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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효이재 Mar 28. 2017

애자일 성과관리 방법론의 이해

Rethink Performance Management_실무

'애자일 성과관리'의 탄생


 앞선 글에서 포스트 성과주의(Post Meritocracy)라는 새로운 성과관리 철학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이번엔 포스트 성과주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는 성과관리 방법론의 구체적 특징을 다뤄볼까 합니다. 방법론 역시 포스트 성과주의라는 용어와 마찬가지로 공식적으로 통일된 명칭은 아니지만, 영미권 전문가들은 이를 주로 '애자일 성과관리(Agile Performance Management)'로 칭하고 있습니다.


 애자일 성과관리는 소프트웨어 개발 영역의 애자일 방법론(Agile Software Development)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명칭뿐만 아니라 내용 상의 맥락도 반영이 되어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애자일 방법론은 시장 변화가 매우 빠른 IT 시장에서 변화에 유연하고 적응적인(Adaptive)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고안된 개념입니다. 기존 소프트웨어 개발이 '요구분석' - '프로그램 설계' - '코딩' - '테스팅' - '유지보수'라는 단선적 프로세스로 진행되었다면, 애자일 방법론은 '기획~검토'의 개발 단위를 수차례 반복함으로써(그림 1 참조)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그림출처: Google Image

 2001년 켄트 벡(kent Beck)을 포함한 저명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17명이 미국 유타의 Snow Bird 리조트에서 모여서 애자일 방법론 선언을 발표한 이후, 비영리 조직 애자일 연합(Agile Alliance)에 의해 개발 원칙들이 관리되고 있는데 이들의 주요 선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절차와 도구를 넘어선 개성과 화합

2. 종합적인 문서화를 넘어선 동작하는 소프트웨어

3. 계약과 협상을 넘어선 고객과의 협력

4. 계획 준수를 넘어서 변화에의 대응


 관습과 형식보다는 실제 원하는 결과(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실용적 접근을 중요시하고, 그 과정에서 적극적인 상호 소통과 협력을 추구하며, 급변하는 환경에 신속히 적응한다는 애자일 방법론의 철학은, 이에 기반한
실리콘밸리 주요 IT 소프트웨어 기업의 성과관리에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친것으로 보입니다.

 

 애자일 방법론 근저의 사고방식과 이에 비롯한 기업 문화, 변화된 업무 프로세스에 익숙해진 몇몇 성공적인
혁신 기업들은 'Rink and Yank' 식 합리주의 성과주의 일변도의 성과관리 시스템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되었고, 마침 심리학, 행동경제학 등 학문분야 내 새로운 연구흐름/방법론은 그들의 '의심'을 '확신'으로 뒷받침하고 새로운 성과관리 방법을 고안, 실천할 수 있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하였습니다.


애자일 성과관리의 주요 특징


 애자일 성과관리(Agile Performance Management)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조직 구성원의 내재적 동기부여 요인에 대한 제도/운영 차원의 고민을 강화했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성과관리 체계가 동기부여 = 금전적 보상이라는 단선적 전제아래 조직되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운영의 통제 가능성/효율성 측면에 더 도움이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애자일 성과관리는 구성원의 내적-심리적 동기부여에 주목함으로써 구성원별로 동기 부여를 추동하는 맥락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합니다.

 
 이러한 거시적 흐름 아래 애자일 성과관리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특징, 동시에 기존 성과관리와 구별되는 유의미한 차별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마도 앞선 포스트 성과주의 글과 좀 중복되는 내용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선 글에서 총론적으로 설명한 부분을 각론의 범주에서 조금 더 세부적으로 분류, 설명한다고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애자일 성과관리 실천 기업들의 주요 특징


Rethink..

1. 'Stack Ranking' - 상대평가

2. 'Motivation (by incentives)' - 인센티브를 통한 동기부여

3. 'MBO' - 목표 관리

4. 'Communication & Leadership' - 소통과 리더십

5. 'Review Mechanism' - 평가 매커니즘

6. 'Assessment Items' - 평가 항목


1.  Rethink 'Stack Ranking'



 ‘스택 랭킹(Stack Ranking)’, ‘랭크 앤드 양크(Rank and Yank)’ 등으로 불리는 상대평가 시스템은 명칭이야 다양하지만, 결국 매년 직원들을 평가해 구성원의 성과를 강제 서열화하고, 이에 따른 차별적 인사관리를 한다는 공통적 골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구성원의 성과를 정확히 측정∙비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테일러식 합리주의에 경제학의 파레토 법칙, 수학의 정규분포 아이디어가 덧입혀져 있습니다. 얼핏 상당히 ‘과학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는 정작 ‘과학적 근거가결여된’, 일종의 휴리스틱스(Heuristics, 고정관념에 기초한 추론적 판단)에 가깝다는 지적이 최근 연구를 통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영전략/분석전문가 조시 버신(Josh Bersin)은 이것이 사실상 ‘특정 시대와 지역에서 활동했던 비즈니스 리더(GE의 잭 웰치와 같은)의 성공담에 의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한바 있습니다. 실제 상대평가 시스템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인 GE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스스로 이 체계를 폐기했습니다. 2012년 미국 유명 월간지 베니티 페어(Vanity Fair)는 21세기의 시작과 함께 10여 년간 추락을 거듭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실패 원인은 ‘스택 랭킹(Stack Ranking)’이라 단언하기도 했습니다.


  Ranking System의 가장 큰 문제는 구성원의 협업과 Team Work 구축을 방해하는 한편, 외부 경쟁 환경에 대한 대응력은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점입니다. 날이 갈수록 변화의 속도와 폭이 큰 경영환경에서 구성원 간의 협업 필요성과 전문 직무 간의 융합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상황에서 Bell Curve에 따른 Stack Ranking 체계는 오히려 과도한 경쟁과 갈등을 유발해 조직의 생산성과 몰입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Neuro Leadership Institute, 2015) 이는 앞서 잠시 말씀드렸다시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실패 원인으로도 강하게 지목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베니티 페어를 통해마이크로소프트의 전/현직 직원들은 스택 랭킹이 구글, 애플 등과 같은 경쟁사와 경쟁해야 할 때 오히려 내부 직원 간의 경쟁과 갈등을 조장했다고 강하게 비난한바 있습니다.


 Stack Ranking의 기준이자, 성과관리의 핵심 아이디어인 'Bell Curve' 논리도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기업 경영 성과관리 영역에서 Bell Curve 논리의 전제가 되는 '정규 분포' 가정은 맞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대형지진과 허리케인,그리고 대규모 주가 변동 등과 같은 물리적 현상이나 경제 관련 사건의 발생 빈도, 가난한 사람과 소득 상위1퍼센트에 속한 사람의 소비 지출 차이와 같은 계층 간 경제 관련 결과의 격차 등 불확실성이 가미된 이례적 현상 등에 대해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인간의 심리,행동 요인, 그리고 환경적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활성화되는 기업 경영 활동에서 조직 구성원이 이뤄내는 성취는 대부분의 직무 영역에서 정규분포가 아닌 멱합수 분포를 따른다고 말합니다.(Laszlo Bock, 전 google CHO, Google work Rules! 2015)


 이를 좀 더 쉽게 풀어 얘기하자면, 실제 조직의 실질적 성과를 견인하는 구성원은 정규분포 곡선에서 추산하는 비율보다 훨씬 낮고, 단 이들이 창출하는 성과는 반대로 정규분포에서 예측하는 기여 보다 훨씬 높다는 것입니다.


 Mckinsey가 2016년 발간한 성과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멱함수 법칙에 근거한 최신 성과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첫째, 초고성과자를 내부 매우 소수 인력을 파악해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며 둘째, 그 이외의 구성원들에 대해서는 성과의 강제적 우열분류에 천착하기 보다 실질적인 성과창출을 독려하기 위한 Performance Development의 관점으로 인적 관리초점을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Boris Ewenstein, Bryan Hancock, andAsmus Komm, “ahead of curvethe future of performance management”, Mckinsey Quately 2016)



2. Rethink 'Motivation (by incentives)'



 과연 금전적 보상 차별화와 경쟁 강화가 구성원의 '성과'를 촉진, 독려하는 핵심적인 동기부여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꽤 오랫동안 '그렇다'라는 답이 유행했습니다. 저 역시 HR 컨설턴트로서 '신인사제도' 혹은 '성과주의 인사제도'와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경쟁'과 '평가'에 따른 '보상 차별화', '임금 구조의 변동급 확대' 등을 강조하는 작업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산업 내 요구도 많이 있습니다.


 물론 성과관리를 위해서는 보상전략 역시 필수 고려사항 중 하나이겠지만, 성과와 보상의 밀착, 강화가 성과 촉진의 만병통치약인양 무분별하게 도입, 강조되는 것(심지어 공공역역에 까지도)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고 싶습니다.


 실제 많은 최신 연구는 금전적 인센티브가 성과의 질적향상을 제대로 담보하지 못하고, 오히려 이를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듀크대학 행동경제학 교수인 댄 애리얼리(Dan Ariely)는 금전적 인센티브가 단순하고 기계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복합적인 사고를 요하는 문제해결과 같은 업무에 대해서는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습니다.


댄 애리얼리[Dan Ariely]의 실험


실험 1_키보드에서 두 개의 키를 4분간 가능한 많이 입력하는 미션을 높은 인센티브를 지급한 그룹(최대 300달러)과 적은 인센티브를 지급한 그룹(최대 30달러)으로 나누어 대조실험을 진행


 - 결과: 더 큰 금액을 받은 학생들이 글자를 더 많이 입력하였고, 이들의 성과는 대조그룹보다 95%나 높음

실험 2_실험 1에 참여한 같은 학생들에게 수학 문제를 풀도록 하고, 마찬가지로 높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그룹(최대 300달러) 적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그룹(최대 30달러)으로 나누어 대조실험을 진행


- 결과: 실험1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옴 높은 인센티브를 지급한 그룹의 성과가 32%나 낮아짐


실험 3_시카고 대학학생들을 상대로 간단한 단어 구성 놀이(Work Scramble)을 진행, 그 모습을 다른 학생들이 지켜보도록 함


- 결과: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이 없었을 때에 비해 약 절반 정도 밖에 문제를 풀지 못함


 일련의 실험은 심리학 개념인 '주의분산 효과(Distraction Effect)'가 무엇인지를 잘 알려주고 있습니다. 실험에서 학생들은 상당한 금액의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해당 업무를 잘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업무가 아닌 상금에 집중하기 시작하자 참여자가 느끼는 경제적 압박감은 높아졌습니다.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면서 정서적 압박감 또한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높아진 경제적/정서적 압박감은 결과적으로 성과를 떨어뜨렸습니다. 물론 외적인 압박이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은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누가봐도 매우 쉬운 과업에 한한 것이었습니다.


 댄 애리얼리 교수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높은 인센티브는 주의력을 상당히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정신과 집중력을 완벽하게 점령한다. 직원은 자신이 보상을 받게 될 미래의 상황과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될 때 느낄 후회를 더올리며 결국 눈앞의 업무에는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Common DataSet 2013-2014", MIT Institutional Research, 2014, http://ow.ly/GjJa8) 


 오늘날 기업 환경을 두고 흔히 'New Normal' 시대라고 합니다. New Normal은 원래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떠로운 저성장 국면의 새로운 경제질서를 뜻하는 말로 '저성장, 저소비, 높은 실업률, 고위험, 빠른 변화, 규제 복잡화'를 주요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New Normal 시대에서 기업은 이전 고성장 시대보다도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과거 단순 '효율' 중심의 '성과주의'는 New Normal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바라는 기업에게는, 더이상 맞지 않는 옷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애자일 성과관리 실천 기업들은 단기적인 성과와 보상의 관계를 상대적으로 완화시키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들은 과거 Rigid Calculation을 통해 나온 결과를 보상에 바로 대입하는 관행을 버리고 성과 Review 결과를 보상을 결정하는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해 보상 위원회(Committee)에서 합리적인 논의와 합의를 통해 구성원의 보상 수준을 최종 결정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Google은 성과 Review가 보상과 직결되어 있다는 구성원의 인식 고리를 끊기 위해 성과 Review 시기와 보상 논의 시기를 완전히 분리해 적용 하고 있기도 합니다.


 *'보상을 포함, 성과를 촉진하는 동기부여 기제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의 글을 통해 좀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3. Rethink 'MBO'


 기존 다수의 기업들이 성과관리에 활용하는 목표관리 방식 - MBO; management by objectives) 역시 조직 내의 ‘심리적 맥락’과 ‘내재적 동기부여’ 관점을 고려하는 형태로 바뀌어 적용되고 있습니다.  애자일 성과관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은 OKR(Objectives & Key Results)로 불리는 변형된 목표관리 방식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기업에 익숙한 BSC 기반의 MBO 방식과는 좀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국내기업 대다수가 도입해 활용하는 MBO 메커니즘의 골조는 ‘Top-Down’, 순차적세분화(Cascading)이라는 특징이 강한 반면, OKR은 구성원의 내재적 동기부여를 우선 강조하는 ‘Bottom-Up’ 차원에서의 목표수립이 강조됩니다. 경영진을 중심으로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강제 Cascading하는 현 MBO체계는물론 매우 체계적이고 정교하기는 하나, 그것을 하나하나 구현하기에는 매우 복잡하고 난해한 것도 사실입니다. 할당된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s)의속성 역시 개인이 직/간접 컨트롤하기 힘든 지표가 부여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비교해 OKR에서 주목할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설정되는 성과지표가 조직과 구성원 개인의 이상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습니다.


OKR은 제도의 이름처럼 Objective와 Key Result로 구성됩니다. 구성원은 MBO의 KPI와 유사한 점검 지표(KeyResult)를 도출하기 이전에 조직 혹은 개인이 추구하는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목표를가정합니다. 이 목표는 구성원 스스로 주체적으로 공개된 기업의 비전과 자신이 속한 조직/개인의 역할, 그리고 내재적 포부를 종합해 설정합니다. 개별 지표를 설정하기 이전에 일을 하는 목적, 직무를 통해 얻고자 하는 포부를 먼저 생각함으로써 '성과'에 대한 방향성을 내재화하고, 스스로를 동기부여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목표를 세운 다음에야 비로소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점검 지표(keyResult)를 3~5개 수준으로 명확화해 점검 지표로 삼습니다. 


둘째, 목표 수준은 달성 불가능한 최대한의 포부를 기준으로 합니다. 


구글의 전 인사책임자 라즐로 복(LaszloBock)은 의도적으로 어떤 경우에도 모두 달성할 수 없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라고 조언합니다. 대신에목표달성도 70%정도를 기대 충족 수준으로 간주합니다. 100을 이루기 위해서는 120을 꿈꿔야지 80~90의목표로 100을 이룰 수 없다는 사고, 꿈을 통해 스스로에게내재적 동기부여가 되어야 조직이 혁신할 수 있다는 사고가 구글 OKR에 내재되어 있는 것입니다.


테슬라, 구글, 애플, 넷플릭스 등과 같은 대표적인 포스트 성과주의 기업이 일반 기대를 뛰어넘은 혁신과 도약이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Dream을 목표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포부를 목표로 삼는다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엄격한 상호 경쟁과 이를 통한 보상 차별을 강화하는 현 MBO체계에서는 순수한 포부를 '목표'로 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경쟁과 보상이 직결된 MBO 체계에서 목표의 미덕은 얼마나 '현실적'인가 입니다. 순수히 꿈꾸지 못하는 기업은 New Normal 시대에서 Fast Follower는 가능할지 몰라도, 결코 시장에 새로운 Paradigm을 제시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MBO 체계 내에서는 그런 목표가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셋째, 조직 상위목표 연계와목표 적정성 검증은 ‘투명한’ 시장 논리를 통해 해결 합니다.


이러한 방법을 따를경우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문제는 목표 주체간의 ‘연계’입니다. 그렇다면,

'상위-하위조직, 개인간의 연계 그리고 조직간,개인간의 연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기존 MBO가 Systemic한 Cascading에서 그 답을 찾았다면, 애자일 성과관리 기업은 조직과 개인의 모든 목표(Objectives)와 핵심결과(KeyResult) 설정 결과를 누구든지 열람할 수 있도록 조직 내 완전 개방하고, 이를 조율할수 있는 논의의 장을 On/Off Line 상에 마련합니다.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독립적 조언자(Advisor)를 둠으로써 자연스럽게 상호검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이들은 건강한 Peer Pressure 아래 Objective간의 적절한 연계를 자율적으로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넷째, OKR은 기존 MBO 방식보다 짧은 점검주기를 갖습니다.


전통적 MBO는 기본적으로 년단위의 기간을 두고 목표를 설정, 관리해왔습니다. 그러나 OKR 적용 기업들은 Objectives와 Key Result를 시장/업무 환경과 맥락에 맞게 유연하게 상시적으로수정, 보완하고 또 진행과정을 점검합니다. 전통적 MBO는 기본적으로 년단위의 기간을 두고 목표를 설정, 관리하고 있습니다. 과거 경직된 1년 주기의 목표 수립과 목표 점검은 뉴 노멸(New Normal)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중론입니다. 



4. Rethink 'Communication & Leadership'



  테일러식의 합리주의 경영이 ‘눈에 보이는’, ‘계량’과 이를 위한 기계적 체계에 집중했다면,행동 경제학/심리학 패러다임이 반영된 애자일 성과관리는  구성원의 심리와 인식에 큰 작용을 하는 기업 내부의 ‘커뮤니케이션과 메시지’를 즁요하게 생각합니다.


 지금껏 제도를 어떻게 이름짓고,구성원에게 어떤 형태로 메시지를 전달하는가의 문제는 매우 부차적이거나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애자일 성과관리를 도입하고 적용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와 같은 기존의 행태를 뒤엎고 커뮤니케이션 디자인(Communication Design)에 큰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기업 외적으로 제품 디자인, 광고/홍보의 메시지 프레임, 기업 아이덴티티(Corporate Identitiy) 등 고객와의 접점에 대한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어느 때보다 중요시 되는 이 시대에 기업 내적인 리더십과 소통에 대한 '디자인'이 강조되는 것은 어쩌면 매우 당연하고, 오히려 진작 주목되었어야 할 영역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기업의 노력을 살펴보면 먼저, GE의 경우 평가와 관련된 용어에 대한 구성원 인식을 고려해 Performance Review를 Performance Development로 명명했으며 세부 Process 상의 one-to-one meeting을 Touchpoint로, Feedback을 Insight로, Goal을 Priorities로 대체해 사용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Adobe, Microsoft 등은 Check-In이라는 용어를 통해 전형적 ‘평가’, ‘피드백’이라는 용어가 기존 체계와 맞물려 가져오는 고전적(경우에 따라 부정적인)인식을 전환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Net Flix 역시 강점과 약점 등 자칫 Critical한 이미지/인식을 불러오는 직접적 단어보다 Stop, Start, Continue라는 용어를 통해 구성원이 자연스럽게 Feedback 문화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성과관리 전문기업 Zugata는 구성원의Skill Review에대해 ‘Work on it’, ‘Rocking it’ 두가지의 부드러운 표현으로 구성원을 피드백 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은 단지 구성원이 접하는 용어에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궁극적으로는 리더-팀원 상호간에 커뮤니케이션 하는 태도나 그 방법에까지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예컨대 권위주의적이고 성차별적 발언을 일삼는 리더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방식’과 ‘태도’로 구성원을 피드백한다면, 구성원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 시간들이 지옥과도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빈번한 소통은 결국 소통 주체간의 언행, 태도, 방식 등에 대한 높은 수준의 상호 배려와 이해, Skill을 요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며 이는 자연스레 리더십의 중요성으로 이어집니다.


5. 'Rethink Review Mechanism'



 ‘정확하게 평가하고 보상하면 구성원이 동기부여되고,이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진다’는 현대 성과관리의 기본 가정은 행동경제학/인지심리학적인 실험과 실증에 의해 ‘정확한 평가’라는 것 자체가 현 수준에서는 거의 불가능함이 밝혀졌습니다.  ‘평가’ = ‘성과관리’의 공식이 무너진것입니다.


 이에 따라 최신 성과관리 연구/실무 영역의 포커스는 ‘평가’ 그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 실질적인 '성장'을 도출하는데 과연 무엇이 필요한지를 찾는 것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순전히 이성적인

가정에서 출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무의미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의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동과 다양하고 복합적인 심리적 맥락을 감안할 때, 기존의 ‘동기부여’ = '보상' 프레임은 너무 단편적인 가정이었음을. 조직 혹은 개인에 따라 훨씬 다채롭고 복합적인 대안이 나올 수있음을. HR은 받아들이는 중입니다.


 애자일 성과관리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피드백(Feedback)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개인과 조직의 실질적 동기부여를 추동하기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조직 그리고 개개인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이 과정에서의 상호(Interative) 소통과 제안, 행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보다 생산적인 성과를 도모할 수 있다는 사고가 애자일 성과관리에 내재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조금은 어려운, 그러나 매우 중요시되는 특성을 키워드로 요약하자면 'Natural(자연스러운)', 'Authentic(진정성있는)'입니다. 기존의 피드백(Feedback)이 다분히 형식적이고 인위적인 절차에 짓눌려 피드백 본연의 역할을 수행 하지 못한 채 억지스러운 말장난 혹은 글짓기로 추락하고 말았다면, 애자일 성과관리를 실천하는 기업은 어떻게 하면 업무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그리고 올바른(진정성 있는) 피드백을 유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관련 프로세스를 개선합니다.


 Adobe나 Microsoft, GE 등의 기업이 피드백을 강조함과 동시에 이것이 ‘비공식적이면서도 ‘일상 활동’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것 역시 그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이는 앞서 댄 애리얼리의 실험을 설명하며 언급한 '주의분산 효과(Distraction Effect)'와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애자일 성과관리 기업들은 공식적으로 진행하던 Review Session은 분기에서 반기 혹은년 1회로 오히려 줄이고,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Ongoing Feedbakc은 강화, 장려함으로써 건강한 피드백 문화가 실질적으로 안착 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한때 애자일 성과관리를 도입하려던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이에 대한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상시적인 피드백을 '평가주기의 축소'로 해석해 공식 평가 주기를 1년에서 반기, 분기, 심하게는 월단위로 쪼개어 결과적으로 구성원의 실질적 부담만 키우고 말았습니다.


 ‘비공식적’으로 ‘자연스러운’ 피드백 문화를 정착하고 이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Insight)와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인사관리를 한다는것은 꽤나 어렵고 도전적인과제입니다. 이는 '피드백의 데이터'화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애자일 성과관리 기업 내에서도 OKR보다 훨씬 최근에서야 시도된 아이디어 입니다. 이들은 최신 IT 기술(CloudSourcing, Big Data Anaysis, esp. Deep/Machine Learning)과 접목시킴으로써 '피드백 데이터' 문제를 해소하면서도 적확한 성과관리를 위해 필요한 Analytics 및 근거기반의 HR에 한걸음 더 나아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6. 'Assessment Item'



 애자일 성과관리 실천 기업들은 자연스레 평가 항목에 대해서도 다시생각합니다. 큰틀에서 단지 사전 정의된 결과(Result)만 가지고 평가할 수 없고, 실제 결과(Result)와 Behavior/Attitude(행동/태도) 요인, 잠재력, 리더십 등의 무형적 자산도 동시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성과주의 내에서도 주류가된 인식이자 방법론 이지만 이를 구체화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기존 방식과 차이가 있습니다.


 [Result] 우리 기업 용어로 흔히 ‘업적 평가’로 불리우는 Result는 최근까지도 KPI와 ‘숫자’중심의 사고가 지배해 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선적 KPI 설정과 배당보다, 보다 실질적 동기부여와 성과 창출 동력 마련에 가까운 생산적인 ‘목표’를 설정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고 이에 대한 평가 역시 엄격한 계산(Rigid Calculation) 보다 적절한 자격을 가진 평가자 그룹의 의견개진과 논의를 통한 '조정'과 '합의'에 무게를 둠으로써 과거의 형식적이고 직접 통제 불가능했던 Result 평가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Behavior] 우리 기업 용어로 흔히 ‘역량 평가’로 불리는 Behavior에 대한 평가 방식은 실질적으로 운영상 부작용이 심각한 영역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에서 역량평가는 ‘불완전한’, ‘불공정한’(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는) 업적평가를 보완하거나, 평가자가 자신의 선호를 가시화하는 영역으로 잘못 활용는 경우가 많습니다.때문에 평가 항목이 어떤 형식이든, 결론은 미리 내리고 근거는 역으로 ‘창작’ 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영역은 특히 앞서 1부에서 언급한 System의 문제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역량평가 항목은 기업의 핵심 가치를 반영해 구성원의 행동/태도에 대해 인위적으로 항목을 분절하고 각각의 점수를 기계적으로 합산하는 방식으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추상적인 태도/행동의 인위적 분리와 산술적 통합이 본래의 '역량'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1부 '시계의 비유' 부분 참조) 결국 구성원들의 평가 부담은 가중되고, 평가결과는 억지스런 창작물로 전락하고 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애자일 성과관리 기업들은 이러한 영역을 비공식적 Feedback (그러나 자연스럽게 기록되는)을 통해 상황의 맥락과 인사이트를 그 순간순간 스냅샷(Snapshot)하고 이를 Data화 하여 수시 저장해 놓고 분석해 평가의 적확성을 높이고자 하는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맺음


 혁신 기업들이 포스트성과주의를 어떻게 구체화하고, 이를 기업 현장에 적용하고 있는지를 '애자일 성과관리'라는 그릇에 담아 분류하고 설명해보았습니다. 지금 우리 기업의 성과관리에 대해 의심하거나, 좀 더 나은 성과관리를 위해 고민하고 있는 기업 경영자, 인사 실무 담당자, 혹은 좀 더 나은 일터를 위해 고민하는 그 누구에게라도,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석학 김우창 선생은 "낯선 것의 단편적 주입은 우리 자신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작가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 새롭게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인사철학 중 하나는 "정책이 아니라 사람을 믿으라(Trust People, Not Policies)"입니다. 어떤 Best Practice의 주입이, 어떤 제도가, 어떤 정책도 기업의 변화를 스스로 완성시켜 주지는 않습니다. 결국 변화를 완성하는 것은 조직의 주체, 즉 조직 리더와 구성원 자신입니다. 새로운 체계가 '평가를 위한 평가'를 벗어나 구성원의 실질적인 '성장'을 동기부여하는 '사람 중심'의 성과관리 체계라 할지라도. 이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은 변화를 이끄는 주체들의 강력한 의지와 리더십이 아닐까요.


 *또 길고 어려운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OKR이라는 개념에 대해 조금은 생소해 하시는 분이 많아서, 다음글을 통해 OKR의 개념과 History, 방법론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궁금한 점이나 의견이 있으신 분은 언제든 연락, 댓글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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