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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편안 Jan 19. 2021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시에 사랑을 담다_사랑>

누구를 사랑하면, 자꾸 눈길이 가고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괜히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가까이에서 어슬렁거리고, 말과 행동으로 툭툭 건드리며 '관심'을 표현한다. 때때로 가사에 마음을 실어 노래를 부르고, 예쁜 종이에 연필로 꾹꾹 글자를 새기기도 한다.


'나'와 마음을 주고받는 대상은 끌리는 이성이 될 수 있고, 피를 나눈 가족이 될 수 있고, 우정을 쌓는 친구 혹은 절대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대상에 따른 사랑마다 고대 그리스에서 부르는 이름이 있다. 이성 간 육체적인 사랑은 에로스 Eros, 부모와 자식 간 사랑은 스토르게 Storge, 친구와 순수한 사랑은 필리아 Philia, 절대적인 존재의 무조건 사랑은 아가페 Agape라고 한다. 이런 복잡한 이름을 몰라도 우리는 삭막한 삶을 살면서 관심 여부와 상관없이 '사랑'을 자주 보고 듣는다. 하루에도 여러 번 만지작거리는 핸드폰만 봐도 광고와 글에서 사랑 단어를 만나고, 거리를 걷거나 텔레비전을 켜도 사랑하는 모습이나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스친다. 물론, 내가 직접 사랑하기도 하는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속삭이고, 이별과 신념으로 사랑을 욕하면서 더 언급한다.


사랑은 우리와 가깝게 살아가지만, 사랑에 진짜 마음을 담는 건 왠지 멀게 느껴진다. 표현할 단어가 적어서일까? 가장 직진으로 마음을 고백하는 말은 '좋아한다'와 '사랑한다'이다. 상대방을 향하는 마음이 커서 앞뒤에 '정말, 아주, 세상 그 누구보다' 같은 수식어를 붙인다 해도 결국 의미가 담기는 단어는 비슷하다. 그래서 서로 다른 마음의 크기와 깊이를 표현하기엔 부족한 느낌이 든다. 가끔 부족한 현상을 피하려고 어떤 이는 말을 아끼거나 더 반복해서 뱉지만, 둘 다 '진심 맞아?'라는 의심을 살 뿐이다.


어떻게 마음을 온전히 표현할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몇 가지가 떠오른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진심을 담아 두 눈 마주 보기, 쿵쾅쿵쾅 울리는 심장 소리 들려주기, 고동 소리 같은 떨리는 목소리를 꾸밈없이 전하기, 여러 말 없이 가서 꼭 안아주기, 연락 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안부 묻기...... 사실 이렇게 하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은 내 마음을 알 것 같다.


난 어설프긴 해도 하나씩 시도해보고 있다. 매번 느끼지만, 상황에 따라 변하는 감정과 마주하기가 쉽지 않다. 감정이 평온한 날은 노력하지 않아도 사랑하는 마음이 흘러나오지만, 불안한 날에는 상대방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거나, 포근하게 닿는 온기 없이 말만 툭 뱉는다. 그럴 땐, 사랑이 뭐지?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나? 라는 뜬금없는 생각도 든다. 사랑은 어렵다.




<어찌 난 사랑을 말할 수 있나>


고맙다는 말을

두 눈 마주 보며 전한 적이 있던가


좋아한다는 말을

심장 가득 울리며 건넨 적이 있던가


어찌 난 너에게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걸까




지금도 사랑을 모르겠다. 그저 누구를 보면 좋고, 함께하고 싶어서 진심을 표현하고 싶을 뿐이다. 


'사랑합니다'에 진짜 사랑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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