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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경문 Feb 22. 2021

당신 마음속에 살고 있는 두 마리 사자

'꿈'과 '두려움'

치즈가 없다고, 치즈가


"어떻게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지!"


5인 이상 집합 금지 다 뭐다, 코로나 19로 시끄러운 가운데 고향 부모님 댁을 방문했다.

고향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놀이는 "추억 들춰보기"이다.

그곳에는 마흔이 다 된 나의 어린 시절이 그대로 멈춰있다.


난 다시 10살 소년이 된다.

책상 서랍에는 내가 가지고 놀던 비비탄 총이 몇 자루 있다.


30년이 가까이 된 물건이지만 지금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초등학생 아들은 그걸 집에 가져가겠다고 난리다.


어린 시절 앨범과 초등학교부터 꾸준히 모아놓은 성적표도 들춰본다. 지금은 그게 다 무슨 소용 일지 모르지만 그때의 애환들이 녹아있다. 순간순간 성실하게 살았던 나날들을 되짚어본다.


책상에 뽀얗게 쌓인 먼지만큼이나 내 나이도 쌓였다.

그 속의 책꽂이에서 눈 길을 끈 책이 있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동시대를 살았다면,

독서를 좋아했다면,

한 번쯤은 읽거나 들어 봤을 책이다.


동남 문고 326-3304


2007년 10월 바코드가 눈에 띈다.

어디서 샀는지 기억이 없다.


구글링을 통해 검색해보니 서교동 홍대입구역 지하에 위치했던 서점이다.

우연히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가끔 들렸던 그 동네서점은 2015년을 마지막으로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나에게 이 치즈 책을 두 번읽게 해준 감사한 서점이었다.


사실 난 이 책을 찾고 있었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본다.

어쩌면 나의 인생이 "변화"를 원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2007년과 2021년 다시 한번.


아주 먼 옛날, 생쥐 두 마리와 꼬마인간 두 명이 있었다.
그들은 미로 속에서 치즈를 찾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
그러던 그들은 엄청난 양의 치즈가 저장된 창고 하나를 발견한다.

꼬마인간 헴과 허는 차임에 조금 늦게 일어나 천천히 옷을 입고 C창고로 걸어갔다.
"우리가 평생 먹고도 남을 만큼 치즈가 많잖아."
그들은 치즈가 가득 쌓인 창고를 발견하고 모든 치즈가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다.
생활은 너무나 안정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치즈가 사라졌다.
생쥐들은 사태를 지나치게 분석하지 않았다.
그들은 C창고의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들 자신도 변하기로 결정하고 바로 다른 치즈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헴과 허는 현실을 비관한다. 그들은 누군가 치즈를 가져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한정 기다린다. 시간이 지나고 허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치즈를 찾아 나서기를 원한다.

"그렇지만 다른 곳에도 치즈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만일 다른 곳에 있다 해도 우리가 찾을 수 없으면 어떻게 할 거야?" 허는 변화가 두려웠다. 이미 변해버린 현실조차 부정하고 있었다.

결국 생쥐들은 다른 치즈 창고를 발견한다. 뒤늦게 나선 허와 다시 만난다.
그리고는 그 치즈가 아닌 치즈를 찾는 과정에서 깨달은 교훈과 행복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의 모습이 정확히 오버랩되었다.


직장과 부서에서 변화하고 싶은 속마음

급변하는 경제상황 속에서 새로운 자산시장을 부정하는 모습

글을 읽으며 어리석다고 느꼈던 헴과 허가 내 안에 있었다.



누가 내 꿈을 가져갔을까?
꿈이 없어졌다고, 꿈이



누워서 책을 읽던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 일어섰다.

내 마음속은 변화에 대한 갈망이 가득 차 있었다.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길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비웃을 아는 것이다.


첫째, 자신의 주변을 간단하고 융통성 있게 유지하며 신속하게 행동하라.

둘째, 사태를 지나치게 분석하지 말고, 두려움으로 자신을 혼동시키지 마라.

셋째, 작은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서 큰 변화가 올 때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이야기에서 결국 치즈를 찾은 헴은 친구 허에게 치즈를 찾아 나서자고 말했다. 그리고 치즈를 찾았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떠한 말도 허를 움직일 수는 없었다.

허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이기에


문득 13년 전 신입사원 연수 때 들은 말이 생각났다.


교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입니다


아무도 '나'를 바꿀 수는 없다. 단 한 사람 바로 "나 스스로"를 빼고는

살아가면서 주변에 "취직했다", "결혼했다", "돈을 많이 벌었다." "아이를 낳았다" "집을 샀다" 이런 남의 이야기에 우리는 종종 흔들린다. 하지만 이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남들이 돈 벌었다 어쨌다는 말에 기웃기웃거려봤자, 오래 할 수 없다.왜냐하면 원래 그 길은 내가 고민하던 길이 아니기에

내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이 내 영혼을 만족시킬 수 있다.


오래 지속할 수 있다. 난 내가 지속할 수 있는 내 안의 마르지 않는 샘물을 찾고 있었다.  그것은 마음속에 간직했던 '꿈'이다.





외국에서 식당이며 커피숍이며, 학원이며 닥치는 대로 영문이력서 한 장을 가지고 떠돈 적이 있다.

여느 때는 느끼지 못했던 일상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상점의 캐쉬어, 식당의 웨이트리스, 택배를 배달하는 사람, 도서관의 사서까지

아무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자리도 내게는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그때 "무언가를 하고 있는" 일상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행복을 보았다.

그들은 일상과 함께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꿈" 나에게는 그것이 보였다.

왜냐면 나에게는 "꿈"이 있었으므로.

꿈을 가진 자는 다른 이의 꿈을 보게 된다.


힘들게 식당 서빙 자리와 샌드위치 가게 파트타임 잡을 동시에 구했다.

새벽 6시에 샌드위치 가게에 출근해서 하루를 시작했고,

저녁식사 시간에는 식당에서 서빙을 했다. 식당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그날그날 받은 팁 박스에 있는 돈을 홀직원과 주방 직원수로 나눠 받았다.


캐나다 달러로 하루 많게는 20불, 적은 날은 5불도 안 되는 날도 있었다. 매일 저녁 손에는 꼬깃꼬깃 달러 몇 불과 짤랑거리는 동전이 쥐어졌다.


그리고 담배 한대 피우면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 잊히지 않는다.


"지금은 비록 이렇게 힘들지만, 외국인들과 멋지게 영어로 비즈니스 하리라."


꿈이 있어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두려움은 없었다.


지금 꿈이 있어야 할 자리에

두려움이 차지해 버리지는 않았나?


우리 마음속에는 '꿈'이라는 사자와 '두려움'이라는 사자가 살고 있다.

누가 이길까?


그야, 당신이 먹이를 주는 쪽이 이기겠지!


두려움이 없다면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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