합리성에 대해)

    노동법에 합리성과 관련된 ‘사회통념상 합리성(合理性)’이라는 개념이 있다.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바꿀 때에는 과반수 노조나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취업규칙을 바꾸는 전반적인 과정을 두루 살펴봤을 때 회사의 행위에 나름의 합리성이 있으면 노동자의 동의를 얻지 않았더라도 바뀐 취업규칙의 법률적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다.


    합리성이라는 기준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논란이 되는 것은 누가 합리성을 판단할 것이냐? 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노동자의 시각이나 사용자의 입장이 아닌, 사회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사관계는 당사자간 자율적인 해결을 원칙으로 하나, 서로가 자신만의 합리성을 주장한다면, 종국적으로 제삼자의 입장에서 합리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일터에서 나름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의 판단력은 과거의 경험이나 주변 사람의 영향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가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많지 않지만, 가끔씩은 나의 판단 기준이 사회적 관점에 벗어나 있지 않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


    (감수성에 대해)

    최근에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아지는 성희롱의 심리·판단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재판부는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을 심리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어떤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우리 사회 전체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였는지를 기준으로 심리· 판단해야 한다” 는 것이다. 


    과거에 일터에서 근로시간, 임금 등 정량적인 요소(Hard)에 대한 이슈가 대부분이 이었으나, 근래 들어 성희롱, 모성보호, 괴롭힘 등 정성적인 요소(Soft)와 관련된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사건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영향을 주고받기에 합리성으로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고, 해당 노동자의 감수성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이다.     


    앞서 언급한 합리성은 사회통념상 평균적인 눈높이인데 반해, 감수성은 해당 그룹의 평균적인 눈높이를 의미하고 있다.  일터에서 관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다초점렌즈가 필요하다.  정량적인 Case는 합리성(사회적 평균)으로 정성적인 Case에는 감수성(해당 그룹 평균)으로 눈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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