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씩 어떤 상황에서든 이색적인 태도를 취해본다. 그중 하나가 연극을 보듯 관람하는 것이다. 대화나 상황에서 한 발자국만 멀어지면 잘 구성된 연극을 볼 수 있다.
선역도 있고 악역도 있다. 바보 같은 역할도 있고 똑똑한 역할도 있다. 사람들은 하나의 작품을 위해서 열심이다.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이 어떤 것이든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각 사람들이 상황에 따라 부족한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 유기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관중의 재미와 감동을 위해서 사람들은 부족한 역할을 감내해야만 한다.
나도 극 중 한 역할로서 한 해를 보냈다. 아니, 그런 삶을 살았다. 우리는 연극처럼 살아져 간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기 위한 역할을 감당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분노를 오롯이 감당해야 할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쉴 새 없이 무대와 관중석을 오간다. 이렇듯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다. 밋밋한 행복을 위해서가 아닌 주어진 삶을 감당하기 위해서. 연극이 계속되고 있다. 주어진 희곡을 감당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