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화로가 있다면 딤섬 레스토랑에나 있을 법한 대나무 찜기가 있다면 고가의 냄비가 있다면 나의 요리도 달라질 수 있을까?
유튜브 속 제품들을 검색하고 장바구니에 담다보니 한도 끝도 없이 가격이 올라간다. 이건 아니야.
요리를 잘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주방도구에도 관심이 많다. 꼭 비싼 물건이 아니더라도 그릇 하나, 물컵 하나에도 그들만의 사연이 있고 취향이 담겨있다. 그들의 요리에는 맛과 모양 뿐만 아니라 스토리가 있다.
맛집이 맛집이 된 이유 역시 맛과 멋 뿐만 아니라 그곳에 담긴 스토리 때문이다. SNS 속 사진과 입소문이 만들어 낸 이야기, 유명 연예인이 숨겨진 맛집으로 소개했다는 이야기 등 거기에서 시작된 나의 기대와 설렘이 모두 버무려져 맛있는 한 끼로 기억되는거다. 사실 맛 자체만 놓고 보면 소문난 맛집도 생각보다 평범할 때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집밥의 핵심도 장비나 객관적인 맛이 아닐지도 모른다. 가족에게 집밥에 대한 추억과 이야기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며 글을 쓰 듯 요리를 해보면 어떨까. 단순히 삼시세끼를 떼운다는 생각을 버리고 말이다.
오늘 내가 만든 한 끼는 아이 인생에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힘든 일을 마치고 돌아와 위로를 받는 한 끼로 기억될 것이다. 집밥이 소중한 이유는 비싼 조리도구도 고급진 식재료 때문도 아니다. 그 가족만이 알고 있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