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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편안 Feb 01. 2021

새를 기다리면 놓치고, 나를 보면 잡는다.

<시에 사랑을 담다_타이밍>

모든 사람에게 시간이 흐른다. 하지만 저마다 인생 시계가 움직여서 같은 시간에 만나기가 무척 어렵다. 물론 보이는 24시간에 따라 함께 살고 있지만, 자주 사랑이 오는 비밀스러운 순간을 놓친다. 어쩌다 서로 이어지면 이때를 타이밍이 맞는다고 한다. 좋은 타이밍이 찾아오는 속설은 여러 가지다. 준비하는 자에게 온다거나, 사람이 모인 곳에 가야 잡는다거나, 어떤 상황이든 상관없이 운에 따라 된다는 설이 있다. 반대로 나쁜 타이밍은 거의 운이 없는 경우로 치부된다.


"타이밍이 뭔데?" 나는 별생각 없이 살았다. 그저 하루를 쳐내기에 바빴다. 하지만 아무리 관심 없이 살아도 막상 들여다보니 상사가 폭발할 때를 피하고자 눈치를 봤고, 친구가 빙빙 둘러 자랑할 때를 바로 잡아냈고, 엄마가 잔소리할 때를 알고 튕겨냈다. 굳이 타이밍을 잡고자 한 건 아니었지만 덜 상처 입고자 나도 모르게 주변 시계를 살피고 있었다. 사랑할 때도 그랬다. 내 마음보단 지금 지루할까? 기분이 괜찮을까? 생각하며 초점이 상대방 초침을 향했다. 그런데 타이밍은 서로 맞아야 하는 법. 점점 주변 소리에 내 소리가 묻혀 들리지 않게 되면서 영영 서로의 순간을 맞출 수가 없었다.




꿈을 꿨다. 그저 멀게만 느껴지는 사랑이 행운처럼 오기를 바라다 잠든 날이었다. 나에겐 왜 기막힌 순간이 안 올까 속상해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날아가는 새가 보여 멍하니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지금 이 순간을 함께 만끽하며 나에게 새가 날아와 주기를 바랐다. 아직 하늘로 가기엔 시간이 남은 생명 시계가 요란하게 울리는 알람 시계와 함께 내 잠을 깨우기 전까지......


어떤 새가 날아와 주기를 바라나요?

<이리 날아와 주겠니>


가벼이 나는 새를 무심히 바라보며

하늘에 닿고 싶은 무거운 손바닥을 뻗어본다


손 위로 새는 동그라미를 그리고

나는 우아한 자태에 홀려 그만

가야 할 길 멈춘 채 하늘만 바라본다


어딘가 숨어있는 화알짝 필 날개를 찾아

너와 함께 동그랗게 날고 싶구나


닮고픈 새야

나를 위하여

이리 날아와 주겠니




내가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어쩌다 맞은 타이밍은 결국 나 때문에 어긋난다. 먼저 먼지가 껴서 삐거덕거리는 가엾은 내 초침부터 찾자. 인생 시계가 외쳐대는 미세한 비명을 들어야 한다. 나는 무턱대고 다짐해본다. 먼지 날리는 힘든 하루에 스스로 비난하며 보태지 말자. 진정 내가 좋아하는 말을 알아채고 나라도 해주자. 누군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 내 유일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믿자. 진정 사랑을 주고받고 싶어 한다는 걸 순순히 받아들이자. 그러다 보면 맑게 울리는 심장의 초침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을까? 그땐 모든 시계 소리에서 벗어나 안정을 줄 타이밍이 찾아올 것이다.


내가 날 사랑한 만큼 숨어있던 시간이 환하게 보인다. 내가 바라던 새가 나에게, 내가 새에게 날아가고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막연히 마음이 무너지거나 기분이 좋아지는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진짜로 흐르는 시간에 따라 서로 나아가 맞는 순간이 분명히 보일 거라 믿는다.


나답게 흐르는 시간을 사랑하다 보면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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