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효이재 Oct 30. 2022

4.3 목표의 페르소나 3. 팅커링

열망의 현실화에 필요한 7가지 과학적 관점과 맥락

Michael Jackson - Smooth Criminal - Live Munich 1997- HD


열망의 현실화에 필요한 목표의 관점 셋:

팅커링: 목표는 실험과 실패와 배움의 반복을 통한 점진적 성장을 꾀하는 것이다.


추상과 구체를 넘나드는 목표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추상성을 가진 일종의 북극성 목표가 장기적 관점에서 변하지 않는 속성을 지닌 것이라면 당장의 행동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수준의 구체성의 영역에서 목표관리가 가져야 하는 심상心象, 문맥은 기본적으로 ‘실험’입니다. 


 과학적 연구를 생각해봅시다. 연구는 문제해결을 위해 가설을 수립하고, 실험을 통해 그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의 반복입니다. 마찬가지로 기업 역시 자신의 제품과 관련한 목적을 현실로 이끌기 위해 가설(이를 현실화 목표라고 부르겠다)을 세우고 어떤 부분이 훌륭하고 어떤 부분이 말도 안 되는지를 테스트하는 실험을 반복합니다.


이론이 과학적 실험을 특징짓듯이 기업의 북극성 목표-기업의 목적 혹은 비전과 같은-가 열망을 현실화하는 실험을 이끕니다. 모든 현실화 목표는 이 북극성 목표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을 구축하는 방법을 발견하는 데 있습니다. 여기에서 기업, 조직에 필요한 이중성이 또 도출됩니다.


 즉 기업은 (거대한 목적을 위해) 크게 생각하되 동시에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규모로 실험을 실행해 다음의 행동 전략을 구체화하는 태도가 함께 필요합니다.



‘어떤 산업에 속해 있든 스타트업은 거대한 실험임을 알아야 한다. “이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하는 것이 주요 질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현대 경제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제품은 거의 대부분 만들 수 있다. 오히려 더 중요한 질문은 “이 제품이 과연 만들 가치가 있는가?”, “이 제품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우리가 지속 가능한 사업을 만들 수 있는가?”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질문에 답하려면.. 하나씩 실제로 실험해 봐야 한다.. 그 실험을 통해 유효한 학습을 해야 한다..’ – 에릭 리스Eric Ries, 『린 스타트업』




그런데 현실화를 위한 실험은 다시 구체적으로 어떤 속성을 가지는 걸까요 핵심은 실험으로부터 유효한 학습을 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실험을 ‘그저 해보는’ 것 수준으로 여기고 그로부터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를 얻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다시 말해 실험에는 과학적 방법론과 인사이트가 가능한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과학적 인사이트가 반영된 실험’은 완벽히 통제된 실험실에서 진행되는 통제실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현실 상황에서 우리가 목표를 두고 시도한 결과로부터 앞으로의 방향성과 가설을 도출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를 도출할 수 있는 실험을 구축하고, 이를 올바로 이끌 수 있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기업과 조직이 현실화 목표를 추구하는 현장에서 필요한 태도는 우리의 직관과는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가 기업에서 무언가를 실험한다고 상상해보면 그 실험은 매우 비용 효과적이어야 하고, 가능한 실패해선 안 된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실제 수많은 기업 현장의 경영진이 그리 생각하고 또 그렇게 조직을 운영한다. 때문에 기업이 어떤 새로운 무언가를 할 때는 ‘실행’ 이전에 철저한 리서치와 회의를 수없이 거치고 정확한 실험 설계를 통해 가능한 적게 실험하고 크게 성공하려 합니다. 하지만 정작 ‘현실화 실험’에서 필요한 태도는 그 반대입니다. ‘실험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필승을 다짐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오히려 ‘시행착오, 즉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태도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집 안에서 지갑이나 손목시계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해봅시다. 우리는 기억을 더듬어 집안 여러 장소를 뒤지면서 찾고 실패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추가적인 정보를 획득합니다. 즉 집안 어디에는 손목시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새로운 정보는 이전의 정보보다 점점 더 많은 가치를 갖습니다. 매번 시도하고 실패할수록 찾으려는 무엇인가에 가깝게 다가가면서 그것이 있을 만한 장소를 좁히고 찾을 확률 역시 높이는 것입니다. 실패한 시도를 통해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할 지 점진적으로 알아갑니다.


매우 제한되고 추상적인 정보로 바다 한 복판에 가라앉은 보물선을 찾는 탐사행위도 한번 생각해봅시다. 1774년 영국 군함 HMS 빅토리호는 영국해협 인근 채널제도 외곽에서 폭풍에 휘말려 침몰했습니다. 넬슨이 트리팔가르에서 타고다니던 빅토리호의 전대 군함으로 1000명 이상 탑승이 가능했으며, 침몰 당시 10억 달러 규모의 금화(한화 1천 400억원)를 싣고 있었습니다. 이 배를 심해 탐사 전문회사 오디세이 마린 익스플로레이션Odyssey Marine Exploration 이 영국 해협 해상에서 발견했습니다. 오디세이사는 영국군이 가지고 있던 길이 12피트(3.6미터), 무게 4톤의 매우 귀중한 황동 대포를 인양해서 빅토리 호임을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오디세이사는 이 배가 올더니 인근에서 침몰했다고 추정되었던 위치에서 100km가량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견은 당시 이 배의 함장이었던 존 발친John Balchin제독(영국 해군 장군으로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 중 빅토리호를 타고 가던 중 배의 침몰로 사망)에게 씌워졌던 역사적 오명 역시 벗게 해주었습니다. 최근까지 역사는 배의 침몰 이유를 항해사의 실수로 암초에 부딪쳐 침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책임을 제독이 모두 뒤집어썼습니다. 그러나 배가 실제론 암초군에서 100km 떨어진 곳에서 난파되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난파 원인 추정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오디세이는 250여년간 수많은 탐사대가 찾지 못한 이 배를 어떻게 찾을 수 있었을까요? (더욱이 오디세이가 탐사에 성공한 난파선은 이 뿐 만이 아닙니다.)


오디세이가 개발한 탐사 절차는 이러했습니다. 먼저 난파선이 있을 만한 위치를 광범위하게 분석합니다. 이 때 얻는 데이터는 구역별로 확률을 표시한 지도에 종합해 나타냅니다. 확률이 더 낮은 지역으로 이동하기 전에, 먼저 탐사했던 지역에는 난파선이 분명히 없다는 확신을 하면서 그 다음 탐사 지역을 정합니다. 이는 집에서 잃어버린 손목시계를 찾는 방식과 비슷합니다. 탐사는 성과를 낼 확률이 순차적으로 높아집니다. 물론 이는 탐사했던 지역에 손목시계, 난파선이 없다는 확신을 가질 때 그렇습니다.


이처럼 현실화 실험의 핵심은 시행착오(작은 실패), 그리고 그에 따른 유효한 학습에 있습니다. 현실화 실험은이를 반복하며 성장 확률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일종의 팅커링Tinkering*입니다.


*팅커링Tinkering: 팅커링의 본 뜻은 서투른 수선, 땜질을 의미하지만 과학적 용어로서의 팅커링은 무작위성 높은 환경에서 직관, 분석 등을 통한 가설을 바탕으로 작은 시도를 하고 이를 토대로 어떤 부분이 제대로 동작하고 어떤 부분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지를 안 다음 새로운 시도를 반복해 점진적으로 문제해결에 다가서는 행위를 의미한다.


 일련의 방식은 현재 게임 산업에서도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게임 시장에 선도적으로 전파한 회사가 슈퍼셀입니다. 슈퍼셀 창업자 일카 파나넨Ilkka Paananen은 수퍼셀의 개발자들을 약 10여명 내외의 셀(cell, 세포)로 조직해 각각의 셀들이 자신의 게임 아이디어를 내고 독립적으로 게임을 만들도록 했습니다. 게임이 재미있으면 팀 전체가 게임을 같이 해봅니다. 팀 전체가 좋아하면, 작은 시장(캐나다 앱 스토어)에 올려 반응을 봅니다. 여기서 성공하면 전 세계 앱스토어에 올립니다. 이 과정을 충실히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생존하는 게임과 실패하는 게임을 거릅니다. 시행착오-유효학습의 팅커링 메커니즘을 조직화한 것입니다. 슈퍼셀은 수많은 셀 조직이 동시다발적으로 ‘게임시장’이라는 무작위성 높은 시장에 자신의 게임을 팅커링하고 그 안에서 (셀의 합인) 기업의 생존 확률을 높입니다. 때문에 각 셀의 실패는 기업의 관점에선 실패가 아니라 투자입니다. 슈퍼셀은 실패한 게임을 만든 조직에 파티를 열어줍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실패 자체를 축하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통한 배움에 대해 축하하는 것입니다.” 일카 파나넨은 슈퍼셀의 성공비결을 ‘문화, 운, 실패’로 요약합니다.


팅커링 메커니즘: 시행착오와 유효학습을 통해 성장 확률을 높인다.


일련의 맥락은 편향-분산 트레이드 오프bias-variance tradeoff의 작용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게르트 기거렌처Gerd Gigerenzer는 불확실성 높은 세계에서 제한된 정보, 제한된 합리성을 발휘할 수 밖에 없을 때는 고편향-저분산 방식의 태도를 바탕으로 초점을 좁히는 것이 문제해결에 더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발견적 교수법’이라 칭합니다-


 아래 도해를 봅시다. 정상적인 상태의 두 사람이 그림의 표적판에 사격하는 경우를 가정해 봅시다. 왼쪽은 극명한 편향성을 보입니다. 이는 에러(실패)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다만 오른쪽 사람에 비해 표적의 중앙에 더 가까이, 균일하게 총알을 보냈습니다. 오른쪽의 표적은 넓게 분산된 양상을 보입니다. 여기에서는 에러(실패)가 의심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후 중앙 가까이에 총알을 집중시키려 한다면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합니다. 일반적으로 편향과 분산은 어느 한쪽을 높이면 다른 쪽이 낮아지는 특성을 갖습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세계에서는 왼쪽의 전략이 우월합니다. 즉 명확한 실패/실수를 할 때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패/실수에 대한 비용 손실이 적고 그 실패가 놀라운 발견으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림] 편향-분산 트레이트 오프(왼쪽은 고편향-저분산, 오른쪽은 저편향-고분산)


일련의, 현실화 실험으로서의 팅커링 메커니즘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철학인 동시에 현재 전세계 스타트업 시장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신사업 방법인 ‘린 스타트업’에도 녹아 있습니다.**  


 린스타트업 개념의 기초를 정립한 스티브 블랭크Steve Blank 스탠포드 대학 교수***는 대포에 비유하면서 일련의 팅커링 메커니즘을 강조합니다. 일반적으로 대포는 준비Ready-조준Aim-발사Fire 순서로 쏩니다. 그런데 스티브 블랭크는 대포 쏘는 순서부터 바꾸라고 합니다. 즉, 극단적으로 발사Fire- 준비Ready-조준Aim으로 하라고 합니다. 이유는 불확실성 높은 세상에선 일단 포를 쏴봐야 포탄이 날아가는지, 어디에 떨어지는지 알 수 있고 그런 다음 떨어진 지점을 보며 조준해서 목표물에 근접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린스타트업 방법론은 스타트업의 노력을 어느 부분이 훌륭하고 어느 부분이 말도 안되는지를 테스트하는 실험으로 재규정합니다. 린스타트업 모델의 핵심은 ‘만들고, 측정하고, 학습’하는 피드백 순환고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린스타트업에서 이 순환고리는 가능한 짧고 가벼운 것이 좋습니다.


**『린스타트업』은 미 기업가 에릭 리스Eric Ries가 창안한 방법론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철학인 동시에 현재 전세계 스타트업 시장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신사업 방법론이 되었다.


***에릭 리스Eric Ries는 스티브 블랭크Steve Blank의 ‘고객 개발 방법론’에 양향을 받아 린스타트업 개념을 정립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Insight] 반복의 핵심은 반복없는 반복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