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명의 팔로워가 있고 몇 개의 좋아요가 피드에 있는지 그 수는 현대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인플루언서를 섭외할 때도 팔로워 수는 영향력으로 간주하며 광고모델로 섭외되기도 하며 몸값 즉 출연료의 차이도 어마어마하다.
우리가 자주 보는 유튜브는 어떠한가?
더이상 조회수 100만, 200만이라는 숫자는 놀랄만한 수치가 아니다.
정말 큰 숫자임에도 우린 무뎌졌고 익숙해져가는게 현실이다.
어릴 때 음악방송에 나오는 아이돌을 보며 저들과 대화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유명한 사람과 만나서 사진 찍고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관점이 아니라 ‘저 사람은 심리적으로 건강할까?’ ‘나중에 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라는 특이한(?) 생각을 했다. 참 그때도 오지랖이 넓었다. 공교롭게 이러한 직업을 갖게 되어 가까운 친구들과 대화해 보면서 그때 생각한 나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
왜 아이돌 이야기로 시작했을까?
바로 숫자이다
최근 MNET에서 새로운 그룹이 탄생했다. 결승전에 올라온 18명 중 9명이 데뷔를 했다. 사진을 첨부하고 싶다. 이 사진을 보고 덜컥했다. 그래 이게 바로 사회지! 숫자로 사람을 세우고 여기 까지라는 기준을 만드는 것!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이런 사회를 살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사회를 살 것이니까.
MNET '보이즈플래닛' 화면
그렇다면 10위부터 18위가 실패한 인생일까? 오히려 그 프로그램 이후에 어떤 인생이 펼쳐지지 모른다. 하지만 오디션프로그램 참가자의 대본 같은 멘트가 있다. ’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려는 열정의 말로는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이 순위 안에 들지 않으면 난 가치가 없는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다면 난 오늘 어떤 숫자로 포장했을까?
"연 매출 1000억 돌파"
"이번 달에 100건의 계약을 따냈어"
"우리 아들이 저번 수학 점수 1등 했어"
"상위 5% 수학 선생님이니까 꼭 들어야 해"
"올해만 해외여행 한 8번 넘게 갔나?"
숫자의 장점은 한순간에 딱 정리되는 편리함을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단점은 휘발성이 강하다. 내가 여러분들에게 한 달에 50개의 방송을 하는 사람으로 소개했다. 그 순간 오~~ 하면서 나를 생각하겠지만, 그 후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그게 바로 숫자다!
물론 팩트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나의 상황과 모습을 자랑하기 위해, 보여주기 위한
'숫자'는 유효기간이 매우 짧다.
대기업의 라이브커머스 미팅하는 자리였다. 캐스팅이 되고 다 같이 하는 첫자리라 자기소개를 준비했다. 난 평소처럼 숫자로 나를 PR 했다. 그 후 관계자님이 섭외 이유에 대해 말씀하셨다. “저희랑 이미지가 잘 맞아서 연락드리게 되었어요.” 그 순간 뜨끔했다. 숫자가 판단에 모든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사례였다.
더 나아가 우린 상대방에게도 숫자로 표현하고 평가할 때가 많다.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주지 않기에 어떻게든 증명해 보기 위해 숫자로 나를 포장한다. 그 숫자에 해당되지 않을 때 좌절에 빠진다. MCN에 속해있을 때 어느 기부단체와 연이 되어 어린이날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Q.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실천에는 무엇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제가 생각하는 좋은 세상은 그 사람 그대로를 받아주는 세상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이 정해놓은 기준에만 맞추려고 하다 보면 자신의 존재 의미를 잊게 되고 누군가에게 인정받는데 더 무게를 두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다른 사람을, 또 저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결심합니다.라는 대답을 했다.
숫자로 가려진 나의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어렵겠지만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마저도 나의 모습이라고 인정해보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