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갱년기

요동치는 생체리듬

by 효문

세상 예측하기 어려운 3가지. 날씨와 주식 그리고 사춘기와 갱년기를 지나는 이들의 생체리듬이다. 나는 제법 무던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갱년기에 접어드니 신체리듬도 감정리듬도 춤을 춘다. 하루하루가 변화무쌍이다.


어느 날은 '바람 한 점 없는 무풍지대'가 된다.

범선을 타고 바람의 힘을 빌어 항해를 했던 시절, 가장 무서운 것은 무섭게 몰아치는 폭풍우나 파도가 아니라 바람 한 점 없는 무풍지대였다고 한다. 사나운 파도와 비바람은 어떻게든 헤치고 나아갈 수 있다. 힘을 모아서 뭔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무풍지대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바람이 불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면 식량과 식수가 떨어지는 비극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바람이 사라져 버린 바다처럼, 의욕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날이 찾아올 때가 있다. 특별한 이유도 없다. 그냥 갑자기 그런 날이 찾아온다. 이런 날엔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흔히 말하는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날'이다. 무풍지대에서 식량과 식수가 떨어지는 것 같은 비극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빨리 벗어나야 한다.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꼼지락, 까딱'이다. 갑자기 몸 벌떡 일으켜서 '운동하러 가야지!'가 안 된다. 몸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 그럴 때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손가락을 까딱거리는 것 같은. 작게 움직이다 보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또 어느 날은 '마음이 간장종지'가 된다.

평소에도 마음 평수가 그리 넓은 편은 아니지만, 유난히 마음이 옹졸해지는 날이 있다. 무례한 말 한마디를 참아주지 못해서 기어이 고약한 말을 내뱉고, 심지어 그 무섭다는 사춘기도 이겨먹는다. 지는 게 왜 이기는 거냐며 한치도 양보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날엔 가능하면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동료나 가족들과 먹던 밥을 혼자서 먹고, 혼자 커피를 마시고, 혼자 산책을 하고...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다 보면 한없이 옹졸하게 쪼그라들었던 마음이 조금씩 펴진다.


또 어느 날은 '오래된 스마트폰'이 된다.

갱년기의 몸은 '다른 기능은 다 멀쩡한데 배터리가 버티지 못하는 오래된 스마트폰' 같다. 아침에 가득 충전해서 나와도 몇 시간 지나고 나면 바로 방전되는 것처럼, 조금 전까지는 분명히 컨디션이 좋았는데 갑자기 체력이 훅 떨어지기도 한다. 운동과 식단관리를 귀찮아도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의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은 회춘하기 위해 매년 200만 달러를 쓰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돈이 청춘을 되돌려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참 다행스럽게도 회춘은 불가능하지만 노화를 늦추는 것은 가능하다. 어렵지도 않다.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싫어하는 바로 그 방법, 운동과 소식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많이 웃기'. 웃으면 노화를 억제하는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하니 웃을 일이 없어도 '운동'이다 생각하고 웃어야겠다.




갱년기 이전까지는 건강한 심신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기에 단 한 번도 제대로 살펴본 적이 없었다. 이런저런 갱년기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내 몸과 마음을 살피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법도 찾아냈다. 어쩌면 갱년기는 '나 자신을 온전히 알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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