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xed Mindset VS Growth Mindset
업무에 관련해 상사와 이야기하다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대화가 있습니다.
팀장: “A 업무에 대해서 어떤 자세로 할래?”
팀원: “배운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팀장: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야.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해.”
“그리고 회사가 학교야? 배우는건 학교에서나 배우는거고.”
팀원: “잘하겠습니다!”
팀장: “어떻게 잘 할래?”
팀원: “전략을 세워서… 열심히..”
팀장: “(웃으며) 열심히 필요 없다니깐. 여긴 프로의 세계야.
노력해서 될거였으면 아무나 데려왔지. 넌 선택된 인재니 잘해야해. 그냥 잘해.”
일반경영이 가정하는 ‘타고난 인간형’이 전형적으로 반영된 사례입니다. 하지만 한 미국 심리학자는 오래전 이런 시스템 대부분이 오히려 개인과 조직의 실질적 성과를 방해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 학자의 문제의식, 이론은 새로운 경영/조직 패러다임의 가장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심리학자 캐롤 드웩Carol Dweck 스탠포드 Stanford 대학 교수의 ‘마인드 셋'[1] 이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캐롤 드웩Carol Dweck 사람의 본질을 두가지 마인드 셋으로 정의했습니다.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과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입니다. 고정 마인드셋은 인간은 타고난 것이며 변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타고난 재능, 역량이 있으며 이것은 노력이 뛰어넘을 수 없는 부분이라는 인식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성장 마인드셋은 사람이 가진 자질은 단지 성장을 위한 출발점일 뿐이며 노력이나 전략, 또는 타인의 도움을 통해 얼마든지 자랄 수 있다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애초에 갖는 재능이나 적성, 관심사나 기질은 저마다 다를지라도 누구나 응용, 경험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고정된 자질’이라는 세계에서 성공이란 ‘자신이 똑똑하거나 재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입니다. 반면 ‘변화하는 자질’의 세계에서 성공은 ‘새로운 무엇인가를 익히는 데 최선을 다하는 일’을 뜻합니다. 고정 마인드셋 세계에서 실패는 ‘패배’나 ‘후퇴’의 동의어와 같습니다. 사례의 농담반 진담반 대화처럼 이 세계에서 ‘노력’이란 곧 ‘무능’한 것입니다. 실패와 마찬가지로 멍청하고 재능이 없는 사람이나 노력하고 애쓰는 것이라는 인식과 행동을 유발합니다.
일반 경영이 가진 사람에 대한 인식과 관료제, 권위주의, 경쟁과 압박, 감시와 처벌, 당근과 채찍 등의 시스템은 정확히 인간의 고정 마인드셋을 자극해 왔다. 뇌과학에 따르면 경쟁과 압박 시스템은 인간의 ‘경직-투쟁-도피’(freeze-fight-flight) 반응*을 부릅니다. 이러한 뇌신경반응은 우리가 위험한 야생동물에 갑자기 맞닥뜨렸을 때와 같은 물리적 위협이 우리에게 갑자기 가해졌을 때 발생하는 “두뇌 납치(Brain Hijack)” 현상과 유사합니다. 고정 마인드셋을 자극하는 것이지요.
경직-투쟁-도피(freeze-fight-flight) 반응: 긴박한 위협 앞에서 자동적으로 나타나는 생리적 각성 상태를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원시인이 사냥을 나갔다가 야생동물을 만났다고 가정해 봅시다. 우리는 순간 얼어붙습니다. 경직(freeze) 반응은 지향반응(orienting)으로 부교감신경계에 의해 매개되며 잠시 운동반응이 정지되어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합니다. 도망이나 싸움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 겁에 질린 긴장성 부동(tonic immobility) 상태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 역시 일종의 경직(freeze) 반응에 해당됩니다. 완전한 긴장성 부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 혈압이 올라가고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며 근육으로 공급되는 혈액의 양을 증가시켜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에 직면하게 되면 인체는 생존하기 위해 그 위험에 대항할 것인지 혹은 도망갈 것인지 반응하게 되며, 우리 뇌의 여러 부분과 자율신경계가 혈액 내로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여 신체가 행동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게 됩니다. 이처럼 스트레스 반응은 1차적으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부교감신경의 기능은 저하되는 쪽으로 작동합니다.
고정 마인드셋은 사람들이 속임수를 쓰도록 유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반 경영의 경쟁과 압박 시스템은 사람들로 하여금 진짜 성과를 내는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슈퍼스타처럼 보이기 위한 속임수를 찾도록 유도합니다. 어려운 도전 역시 피하려고 합니다. 아무리 높은 가치가 있더라도, 일단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가 높거나 난이도 높은 전략 과제라면 구성원은 그것에 흥미를 느끼기 보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부터 느끼기 때문입니다.
성장 마인드셋은 애자일 방법론, 나아가 경영 패러다임으로서 애자일 경영이 추구해야할 정수(精髓)입니다. 성장 마인드셋에 기반한 애자일 경영이 추구하는 바는 생물학적 ‘진화’의 원리와 비슷합니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완벽함이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속되는 적응 과정이 반복될 뿐입니다. 그리고 이런 주기는 지속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으로 전개됩니다. 자연이든 유전자든 사람이든 완벽하다면 진화할 필요가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유기체, 조직, 사람은 단한 순간도 완벽한 적이 없었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슈퍼스타, 원래부터 완벽한 누군가를 가장하고 연기하는 것보다 불완전함을 직면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을 보았을 때도 훨씬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
성장마인드셋의 특징
1) 최선을 다하고 배우고 발견하는 ‘과정’에서 성공을 찾는다. (자신의 우월성을 증명함으로써 타인을 정복하려는 함정에서 벗어난다.)
2) 실수와 실패로 좌절감을 느끼기 보다 오히려 자극제로 삼는다.
(그 때문에 실패를 인정하고 공감을 구하는 일에 익숙하다.)
3) 성공, 성장을 위한 ‘전략’과 프로세스를 관리할 줄 안다.
(동기부여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어떤 전략이 통하고 통하지 않는지 끊임없이 실험하고 개선한다.)
4)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근성(Grit)을 가지고 있고 이마저 배울 수 있는 것이라 여긴다.
*성장마인드셋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으신 분은 첨부하는 영상 및
캐롤 드웩의 저서 '마인드셋, 김준수 옮김, 스몰빅라이프'를 참고해 보십시오
이제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 Satya Nadella 가 기업의 성공을 ‘조직 개개인이 성장 마인드를 갖는 것[2] 으로 재정의한 맥락,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나델라의 의도는 개인을 넘어 유지적인 성장마인드셋 ‘조직’을 구현하는 것에 있을 것입니다. 애자일 경영을 도입하고자 한다면 인간, 인재, 성공에 대한 근본적 관점부터 변해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관점에서 지금의 구조, 프로세스, 체계, 하물며 지금 당신이 쓰고 있는 언어적 표현과 행동 까지도 면밀히 스스로 들여다보아야 할 것입니다.
현실로 돌아와 우리가 과연 '성장마인드셋'을 조직, 문화화할 수 있을까? 그러려면 어떤 인식과 노력이 우선 필요할까?를 묻는다면, 저는 여기에 '채용(엄밀한 의미에서는 In & Out)'과 '넛지(Nudge)'라는 화두를 던져두고 싶습니다.
개인은 타고난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변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마인드셋 이론을 받아들이더라도, 그것이 가능한 첫 출발점은 우리가 '성장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선천적으로든 후행적으로든 인식하고 수용하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현 수준에서의 '역량'을 검증하기 이전에 인재가 '성장마인드셋'을 가졌는지를 면밀하게 보는 것은 채용, 조직의 In & Out에 있어 새로운 '기준'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질문과 노력을 통해 채용 후보자가, 혹은 조직 구성원이 성장마인드셋을 가졌는지를 분별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것을 과연 조직운영 현실에 어떻게 덧입혀야 할까요? 그에 대한 조직 나름의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또다시 실험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직의 In & Out System을 진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는 'Nudge' 의 맥락에 대해서도 이해해야 합니다. 넛지는 '슬쩍 찌르다'는 뜻을 가진 용어로 행동경제학에서 '선택 설계'를 뜻하는 말입니다. 즉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지만 시스템 상의 설계로 사람의 선택을 많이 받게 하거나, 또 반대로 선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다는 맥락이 담겨 있습니다. 넛지의 개념과 맥락을 인식하고 우리 조직 내부를 들여다보면 우리는 우리의 조직 운영 시스템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글의 초반부에 언급했듯이, 테일러리즘에 기반한 철학이 반영된 조직 운영 시스템과 거기에 물든 우리들의 행동과 표현은 단지 '애자일 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현상/Snapshot을 넘어서 다시 '테일러리즘적 사고와 고정 마인드셋 Fixed Mindset'을 자극하는 '넛지'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왜 단지 우리가 '성장 마인드셋'을 조직에 활성화하기 위해 In & Out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부족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성장마인드셋을 가진 인재가 조직에 유입된다 하더라도 우리가 가진 시스템이 정반대의 '고정마인드셋'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면 그들이 본연의 마인드셋을 제대로 발현하기도 어려울 뿐더라 나아가 성장마인드셋을 조직적으로 활성화하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우리는 통상 운영 시스템을 도입할 때 '유행하는' '유명한 기업'의 프로그램을 피상적으로 벤치마크해 그대로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보다 지금 우리조직에 있는 운영 시스템/프로그램이 구성원의 어떤 마인드셋을 '자극'하는지 면밀히 살피는 것이 우선입니다. 문화적으로 형성된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표현, 운영 시스템의 맥락을 있는 그대로 '가시화'해보고, 이 것이 '찌르고 있는' 방향성, 그리고 그 영향(Impact)을 파악해 '성장마인드셋'을 자극하는 쪽으로 조율, 조정해가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나는 지금 '경험에서 벗어나기'를 하고 있다네."
"하지만 선생님, 선생님은 늘 삶을 경험하라고
말하지 않았던가요?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모두를 경험하라고 하면서 또 벗어나라고 하는 말은 도대체 어떤 뜻이죠?"
"음.자네도 거기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군.
하지만 벗어난다고 해서. 경험이 우리를 꿰뚫고 지나가지 못하게 한다는 뜻은 아니야. 반대로 경험이 자네를 온전히 꿰뚫고 지나가게 해야하네.
그렇게 해야만 거기서 벗어날 수 있어."
- 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中
[1] Carol Dweck, 김준수 옮김, 마인드셋 Mindset: The New Psychology of Success, 스몰빅라이프
[2] Satya Nadella, 최윤희 옮김, 히트 리프레시 Hit Refresh, 흐름출판
P.S
여기 게재되는 글들은 출간 도서 [네이키드 애자일, 미래의 창]에 미처 담지 못한 내용까지 포괄해 담은 원문에 가깝습니다. 비교해가며 보셔도 좋을 것 같아 메세지 남겨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