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이 인생이다
라면을 포기했다. 치맥을 포기했다. 과자와 초콜릿을 포기했다. 이 한마디 때문에
"갱년기가 되면 콜레스테롤 조절이 쉽지 않습니다.
식단관리에 신경 써야 합니다."
억울한 마음도 없지 않았다.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맛있는 것들을 포기해야 하나 싶어서. 그런데 두려움이 억울함을 이겼다. '관리하지 않으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고, 수치가 높아지면 혈관질환이 올 수 있고
혈관질환은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삶의 질을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사의 설명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 있을 만큼 내 심장은 강하지 않았다. 게다가 갖가지 갱년기 증상을 나타내는 몸은 언제라도 그런 문제를 불러올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선택에 힘을 불어넣어 준 것이 있었으니 바로 '운동'이었다. 땀 흘려 운동한 것이 아까워서 인스턴트 음식을 쉽게 먹을 수가 없었다. 자연스럽게 몸에 좋은 과일과 채소를 더 많이 챙겨 먹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의 참 간사한다. 사찰음식 같은 식단에 규칙적인 운동으로 컨디션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조금은 먹어도 되지 않을까?"
결국 포기하기를 포기했다. 치킨과 과자, 초콜릿 기타 등등에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는데... 몸은 이를 숨겨주지 않았다.
"어,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졌네요."
"운동은 계속하고 있습니다."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음식과 관계가 많고,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는 운동과 관계가 많습니다."
다시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리고 선택의 프레임을 새로 짰다.
무엇을 먹을 것이냐가 아니라
무엇을 먹지 않을 것이냐로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몸에 나쁜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다. 오염된 물을 다시 맑게 하려면 일단 오염물질이 유입되는 것부터 막고 그다음에 맑은 물을 더해주는 것이 맞다.
우리는 늘 뭔가를 선택하면서 살아간다. 혈기왕성한 청춘이었을 때, 건강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던 시절에는 즐겁게 치맥을 선택했고, 라면을 선택했고, 달콤한 초콜릿을 선택했다. 그것이 선택인 줄도 모른 채 선택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세상에 선택 아닌 것이 없다. 식후에 커피 한잔도 선택이고, 어려운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도 선택이고, 불금에 치맥도 선택이다. 그리고 선택에 대한 결과는 반드시 돌아오기 마련이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
과거 행위에 따른 결과를 불교에서는 '과보'라고 한다. 과보는 받는 시기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전생에 지은 것을 금생에 받는 순생보, 금생에 지은 것을 금생에 받는 순현보, 그리고 삼생 후에 받는 순후보. 결과가 조금 빨리 나타날 수도 있고 조금 더디게 나타날 수는 있지만, 나타나지 않는 경우는 없다. 다시 말해서 '지금 내가 먹는 것의 결과'도 언젠가 '내 몸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뜻이다. 당장 나타나지 않으니 '설마...' 하는 기대를 가져보지만, 살아온 경험으로 이제는 안다. 설마는 99.9%의 확률로 사람을 잡는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지금도 반복한다. 포기했다가 포기하기를 포기했다가 다시 포기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