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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트. 봐라, 이게 언니 운동 루틴이다.

한 운동인의 짧고 깊은 인터뷰.

by writer Lucy

운동에 대한 기나긴 이야기들을 쓰면서 정작 중반이 지나도록 운동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는 게 나의 양심을 찌른다. 물론 애초에 쓰고자 했던 내용이 운동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만 이쯤에서 실제 운동에 관한 부분들을 짚고 넘어가면 어떨까 싶다. 이 내용은 특별하게(!) 인터뷰 형식으로 작성해 보았다. 10대 시절 웬만한 매거진을 모두 섭렵했던 짬바로 작성해 본 인터뷰이니 참고해 주시길.



헬스장 구석에서 이마 위로 쉼 없이 쏟아지는 땀을 닦는 한 사람이 있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기구 위에서 곧추 세우는 자세는 피로를 잊은 듯 빛난다.
이미 굳어졌다 생각한 삶을 발칵 뒤집은 운동에 완전히 매료되었다는
그녀를 만났다.


오늘 운동을 시작한 지도 2시간이 지났다. 보통 이 정도 수준으로 운동을 하는가.

그렇다. 매일 이렇게까진 못하고(웃음) 매주 3번 운동을 나오는 걸 규칙으로 삼고 있다. 운동은 시작 전 스트레칭을 하고 근력 운동을 1시간 10분 정도, 직후 유산소를 30~40분 정도 한다.(물론 운동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포함한 시간이다.) 모든 운동이 끝난 후엔 쿨다운을 하며 10분가량 쉬고, 이완 스트레칭을 하면 진짜 끝이다. 그렇게 하면 헬스장에 있는 시간이 최소 2시간에서 최대 3시간까지 된다.


아무리 일주일에 3번 하는 운동이라지만 상당히 고될 것 같은데, 이렇게까지 하게 된 이유는 뭔가.

그냥 습관처럼 굳어졌다. 원래 개인 PT를 받았는데, 이때 근력 운동에 치중해 1시간 30분가량 수업을 받았다. 근소한 체중 감량 및 지구력 향상 목적으로 관장님에게 유산소 운동을 해도 되냐 물었더니, 근력 운동 직후에 최소 30분에서 최대 40분까지 유산소를 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해서 처음 운동 시작할 때부터 근력 운동 후에 유산소를 하게 되었다. 현재는 호주머니 사정으로 PT를 받지 못해서 개인 운동을 하고 있는데 수업 당시 배웠던 운동들을 복습하고 유산소를 하는 것으로 유지 중이다.


그럼 운동 루틴은 어떻게 되나.

앞서 말한 것처럼 PT 수업 때 배운 운동들을 복습하는 거라 어찌 보면 관장님이 짜주신 운동 프로그램대로 운동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배웠던 내용을 활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당일 컨디션에 맞춰 중량이나 운동 순서를 조절한다. 근력 운동은 크게 하루는 당기기+복근 운동, 하루는 밀기+하체 운동으로 나누어 번갈아가면서 운동하고, 유산소는 러닝머신과 스텝밀을 10분씩 2세트, 인터벌 트레이닝으로 한다. 자세한 운동 루틴은 인스타그램 @workoutoflucy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좀 밀리긴 했지만(웃음) 시시때때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처음에 운동은 어떻게 시작했나? 헬스장이나 PT 선생님을 고르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둔 후 체력 저하를 느끼던 차에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너무 늦을 것 같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어찌 보면 겁이 났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래서 바로 헬스장을 알아봤는데, 지금 다니고 있는 헬스장이 집에서 제일 가까웠을뿐더러 바디 프로필로 홍보를 하지 않고 가격을 정확하게 명시해 놓은 유일한 곳이었다. PT 선생님은 사실상 선택권이 없었던 게, 관장님 혼자 모든 수업을 다 진행하신다. 왜 그렇게 하시냐 물었더니 다른 선생님들한테 맡기는 게 불안하다고 하셨다. 거기에서 신뢰가 확 들어서 바로 결제를 했다.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관장님과 잘 안 맞았으면 운동에 흥미를 붙이기가 어려웠을 텐데, 체계적으로 프로그램을 짜주시고 몸치인 내가 이해하기 쉽도록 자세를 자세히 봐주셔서 첫 스타트를 끊기가 부담스럽지 않았다. 이 자리를 빌려 관장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고 싶다.(꾸벅)


운동을 시작한 후로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좀 삶을 오만하게 보는 구석이 있었다. 회사 생활을 몇 년 하고 30대에 들어서다 보니 그냥 삶이 이대로 흐를 것 같고, 삶의 결론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어찌 보면 게으름과 태만이고, 어찌 보면 오만이자 건방짐이었다. 내가 신도 아니고 이 삶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근데 운동을 시작한 후엔 이 생각이 완전히 깨졌다. 나랑 가장 안 친했던 대상이었던 운동에 이렇게 빠지고 욕심 낼 줄 몰랐으니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삶의 변수랄까. 운동도 그런데,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다른 많은 것들은 어떻겠는가. 그래서 요즘은 삶이 끝없는 시도와 뜻밖의 발견이 산적해 있는 광산 같다. 그것들이 나를 어디로 데려다 줄지는 전혀 모르겠다.


생각보다 이야기가 엄청 깊어졌다. 그런가.(웃음). 나도 내가 이렇게 진지해질 줄은 몰랐다. 하지만 생각은 진짜다. 가벼운 주제로 화제 전환을 좀 해보겠다. 운동하면서 꼭 듣는 노래가 있나. 나 이거 꼭 얘기하고 싶었다!(벌떡 일어난다) 다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근력 운동 할 때 베이스 기타가 강조된 음악을 많이 듣는다. 왠지 힘이 솟는 느낌. 특히 유튜브에 ‘때잉’님이 올린 ‘베이스 매력 모르는 사람 불쌍해’ 이 영상 진짜 많이 듣는다. 아마 조회 수에 내가 꽤 일조했을 듯. 그리고 유산소 할 때는 너무 힘들어서 여자 아이돌 노래를 많이 듣는다. 무조건 듣는 건 AOA의 ‘심쿵해’. 진짜 이 곡은 시대를 초월한 명곡이다. 스텝밀하다가 숨 넘어갈 때쯤 켜놓고 따라 부르면 3분 정도는 덜 힘들다. 그리고 씨스타의 ‘Touch my body’, 보아의 ‘Valenti’도 자주 듣는다. 여기서 연배가 들킬 것 같아서 최신곡 빠르게 하나 넣어보자면 요즘엔 키의 ‘Good & Great’를 많이 듣는다. 물론 신나기도 하지만 이걸 들으며 운동하면 자존감이 용처럼 승천하는 기분.


혹시 운동을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 혹은 운동을 시작하기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헬스장을 찾는 팁을 좀 알려드리자면 상담하러 갔을 때 바디 프로필, 절식 얘기하는 곳이 있다면 무조건 거르길 바란다. 당신의 건강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가능하다면 아는 사람 소개를 받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요즘 체험권 같은 것도 있다 하지만 그때만 열심히 봐주는 척할 수도 있다. 그리고 수업 중 무리한 걸 요구한다는 생각이 들면 번거롭더라도 선생님을 바꾸든, 헬스장을 바꾸든 해라. 아는 사람 중 한 명은 선생님이 수업 중 준비 운동도 제대로 안 시키고 무리한 무게를 들게 해 허리가 아예 나간 사람도 있었다. 운동을 시작하기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겐 ‘just do it’이라는 말 밖엔 할 게 없다. 근데 솔직히 나도 이런 얘기 몇 번 들었어도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낄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던 사람이라.(웃음)


뜻하지 않은 실용적인 정보라 다들 좋아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운동이란.

앞서 말했듯 뜻밖의 삶의 변수. 근데 매우 즐겁고 고마운. 운동을 시작하며 내 시야와 관점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나 같이 다 좋은 방향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 마치 삶의 동반자처럼. 그나저나 운동 같이 할 삶의 동반자는 어딨으려나.(웃음). copyright writer Lucy


인터뷰는 페이크였지만 인스타 계정은 찐이니 많관부.


Back in the days 7.

글 쓰기로 우울감 해소하기

별 다섯 개 만점에 네 개, “깊은 이해를 가능케 하지만 매일 똑같은 불평은 더 깊은 불안 역시 동반하는 걸”

장점: 노트와 펜, 요즘은 핸드폰 메모장 하나로도 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고 내가 쓴 걸 읽을 수 있다. 글 쓰기 능력이 점차 향상되고 머릿속에 복잡하게 얽혀있던 생각들을 좀 더 체계화하여 정리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비합리적인 생각, 말도 안 되는 의심 등을 거품처럼 걷어낼 수 있다.

단점: 매번 불만을 쓰다 쓴 내용을 훑어보면 오늘 한 고민이 어제 고민이고, 1년 전 고민인 걸 알게 되어 '나 그냥 불만덩어리 그 자체인 거 아닐까'하는 겁이 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걱정말자, 같은 고민처럼 보여도 지금의 나는 그때와는 분명히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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