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그리고 사진
하늘에 닿을 듯한 높다란 나무를
올려다보는 것도 좋아하지만
떨어진 나뭇잎과 꽃잎, 솔방울을 보는 것도
좋아해요.
사실은 올려다보는 나무보다
바닥에 흩날리는 들꽃이 더 좋아요.
시선의 높낮이를 말하는 게 아니랍니다.
구름처럼 높은 나무는
마치 닿을 수 없는 커다란 어른,
꽃잎은 나와 같은 친구인 것 같아서예요.
바람에 스러지는 꽃잎은
분명 우리보다 현명한 존재임이 틀림없지만요.
그런데
이 꽃잎도 저 높은 나무에서 떨어진 것인걸요.
그렇다면 나도 저 나무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런 상상을 해요.
우리가 다르지 않다는 상상이요!
우리가 같은 별이라는 상상을요!
여기 보세요.
한 떨기 꽃이 또 싹을 틔웠어요!
우주는 멈추지 않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