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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가J Jun 11. 2024

까짓거, 부러워해줄게 !

마음이 가난한 밤도 있고 마음이 가난한 날도 있다.


그럴 때면, 내 눈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지나가는 사람도 부럽고 값비싼 사치재로 몸을 휘호한 채 걸어가는 사람들만 눈에 보인다. 마치 행복이라는 행성에 나만 외로움이라는 짐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외톨이처럼 잔뜩 골이 난 채로, 누군가를 만나는 날이면 다른 사람 말 한마디에 감정이 널을 뛴다.


" 이번에 여행 질렀어. "

" 어디가는데? "

" 가까운데 가서 좀 쉬다 올려고, 일본. "

" 일본 요즘에 엔화 떨어졌어도 물가 엄청 올랐다던데. "


부러우면 지는 거다. 설레임과 두근거림이 가득한 눈을 정면으로 보지는 못한 채, 삐죽삐죽 못난 말들이 새어나오고 듣고 싶어하는 말은 해주기 싫다. 나에게 없는 것이 그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해서 나의 허전함과 상대적 박탈감을 충고와 조언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치장해서 뱉어낸다. 

그러면서 내가 못한게 아니라, 안 한거라고 정신 승리를 얻는다. 

연애든 결혼이든 출산, 승진. 그게 뭐가 됐든.


참 못났다. 


그 사람이 내 행복을 뺏아간 것도 아닌데. 내가 뭘 빼앗긴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할까. 나는 왜 진심으로 부러워해주지 못할까. 축하해준다는 것이 상대가 나보다 잘났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이의 성공과 행복을 부러워하는 것이 내가 못났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나의 행복은 여전히 나에게 있고, 나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이다. 가끔, 어쩌면 꽤 자주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다시 돌아오면 된다. 생물학적으로는 성인이지만 마음 한 구석에 있는 어린아이를 자주 보듬어주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숙한 어른이 될거니까. 


" 가까운데 가서 좀 쉬다 올려고, 일본. "

" 아 진짜? 그래 잘 됬네. 간 김에 푹 쉬고 오면 되겠다. 일본에 맛있는 것도 많은데 제대로 힐링되겠다 ~ "


까짓거 부러워해주자. 축복해주자. 

내가 세상을 향해 건넨 감정은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때로는 배가 되어 돌아온다.

축하해주지 못하면서 축하받기를 바라는 어린이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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