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하고 돌아왔을 때 차가운 보리차에 얼음을 띄워 마실 때. 땀 흘리며 운동하고 얼음 가득 아이스커피를 마실 때. 속이 더부룩한 저녁 매실액에 탄산수를 넣고 얼음을 넣어 마실 때.
평범한 생수에도 얼음 하나 추가하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한 잔이 된다.
여름 얼음은 음료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오이를 잘게 썰어 새콤 달콤하게 양념한 오이냉국에 얼음 동동.김치국물에 소면을 넣은 김치말이국수에 얼음 한 조각.
여름철 얼음 하나로 요리의 감도를 높인다. 화룡점정이다.
매일 아침 얼음을 새로 얼린다.
요구르트나 오렌지주스 같은 음료를 얼려두면 아이스크림을 대신 할 간편한 간식이 되기도 한다. 그냥 마실 때는 요구르트 한 병으로는 턱도 없지만 얼려두면 한 병으로도 충분하다. 매실이나 오미자 원액에 물을 섞은 후 얼려도 맛있다. 한방찻집에서 힌트를 얻어 따라하기 시작했는데 매실차를 마실 때 그냥 얼음을 넣는 것 보다 매실얼음을 넣으면 얼음이 녹아도 농도가 옅어지지 않아 끝까지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차로 마시지 않고 그냥 얼음째 먹어도 맛있다.
어렸을 때 친정엄마 역시 사시사철 얼음을 떨어지지 않게 얼려두셨는데 학교에 다녀와 냉동실에서 얼음을 꺼내 입 안 가득 냉기를 머금고 있기를 좋아했다. 아무 맛도 없는 얼음을 왜 자꾸 먹느냐며 꼭 한소리를 들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얼음을 넣고 입에 넣었다. 말로는 꾸중하던 것과 달리 엄마는 얼음이 떨어지지 않게 늘 얼려두셨다. 아들이 나를 닮았는지 얼음을 좋아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냉동실을 열어 얼음을 꺼내 먹는다. 심심할 때, 출출할 때, 목마를 때 수시로. 어릴 적 친정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아들에게 잔소리를 하면서도 얼음이 떨어지지 않게 가득 얼려둔다.
요구르트, 주스 등 아이 간식용 얼음틀은 아이 취향으로 준비했다.
어릴 때는 당연히 늘 냉동실에 얼음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집이 그런 줄 알았고 마트에서 얼음을 파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내가 엄마가 되어 살아보니 얼음을 얼리는 일은 부지런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냉동실에 항상 얼음이 있으려면 굉장히 부지런해야 한다. 얼음이 꽁꽁 얼기까지 최소한 몇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필요할 때 바로 꺼내 쓰려면 미리 얼려두어야 한다. 32구짜리 얼음틀에 얼음을 가득 얼려도 여름이면 하루 이틀 만에 다 소비한다. 매일 아침 얼려두지 않으면 정작 필요할 때 쓸 얼음이 없다. 그러니 여름이면 아침에 일어나 냉수 한 잔을 마실 때마다 얼음 틀을 꺼내 새로 얼음을 얼리는 루틴이 반복된다.
아주 사소해보이는 일상도 부지런 떨지 않으면 얻어지지 않는 것이 의외로 많다. 대부분의 살림이 모두 그렇다. 겉으로는 크게 티가 나지 않아도 오늘 하루 집밥을 차려 먹고, 단정한 집 안을 유지하고 있다면 충분히 부지런한 하루를 살았다는 증거다.
주부들이여 자부심을 가져라.
앗! 그런데 얼음을 습관적으로 먹는 것이 철분 부족의 신호일 수 있다고 한다. 혹시 몰라 철분이 함유된 비타민 영양제를 준비했다. 내 것 하나, 아들 것 하나. 이제 얼음먹을 때 철분제도 같이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