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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효이재 Oct 30. 2022

4.7 목표의 페르소나 7. 체크리스트, 루틴

열망의 현실화에 필요한 7가지 과학적 관점과 맥락

SYML- "Fear of the Water"


열망의 현실화에 필요한 목표의 관점 일곱:

목표는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분별하고, 그에 따른 전략과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것이다.


 복잡한 세상에서 성과 나아가 성공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능력/실력과 운이 반복되며, 통제가능한 것과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봅시다.


 이를 돌아보는 회고 혹은 평가 시스템은 이를 엄밀히 분별하지 않습니다. 마치 데이터에서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치부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기업은 순전한 운 마저도 실력으로 간주해 평가하거나 실력조차 그 속성에 부합한 방식으로 점검하지 못하는 등 질적으로 조악한 (운영)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일쑤 입니다.


 목표관리를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공통적인 핵심은 수차례 반복했듯이 ‘배움’ 혹은 ‘통찰’입니다. 예컨대 가설을 세우고, MVP 제품을 만들고 그것을 측정하고 만들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배움과 통찰을 얻습니다. 즉 가설을 검증한다는 것은 그것을 평가(회고)해서 가설이 유효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고, 시행착오를 점검하면서 어떤 배움을 얻는 것입니다. 그것을 얻을 때 비로소 우리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만들기’ 반복이 아닌 더 나은 성장을 위한 반복, ‘반복 없는 반복’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MVP를 만들고 시장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유의미한 배움을 얻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가능한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40대를 타깃으로 만든 커머스 MVP 제품에 SNS통합 간편 로그인 기능이 효과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면 SNS통합 간편 로그인 기능이 있는 제품과 없는 제품을 무작위로 노출해 일정 표본 이상이 모이면 이를 비교 분석해 보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앞에서 언급한 무작위 비교 시행(RCT)이라고 불리는 A/B 테스트를 현실에서 가능한 구현해 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련의 실험 공간Sandbox 환경을 현실세계에서 구현할 수 있다면 이를 통해 우리는 인과관계에 기반한 실험을 설계할 수 있고 거기서 얻는 시행착오는 곧 ‘유의미한 배움’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과학적 실험 환경을 구축하고 이를 어느정도 통제할 수 있을 때 이뤄지는 평가는 ‘인과관계’를 규명해 좀 더 나은 가설, 실천을 이행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것이 어찌보면 목표관리에 대한 평가의 첫번째 유형일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데이터가 혹은 기술이 모든 것을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아닙니다. 복잡계 권위자 마이클 모부신Michael Mauboussin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는 우리는 여전히 불확실한 세계 대부분을 여전히 우리가 함부로 예측할 수 없는 ‘운(우연)’과 함께 보낸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인과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우리의 통제력은 높아져 실력이 높을수록 문제 해결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이에 대한 평가는 비교적 수월할 수 있지만, 비즈니스 현실 세계에서 모든 것을 그리할 수는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앞선 첫번째 유형의 평가가 온전히 가능한 경우가 드뭅니다. 이런 경우 우린 어찌해야 할까요?


모부신은 인과의 영역에서는 우리가 실력을 높일수록 유리하기에 체계적 훈련과 배움이 가능하고 또 효과적이지만(이 경우는 데이터, 측정, 기술적 방법론이 어느정도 평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과관계가 벗어난 영역에서는 체크리스트와 과정을 중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운luck은 통계학적으로 랜덤randomness에 해당합니다. 어떤 사건이 무작위로 발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복잡계 질서는 완벽한 무질서, 랜덤도 또 완벽한 질서의 세계도 아닌 질서와 무질서의 경계 어디에 있습니다. (참고 아티클: 우리가 사는 진짜 세상은 복잡하다) 체크리스트는 운과 능력이 사이에 있는 이러한 복잡계 현실에서 기본적으로 유용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할 기본적인 일, 그리고 의사결정 및 업무 추진 과정에서 쉽게 빠질 수 있는 오류 등을 체크리스트화해 조직적으로 수시 점검하고 확인하는 것입니다. 체크리스트는 조직과 개인이 특정 상황 기류에 매몰되지 않고 조직의 자기인지 〮메타인지를 위한 장치이기도 합니다.


체크리스트는 모든 상황을 성공적으로 통제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현실에서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 사소한 실수나 착각, 쉽게 놓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함으로써 운이 좋든 나쁘든 최악의 상황을 막고 최소한의 상황관리를 꾀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외과 전문의의자 영향력 있는 사상가, 작가로 꼽히는 아툴 가완디Atul Gawande에 따르면 체크리스트는 사소해 보이지만 그 본래의 목적을 제대로 알고 사용할 경우 현실에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가완디는 2007 <뉴요커the new yorker> 에 기고한 칼럼에서 체크리스트를 “극도의 복잡성을 관리하는 기술이 있는가?”, “이런 기술을 실제로 인간이 숙달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 설명하며 존스 홉킨스 병원의 마취과 교수 겸 중환자 진료 전문의 피터 프로노보스트peter pronovost의 연구를 소개합니다.


 프로노보스트는 미국에서 정맥 주사관 감염에 의해서 사망하는 환자가 매년 4만명에 이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런 사망은 대개 수술 후 합병증으로 발생했는데, 사실은 얼마든지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감염에 의해 매년 사망하는 환자의 수는 유방암으로 사망하는 환자의 수와 같았습니다. 프로노보스트는 의사가 정맥 주사관을 삽입할 때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사용하게 해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하고 수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가완디에 따르면 이는 “지난 10년 동안 임상 병리사가 달성한 성과 중 최고” 였습니다.


 체크리스트는 우리가 ‘숙고’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특히 유용합니다. 구글은 성과 평가를 시행함에 있어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 체크리스트를 활용합니다. 구글의 관리자들은 관리자 개개인이 작성한 직원들의 등급 판정 초안을 놓고 함께 검토한 다음 비로소 최종 등급 평가를 확정하는데 이 과정을 ‘등급 보정calibration’이라 부릅니다. 이는 어떤 한 관리자가 내놓은 평가 내용을 비슷한 팀을 이끄는 다른 관리자가 내놓은 평가 내용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모든 관리자가 모든 직원에 대한 평가 내용을 검토합니다. 5명에서 10명으로 구성된 관리자 집단이 한자리에 모여 50명 혹은 1,000명 직원의 평가 내용을 살피고 개인별로 논의하며 각각의 평가에 공정성이 보장됐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합니다. 이 과정의 목표는 간단합니다. 개인의 편향을 제거하고 집단 지성을 발휘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등급 보정 과정에서 집단 차원의 논의를 한다 해도 얼마든지 잘못된 결정이 나올 수 있습니다. 앞서 다룬 바 있지만 ‘집단 사고의 위험’이라는 것도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구글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지적 편향’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공식적으로 활용합니다. 구글의 전 최고인적자원책임자CHRO 라즐로 복Laszlo Bock은 구글의 등급보정위원회 관리자 구성원들은 회의 전 한 장의 인쇄물을 갖고 함께 충분히 읽고 절차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집단 편향 및 평가 오류의 위험에서 상당부분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에 따르면 평가에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인지적 오류에 대한 정보를 ‘함께 검토한다는 것’은 위원회 구성원들에게 순간적으로 다시 생각하기의 힘, 메타인지를 넛징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런 오류에 대해서 서로가 신경을 쓰고 체크리스트를 근거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언어적, 문화적 규범’을 형성시켜준다는 측면에서 사소하지만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체크리스트와는 개념적으로 조금 다르지만 유사한 맥락에서 ‘루틴’역시 ‘과정’을 통찰하는 데 좋은 개념입니다. 루틴routine은 스포츠 심리학에서 자주 다뤄지는 용어로 선수들이 최상의 운동수행을 발휘하는데 필요한 이상적인 상태를 갖추기 위한 자신만의 고유한동작이나 절차를 말한다(Weinberg, Gould, 1995). 즉, 선수들이 습관적으로 수행하는 습관화된 동작입니다. 골프의 경우 퍼팅을 할 때나 여러 가지 샷을 하기 직전에 골퍼들이 습관적으로 일정하게 하는 동작을 프리샷 루틴pre-shot rou-tine이라고 합니다. 프로 골퍼들은 대체적으로 자신 만의 독특한 습관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하고 이를 경기에서 습관적으로 사용합니다. 이것은 완벽한 루틴의 한 부분으로서 계획된 심상의 순서, 각성조절의 단서 혹은 다른 인지전략을 거쳐야 하며, 일관된 주의집중과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사고방식을 강화시킬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을 개발하여 이를 습관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프리샷 루틴을 지킬수만 있다면, 경기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불안감을 극복하고 게임에만 집중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프리샷 루틴의 중요성은 스타급 선수들이 습관화된 행동을 개발하여 경기에서 이를 철저히 지킨다는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여러 연구에서도 습관화된 행동을 갖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하여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체크리스트와 루틴과 같은 개념은 우리가 목표를 어떻게 추적하고 평가해야 할까의 또다른 두 번째 영역입니다. 인과관계를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규명할 수 없는 운과 실력이 혼재하는 영역에서 우리는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이행했는지’, 어떤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중요한 행동을 습관화하는 과정 자체와 이 과정을 관리, 독려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점검 및 평가하고 이를 문화화 하는 것은 ‘운’과 ‘실력’의 영역을 넘나드는 영역에서 흔들리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생존과 성장의 확률을 높이기 위한 매우 중요한 전략일 수 있습니다.


 체크리스트와 루틴과 함께 과정을 평가(회고) 함으로써 우리는 불확실성 혹은 변동성 높은 시장과 같은 경기장 안에서 편안함을 지킬 수 있습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생각과 느낌, 행동에서 일관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음과 생각, 행동의 편차를 줄이며 자신감, 집중력은 높이고 긴장감은 낮출 수 있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평가/회고 유형은 결과가 어떨지언정 우리가 만약 상시적으로 우리의 의지에 따라 어떤 환경에서든 평정심을 가져 최선을 다하고 우리가 가진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설령 부분적으로는 실패할 지언정 완성과 성공에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다는 사고를 전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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