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퇴사자, 올해는 자유인

형편없는 방황, 그 후의 이야기

by 최작가




다시 가을이다.

작년 가을에 뭘 했더라?


멋있는 학습지 교사가 되겠다며 한창 들떠있던 시기였었나. 벌써 1년이 지났다.


2020년은 그 이름처럼 엄청나게 새로운 해가 될 것 같았고,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려 했었다. 세상에 돈버는 방법은 많았고, 그런 방법들에 대해 들을 때마다 다 시도해보고 싶었다. 돈버는 방법을 다루는 유튜브 컨테츠들을 찾아서 줄창 시청했다. 그래서 온라인에 상점을 개업했고, 블로그를 개설했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아, 인스타 계정도 만들었구나.


유튜브에 나오는 성공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말했다. 일단 시작하라고. 시작해서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된다고. 나는 쉽게 희망에 부푸는 사람이니까 희망에 한껏 부풀었기에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고, 발전시키는 것은 더 어려웠다. 뭔가 시작했다는 뿌듯함이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고 그 느낌에 속아 점점 실속이 없어졌다. 어느 지점부터 발전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더 치열해지는 것은 잘되지 않았다. 미련하게도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된다'는 말을 지푸라기처럼 잡으며 포기는 하지 않고 있다.


어쩌란 말이냐. 이 나태한 인간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성과를 내는거야. 정말 대단하다.

내가 차라리 감탄보다는 질투를 하는 타입이었다면 좀 더 치열해지기 쉬웠을까?


그나마 다행인 건 1월, 2월, 3월, 4월, 5월, 6월, 7월, 8월, 9월을 돌아봤을 때 허무하지는 않다는 것.

느리고 보잘 것 없지만 전에는 해본 적 없는 일들을 했으니까. 너무도 미미한 성과밖에 없었지만 불안하지 않으니까. 가능성이라는 것. 회사 없이도 돈을 벌 수가 있다는 것. 실제로 혼자힘으로 해냈을 때의 그 신기함, 대견함, 뿌듯함.


게으르고 나태하지만 조금씩은 움직여온 나의 행보.

나무라지 않으려 한다.

왜 이것밖에 못했냐고.


대신 말해주고 싶다. 다양하게 시도를 무작정 해보는 것도 좋지만 좋아하는 일을 해보라고. 더 적극적으로 좋아할만한 일을 찾으라고. 돈돈돈. 돈에 시달려 펼치지 못한 마음속의 욕망을 조금씩 펼쳐보라고. 이제는 괜찮다고.


성과가 없는 건 너무 돈만 쫒아서 그런게 아닐까?

힘들어도, 피곤해도, 마음이 두근두근해지는 그런 일을 찾아서 하고 싶은 건 너무 때늦은 소망일까?


회사 다니던 시절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회사를 갓 나왔을 때의 그 묘한 쓸쓸함과 상실감도 남의 감정처럼 느껴진다. 내가 온하루를 다 회사에 쏟아붓던 회사원이었다는 사실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진다.


퇴사 후에 오는 것들을 다 받아들이고 난 후라서일까.

비로소 자유롭다.

이제는 퇴사자가 아니라 자유인이다.


푸른 나뭇잎이 조금씩 물들어가는 계절. 맑고 청량하지만 어딘가 쓸쓸한 공기를 품은 계절. 늦가을.

좋은 계절을 느끼고, 자유를 즐길 수 있는 지금에 너무 감사하다.

나는 자유로운 백수.


- 왜 퇴사했어요?


'적성에 맞지 않아서요.'말고 다른 대답이 하고 싶어졌다.

이제 다시 대답해보려 한다.


- 나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서요.


해보자, 뭐든.

계속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