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Blake - Friends That Break Your Heart
최근 목표관리 기법의 일종인 ‘OKR’에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시작해 이제는 대기업까지도 OKR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많은 기업과 구성원들의 질문에는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하는 듯합니다. 거기엔 그간 MBO, 혹은 KPI를 통한 목표관리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끝나지 않는 갈등과 회의를 또다시 겪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수많은 수정, 보완을 거쳐 왔음에도 ‘과연 이것이 목표관리의 최선인지?’를 확신하지 못했기에, 명쾌한 대안이 되어 주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분명 존재할 것입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OKR은 또다시 회사 구성원을 복잡하고 어려운 제도 학습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독’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기존의 목표관리를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을, 센세이셔널한 대안이요 구세주 역시 절대 아닙니다. OKR 그 자체로는 그저 우리에게 익숙한 목표관리의 몇몇 지점을 비틀어 놓은 방법론에 불과합니다. 결국 핵심은 OKR을 쓰느냐 아니냐, KPI를 쓰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목표관리의 본질, 열망으로서, 그 열망을 현실화 하기 위한 전략과 프로세스 -추상과 구체, 문제와 문제, 발견과 실행, 팅커링, 몰입 등- 로서의 목표관리가 가진 다차원적인 맥락을 얼만큼 이해하고 유연히 내재화하는 가에 있습니다.
때때로 우리는 어떤 담론, 혹은 개념 앞에서 과도한 두려움을 갖거나 반대로 기대를 합니다. 그것은 어느쪽이든 위험합니다. 그 자체로는 추상적이고 실체 없는 개념에 우리가 짓눌리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는 그저 앞에 놓인 개념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배경과 맥락을 온전히 이해할 때 비로소 개념이라는 ‘우상’은 실질적인 대안을 도모하게 하는 ‘이성’이 됩니다. 바로 이해한다면 그만큼 바로 쓸 수 있습니다.
OKR은 1950년대 피터 드러커가 목표에 의한 관리(Management by Obkectives, MBOs)를 주창한 이후 그것과 궤를 같이 하는 매우 오래된 경영기법의 산물입니다. 단지 좀 더 21세기의 경형환경과 본래의 목적에 맞게 수정되고 리브랜디드(Rebranded) 된 것으로 완전히 새롭거나 낯선 것은 아닙니다. OKR은 일종의 ‘목표’관리 기법입니다. 현재까지 자주 쓰고 있는 KPIs(Key Performance Indicators), S.M.A.R.T Goals와 같은 MBO 개념을 조금 더 구체화시킨 개념이 80년대 등장한 이후 OKR은 이를 다시 좀 더 발전시킨 형태로 90년대에 등장한 것입니다.
‘OKR-목표(Objective)와 핵심결과(Key Result)’ 방식은 1990년대 인텔Intel의 경영진이었던 앤디 그로브Andy Grove에 의해 처음 도입,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앤디 글로브가 기존의 MBO 방식인 KPI와 비교해 차별화한 포인트는
첫째, ‘목표’에 층위를 부여해 상위 목표(Objectives)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milestone) 혹은 지표(Metric)으로서 하위 목표(Key Result)를 부여한 것,
둘째 목표 설정은 위로부터의 명령이 아닌 그것을 수행하려 하는 주체(집단 혹은 개인)이 주도해야 한다는 것,
셋, 목표의 수준은 공격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1990년대 말 이 OKR은 실리콘밸리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앤디 그로브 아래에서 인텔의 OKR을 함께 개념화하고 체화한 존 도어John Doerr는 이 개념을 Google에 적용시켰습니다. 이후 구글 은 OKR을 가장 잘 이해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가시적 성과를 이룬) 대표적 회사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이제는 인텔보다도 더 OKR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여겨지고 있는 구글Google의 OKR은 인텔과 비교해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습니다.
첫째, 구글의 OKR은 변화 속도가 빠른 실리콘 밸리 시장환경을 반영해 기본 사이클을 분기, 때로는 그보다 더 짧게 앞당겨 이를 점검합니다.
둘째, 목표 설정은 반드시 아래로부터의 설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매우 강조합니다. 성과관리의 본질이 구성원의 동기부여에 있다는 대 전제 아래에서 위로부터의 강제적 할당은 그 본질에 역행할 뿐이라 여깁니다. 구글은 이를 목표의 시장적 접근Market Approach라고 부른다. 조직 구성원 누구나 회사, 팀, 동표의 OKR을 내부 전산 네트워크를 통해 열람할 수 있고 이렇게 열린 OKR 정보를 토대로 담당 매니저와 상의하고 동료간 이를 상호 확인, 압력Peer Pressure함으로써 자발적으로 조직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상호 연계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결국 OKR은 ‘목표를 통한 성과창출’이라는 전통적인 MBO 경영철학에는 동의하면서도, 과거의 방식 중 목표 관리의 본질적 목적을 흐리는 지점Spot을 비틂으로써 실질적 성과에 다가서고자 하는 노력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KPI를 쓰고, 디테일한 목표관리를 해왔나요?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피터 드러커의 주장, 그리고 이후 목표관리 이론(Goal Setting Theory)를 발전시킨 복수의 연구를 종합해 정리하자면 우리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결국 이를 통해 집중Focus, 노력Effort, 영속성Persistence을 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집중Focus : 목표는 조직 구성원이 무엇에 집중해야 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를 분별하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 수 있도록 한다. (열망, 몰입의 속성)
노력Effort : 목표는 구성원이 업무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 하고 에너지를 주는 기제로 작동한다. 동시에 열망을 현실화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노력을 할 수 있는 프레임을 제공한다.
영속성Persistence: 또한 목표를 설정한다는 행위는 이러한 노력과 몰입, 동기부여를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행위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올바른Right’ 목표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잘못된 목표는 구성원의 동기부여 및 실질적인 성과를 오히려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목표 수립과 실천의 반복을 통해 우리는 하고자 하는 과업에 대해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전진할 수 있는 내적인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OKR은 위와 같은 본래의 ‘목표관리(MBO)’ 철학을 인정합니다. OKR은 오히려 일반적인 KPI가 목표에 대한 본래의 ‘목적’, ‘속성’을 제대로 구현하는가에 대한 의심에서 출발합니다.
KPI를 적용하는 조직 속 개인은 때때로(아니 꽤나 자주) 억지스러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목표가 내게 할당되고 목적을 알 수 없이 구체적인 지표부터 내게 던져지는 상황이 불만스러웠던 적이 있을 것입니다. OKR은 쉽게 말해 이렇게 본래의 목적을 잃은 MBO를 다시생각rethink하고 재구축한 노력의 산물이 아닐까요?
의도와 달리 파편화되어버린 KPI를 묶어서 방향성을 부여(OKR의 O: Objective)하고 구성원의 주체적인 동기부여를 독려하며 그 과정을 수평적으로 개방하고 논의합니다. OKR은 업적평가의 KPI와 같이 평가를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그저 실질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한 도구일 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정서적인 압박을 통한 소모적 경쟁보다는 ‘왜 일해야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명분을 찾고 자신에게 도전하기를 유도하는 것을 핵심 철학으로 삼습니다.
이 말인 즉, 만약 누군가 OKR을 KPI가 그랬던 것처럼 목표관리의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린 채 단지 그 방법론 자체에 대해 교조적이고 피상적인 철학을 적용해 쓰려 하면 그 역시 KPI가 받는 비판과 동일한 비판을 머지않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아쉽게도 벌써 그런 우려가 되는 현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OKR이 마치 기업 목표관리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이제는 OKR이다’라는 마케팅과 워크숍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사람들은 KPI를 도입하고 적용한 사람들이 저질렀던 실수를 거의 동일하게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OKR의 핵심 원리 중 하나로 S.M.A.R.T 원칙이 있습니다. SMART는 구체적이고(Specific), 측정 가능하며(Measurable), 도달가능한(Attainable), 연결성이 있고(Relevant), 시기가 분명한(timely)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목표의 설정 원리입니다. 이를 좀 더 풀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체성(Specific): 성과목표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달성하려 하는지 구체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 측정가능성(Measurable): 성과목표는 정량적인 경우 구체적인 정량적 목표를 제시하며 측정할 수 있도록 설정해야 한다. 만약 성과목표가 정성적인 경우 성과물의 질적 평가, 측정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 도달가능성(Attainable): 직원 개인이 업무의 책임, 권한 범위 내에서 약속한 기간 동안 도달 가능한 (그러나 높은 수준)으로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
- 연결성(Relevant): 성과목표는 전사로부터 세부 조직까지 연계되고, 의미가 있어야 한다.
- 시의적절성(Timely): 성과 목표는 분명한 시기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일련의 원칙이 OKR의 차별점이자 핵심이라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S.M.A.R.T 목표는 KPI의 대원칙과도 같습니다. 이는 MBO의 일환으로 KPI의 원칙을 제시할 때 80년대 이미 제시된 원칙이자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우리가 SMART 원칙을 받아들이기 전에 ‘초점을 맞춰’ 질문해야 하는 것은 왜 KPI가 “S.M.A.R.T’원칙을 강조했으면서도 실패했는가에 있습니다. 이런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려 치면 우리는 KPI 및 OKR을 유행시키려 하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저지르고 있는 오류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OKR의 핵심이 ‘측정’이라고 강조합니다. SMART 원칙 중에서도 ‘측정 가능성’이 가장 강조되는 것입니다. 목표에서 측정은 물론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시킬 수도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동시에 품질관리의 세계적 석학 에드웨드 데밍Edwards Deming은 ‘측정 가능한 모든 것을 측정하라 그리고 측정이 힘든 모든 것을 측정 가능하게 만들어라’라 말했습니다.
KPI와 ‘교조적 OKR’(우리는 앞으로 OKR을 새로운 ‘정답’으로 강조하며 결국 KPI와 같은 방향으로 이를 몰아가는 행태를 ‘교조적 OKR’이라 부르겠다.)은 이 말에 매몰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SMART 원칙은 그 자체만으로는 훌륭한 원칙이지만 이를 우리가 적용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주의해야 할 시사점이 있습니다.
목표편에서 지속 강조했지만 궁극적인 목표 기반의 경영은 열망(의 목표)와 열망의 현실화(목표), 추상과 구체를 넘나드는 것입니다. SMART는 열망의 현실화를 위한 노력 가운데에 우리가 당장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를 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원칙이지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 전체를 ‘지배하는’ 절대반지가 아닙니다. KPI, 교조적 OKR주의자들은 SMART 원칙이 갖는 목표관리 전반의 객관적인 위치와 맥락을 절대적인 명령으로 바꾸어 버리는 오류를 범합니다.
이런 태도는 우리를 매우 피상적이고 경직된 사고를 갖게 합니다. 교조적 KPI, OKR에 매몰되다 보면 우리는 목표의 일종인 ‘성공’을 정의함에 있어서 본질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터드러커와 에드워드 데밍의 이야기가 적용되는 영역은 목표의 흐름 전반에 있어서 지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측정’이라는 도구를 상황맥락 고려없이 정답처럼 들이대다간 우리는 테일러리즘이 저지른 실수를 또 반복하게 될 뿐입니다.
분명 구체의 영역에서 우리가 측정가능한 것들을 측정하고 데이터화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운동을 전문적인 수준으로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우리의 움직임을 비디오로 찍어 관찰하고 기록을 재는 것은 우리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좀 더 나은 다음 시도를 계획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측정은 곧 ‘반복 없는 반복’을 위해서 우리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서 큰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그 상황 맥락을 벗어나 모든 곳에 적용되는 순간 이 도구는 때때로 독이 됩니다. 같은 운동 경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스톤컨설팅 그룹 파트너 이브 모리유(Yves Morieux)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한 세계 육상 대회 현장 비디오를 제시합니다. (참고영상_How too many rules at work keep you from getting things done)
이 영상에서 프랑스 대표팀은 미국 대표팀보다 뒤쳐져 있습니다. 프랑스 대표팀 개개인은 미국 대표팀의 개인보다 개인 기록 역시 나은 팀은 아닙니다. 논리적이라면 프랑스 대표팀은 경기에서 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바뀝니다. 미국 대표팀 선수가 어떤 특별한 실수를 하거나 프랑스 대표팀 선수가 어떤 특별한 조치를 한 것도 아니지만 프랑스 대표팀은 그 거리를 따라잡고 이내 대등한 경기를 펼치게 되었습니다. 경기장은 환호로 가득차고 결국 프랑스 대표팀이 우승을 거머쥐게 됩니다.
이브 모리유는 묻습니다. 그 힘과 원동력을 무엇에서 찾고 어떻게 볼 것인지. 만약 이를 기계적인 방식으로 수치화 한다면 우리는 승리의 답을 결코 찾을 수 없습니다. 바통을 넘겨주는 각도, 팔다리의 각도, 땀의 방향 등 측정가능한 모든 것을 측정하는 것이 그날의 승리 이유를 결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현장 변수가 존재하는 실전 경기장에서 그런 ‘각도’와 같은 측정의 해법이 승리를 재현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이는 구성원들의 그날 프랑스 대표팀이 어떻게 그런 유기적인 흐름과 협동을 창출할 수 있었는지 ‘상호작용’의 측면에서 바라보고 분석할 때 좀 더 유의미한 가설이 도출될지도 모릅니다. 측정 자체가 허무하다는 것이 아니라 측정이 문제의 본질을 찾기 위한 상황 맥락을 고려하고 실천적 지혜를 꾀하는 것보다 앞설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 것은 본말 전도이며 우리가 지금까지 저지른 똑 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일련의 맥락을 고려할 때 우리는 OKR과 KPI의 핵심적인 차이는 그 구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OKR을 제대로 쓰려 한다면 그 구조적인 차이를 인식해야 합니다. KPI는 목표가 곧 숫자 지표로써 그 안에는 목표의 맥락 중 하나인 ‘추상과 구체’, ‘열망과 열망의 현실화’를 지속해서 넘나들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그 프레임 자체가 우리의 유연한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반면 OKR은 목표와 핵심결과라는 두 가지 갈래로 나뉘어 있다. 매우 간단한 차이지만 이 작은 변주는 우리에게 추상과 구체, 열망의 현실화 목표를 무리 없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관리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다 줍니다. 때문에 OKR은 구체적 목표로서의 Objective,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좀 더 구체적인 지표로서의 Key Result의 단일 구조로 이해하기 보다 추상-추상, 추상-구체, 구체-구체의 변주가 가능한 일종의 목표 프랙탈(참고: 초개인주의_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과학적 실마리, 프랙탈)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습니다.
[그림] KPI와 OKR의 개념: KPI는 그 자체가 ‘지표’로서의 역할만 강조된 것으로 우리가 줄곧 이야기 해온 목표의 층위를 유연히 넘나들 수 있는 프레임워크로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OKR은 목표에 층위를 둠으로써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추상과 구체를 넘나들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합니다.
가장 큰 핵심인 일련의 구조적인 차이 외에 OKR이 KPI와 비교해 가지는 차이는 형식보다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있습니다. 존 도어는 KPI가 실패해온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을 ‘평가-보상’과 연결 지으려 하기 때문이라 비판합니다. 목표 달성도를 기준으로 이것을 평가해 보상하려 하다 보니 조직 구성원들은 더 이상 목표를 내 업무의 몰입과 성취를 위해 목표를 상향하는 것보다 목표를 가능한 축소해서 평가에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려 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OKR을 목표관리의 본질에 맞게 운영하고자 하는 기업은 이것을 보상 인센티브와 가능한 직접적으로 연결하지 않으려 합니다. 만약 주변에 OKR을 새로운 정답으로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이를 새로운 평가-보상, 인센티브 연결방식으로 이해하는 리더, 팀원이 있다면 그것은 과거의 길을 답습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꼭 인식했으면 합니다.
또 쉽게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 ‘평가 주기’에 대한 것입니다. 이 역시 엄밀히 말하면 구조, 형식보다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종래의 KPI기반 MBO는 연말에 한번 점검하는 주기였습니다. 이 역시 보상을 위한 평가 방향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OKR기반 MBO는 그 점검 주기를 단축합니다. 구글은 전반적으로 분기 단위로 점검하는 원칙을 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주기는 얼마든지 더 당겨질 수 있습니다. 애자일 방법론을 적용해 스프린트를 하는 조직이라면 최소단위의 OKR(계속 강조하지만 OKR은 거대한 하나의 세트가 아니라 얼마든지 좁힐수도 넓힐 수도 있는 프랙탈과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의 경우는 최소 2주 단위 회고 및 새로운 OKR 수립 과정이 이뤄질 것입니다.
핵심은 풀고자 하는 문제가 가진 고유의 상황 맥락, 사이클을 고려해서 그 목표가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데 적절한지 아니면 다른 가설 목표를 세워 다른 시도를 해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최적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에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런 맥락을 고려하는 것보다 기계적인 접근 방식을 취합니다. ‘평가 주기가 1년에서 분기로 단축되었습니다. 분기 단위로 기존에 하던 자기평가, 360도 평가, 리더 평가서를 제출하세요’
‘지속가능한 최적화’에 대한 맥락, 뉘앙스를 알지 못한 채, 기존에 가지고 있던 평가에 대한 마인드셋과 평면적 사고방식을 그대로 보유한 채 OKR을 도입하면 기존에 하던 복잡하고 어렵고 실용성 없던 평가행위 자체를 4배(분기에 1번 시행), 경우에 따라서는 12배(월 1번 시행)를 더 해야 하는 악몽으로 변질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할 것은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해 필요한 ‘측정가능한 지표’는 측정이 가능한 지표 그 자체, 즉 ‘측정가능한 뭔가 연관 있어 보이는 아무 지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위 목표를 정확히 설명해줄 수 있는 ‘질적으로 좋은, 측정 지표’를 의미한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핵심은 우리 제품의 진짜 성장을 가져다 주는 ‘지표’가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우선 되어야지 우리 제품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 같은 ‘지금 측정 가능한’ 지표가 되어서는 곤란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오히려 측정 가능한 세계에서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라 꼽는 ‘허무 지표’에 불과합니다. 측정가능한 세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측정가능한 세계에서도 당장은 힘든 곳에서도 중요한 것은 ‘올바른’ 목표입니다.
목표가 가진 속성을 통합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넘나들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이름을 가져다 붙여도 여러분의 삶과 조직의 건강에 유의미한 활력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즉흥적으로 우리는 이 글을 쓰면서 VIP Chef 라는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냈습니다. VIP Chef는 기억하기 쉽게 ‘VIP인 우리에게 건강한 조직의 습관, 에너지를 제공하는 쉐프’를 연상시키도록 만들어낸 말이면서 동시에 목표가 가진 핵심적인 속성과 메커니즘인 Visioning(비전/열망), Practice(연습), Checklist(점검할 일, 기록), Flow(몰입)을 담은 용어입니다.
Visioning: 우리는 목표를 추구함에 있어 그 목표의 궁극이 어떤 비전, 열망을 품고 있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이는 삷, 혹은 조직, 좀 더 구체적으로는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그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묻는 나침반과도 같습니다. 시작은 ‘좋은’ 목표, 성공을 재정의하는 것에서 부터입니다.
Practice: 연습은 ‘의식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는 열망을 현실화하기 위해 당장 내가 무엇을 어떻게 어떤 태도로 수행해야 할지 의식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좀 더 구체적인 목표, 도전적인 상황, 좋은 피드백입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좋은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시도하며 유의미한 배움을 얻고 이를 토대로 다시 시도하는 팅커링 루프Tinkering Loop를 구현하고 그것이 가진 의미를 의식해야 합니다. 전통적인 S.M.A.R.T 원칙은 이 맥락 안에서 고려될 때 바람직한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Checklist: 인간은 지구상 가장 뛰어난 동물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제한된 합리성을 갖습니다. 우리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날의 심리상태나 기분에 따라, 혹은 상황 맥락에 따라 농치고 맙니다. 체크리스트는 우리가 특정 상황에서 ‘변함없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기록’하고 ‘프레임워크’화해 우리가 혹시나 인지적인 오류를 겪고 있지 않는지 점검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동시에 나아가 객관적으로 우리의 상황을 바라보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떤 성공의 정의와 목표를 가지고 그것을 수행함에 있어서 우리가 혹시라도 묵과하거나 놓칠 수 있는, 그러나 매우 본질적인 문제를 사전에 ‘체크리스트화’ 해 수시로 활용함으로써 방향성을 지속 점검할 수 있습니다. (Checklist A type),
그런의미에서 우리가 즉흥적으로 이야기 하는 VIP Chef 프레임 역시 일종의 Checklist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목표를 추구하는 실천 과정을 가능한 객관적으로 관찰하려 하는 과정에서 이를 ‘기록’함으로써 우리가 ‘반복 없는 반복’의 연습에 다가설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Checklist B type) 전통적인 S.M.A.R.T 원칙은 이 맥락 안에서 고려될 때 유용하지만 다양한 상황 맥락에서 다른 가치와 충돌할 경우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Flow: 행복의 또다른 말은 ‘쾌락’보다는 ‘몰입Flow’입니다. 목표를 추구하고 우리가 정의한 성공에 도달하려 한다는 것은 때때로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몰입하는 과정을 통해서 그 고통을 극복하고 성장합니다. 몰입은 과학입니다. 몰입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능력과 도전의 균형입니다. 우리는 높은 수준의 능력에서 그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의 목표에 도전할 때 몰입할 수 있습니다. 몰입에 필요한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목표와 적절한 피드백은 ‘의식적인 훈련’을 위한 조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 나아가 조직이 불러일으키는 열망을 위해 의식적으로 연습하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과 전략을 찾아야 합니다. 도무지 우리가 ‘몰입’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환경’이라면 조직의 목표관리 시스템에 경고등이 켜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