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riter Lucy May 30. 2024

당신이 채식을 선택할 수 있는 이유

생각보다 채식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설 때 선택이 가져올 장단점을 비교하곤 한다. 외식을 하면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대신 과도한 MSG를 섭취하게 된다. 그럼 장점과 단점 중 어떤 게 더 중요할까를 고민해 결정 내리는 식이다. 여기에 채식을 한번 대입해 볼까. 채식했을 때 장점은 첫째, 건강에 좋다. 둘째, 자연 및 동물 보호에 도움이 된다. 셋째, 자원이 고갈되는 속도를 늦춘다 등등. 그렇다면 단점은?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선택권이 적다'. 이제까지 100을 먹을 수 있었다면 채식을 선택했을 때 내가 먹을 수 있는 범위는 10? 아니 그것보다 적은가? 잠깐, 거기서 멈춰보시죠.


앞선 글에서 이야기했듯 '채식하면 먹을 수 있는 게 너무 줄어든다'는 건 채식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내가 제일 강하게 느낀 불만거리였다. 반발심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낙이라곤 먹는 낙뿐인 내게 이런 시련이라니. 자발적으로 시련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기엔 단점이 너무 세 보였다. 알고 보니 관심이 없어서 몰랐을 뿐, 재료뿐 아니라 먹을 수 있는 메뉴, 장소도 다양하고 많아졌다는 걸 실감한다. 같이 들여다볼까요.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상은 간편 식품이다. 간편 식품 중의 최고봉은 냉동식품이지요. 냉동식품은 최근 풀무원의 '지구 식단' 제품들로 채식 제품의 비중이 꽤 늘어났다. 풀무원은 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제품 중엔 두부로 만든 너겟, 강정도 있고 콩고기로 만든 불고기 철판볶음밥까지 판매한다! 나도 전부 시도해 보진 못했지만 두부 너겟은 쫄깃 바삭하니 아주 맛있었다. 냉동식품의 대표주자인 만두 역시 비비고에서 플랜테이블이라는 채식 만두를 출시해서 심심치 않게 인기몰이 중이다. 내가 제일 자주, 잘 먹는 채식 간편 식품은 햇반 솥반 중 뿌리채소 영양밥과 버섯 영양밥이다. 짭짤하게 간이 돼 있고 나물과 버섯의 향취도 그윽해, 맛있고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볼 수 있는 제품들도 많지만 온라인 쇼핑몰에서 보면 선택권은 더 늘어난답니다. 


외식할 때도 채식 메뉴를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도 육류 사용이 거의 없는 지중해식, 중동 레스토랑이 많아졌고 포케 등 채식으로 즐길 수 있는 메뉴들이 유입되며 선택권이 꽤 넓어졌다. 최근 눈여겨봤던 곳은 비건 뷰티 브랜드 디어달리아와 최현석 셰프가 손잡고 오픈한 비건 레스토랑이다. 전부 식물성 원료만 사용하는 곳으로 외식업계의 유명 셰프가 채식을 넥스트 스텝으로 선택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 최근 방문한 부산 영도에는 채식으로 2024년 미슐랭 부산으로 선정된 레스토랑이 있었다. 고사리 파스타, 비건 버거 등 듣기에도 궁금해지는 메뉴들 천지라 꼭 방문하고 싶다. 아직까진 대중들도 이벤트성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다수고, 채식 레스토랑이라도 일부 메뉴만 완전 비건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어 아쉽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이런 접근법이 대중들에게 더 친근하겠다 싶기도 하다.


채식의 선택권이 점점 넓어진다는 걸 보여주는 행사도 있다. 바로 이번 주에 열리는 비건페스타&그린페스타! 엄밀히 따지면 비건에 집중한 행사는 아니지만 비건, 친환경, 동물권을 아우르는 다양한 브랜드가 참여한다고 하니 기대해도 좋겠지. 참여한 브랜드의 소개 글을 보니 비건 빵, 비건 차 시럽 베이스, 유제품 대체 디저트, 식물성 단백질 간식 등 군침이 절로 도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많은 듯하다. 벌써 9회를 맞이했다고 하니 꾸준히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아 보이는데, 새로운 선택지가 이만큼 많다는 것을 체감하는 장이 될 듯하다. 나도 가서 뭐가 있는지 봐야지.


굿 라이프를 위한 비건 페스타인가...


잡식 문화는 오랜 역사를 이어온 만큼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채식의 선택권이 잡식만큼 많다고 이야기하는 건 사실도 아니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선택지가 애초에 없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둘러보면 적게나마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항상 있었고 지금도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우리가 관심을 더한다면 그 관심만큼 선택지가 더 늘어날 수도 있겠지. 지금까지 시장은 그런 방식으로 커져 왔으니까. 선택권이 없다는 이야기보단 선택권을 만드는 선택을 하자고 말하고 싶다. 말장난 같은 이야기지만 현실이 그렇다. 내 선택 하나로 미래가 바뀔 수 있을지 모르지 않은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