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손잡고~ 세대 간 벽을 넘어서~
어느 시대나 '낀 세대'는 있기 마련이다. 낀 세대는 위아래 세대의 특징이나 경향이 너무 달라 그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통받는 세대를 의미하는데, 최근 기사를 보면 '마음만 신세대, 조직 논리 충실한 낀 세대, X세대 생존법(신동아)', '낀 세대 40대, 그들은 왜 레프트윙어가 됐나(한국경제)', 86에 까이고 MZ에 치이고... 낀 세대는 서럽다(한국일보)' 등 1975년에서 1984년생인 40대들을 낀 세대로 지칭하는 분위기다. 사회적 정의와 상관없이 본인이 낀 세대라며 억울함과 부당함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은데, 내 생각에 나와 우리 부모님 세대는 '전환기 세대'인 것 같다.
사전에도 없고 기사에도 쓰인 적 없는 '전환기 세대'라는 이 단어는 내가 만들어낸 말이다. 고로 내가 이 단어의 뜻을 정의해 보자면 1. 거대한 사회적 변화를 목도, 경험하고 변화 간 경계에 존재하는 세대 2. 사회적 흐름에 따라 이전 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삶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만들어내야 하는 세대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주요한 키워드는 '매시브한 사회의 변화 혹은 흐름', '이전 세대와는 다름'인데, 내가 속한 밀레니얼 세대는 전자를, 부모님이 속한 1차 베이비 부머 세대는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 지금부터 설명해 보지요.
먼저 나. 92년생, 보통 'MZ'로 통칭되는 밀레니얼 세대,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사람이다. 이 세대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본격 전환되는 시기에 성장했기 때문에 초등학교 교과목으로 컴퓨터 사용법을 배우며 컸다. 우스갯소리로 일정 관리를 하면 다이어리에도 손수 적지만 노션 같은 스케줄 관리 플랫폼으로도 정리한다는 바로 그 세대다. 컴퓨터 중심으로 디지털을 접했기 때문에 문서 작성이나 여러 사무에는 능통하지만 코딩은 조금 낯설다. 업무도 업무지만 '전환기 세대'로 겪는 불편함을 그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MZ세대, MZ세대 하지만 왜 밀레니얼 세대랑 Z세대랑 같이 묶는지 모르겠어. 회사만 가도 97, 98년 이후 출생 친구들이 하는 행동에 괴리감이 너무 심하게 느껴지는데.. 자기주장 강하고, 자기애 높고 손해 보지 않으려는 걸 너무 대놓고 드러내. '젊은 꼰대' 되는 게 싫어서 하기 싫은 말도 참았는데 참으면 참을수록 나만 바보 되는 것 같고. 우리 때는 회사 들어오기 전에 필요한 내용들을 스스로 다 갖추고 들어오는 걸 당연하게 여겼는데, 이제는 그런 배경지식이 전연 없어도 이해받아. '원래 요즘 애들이 그러니까'! 이걸 이해해 주는 윗선도 어이없고. 나도 몇 년 늦게 태어났더라면 죄책감 없이 '원래 그런 사람'처럼 행동할 텐데 어중간하게 유교사상은 몸에 배어있어서 이도 저도 못하고. 나뿐만 아니라 주변에 모든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년생 친구들이 모두 이렇게 말해."
실제로 직장에 근무한 지 5~6년 차 정도 되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 애들은'이라는 서두로 시작되는 불만이 그득하다. '요즘 애들은 회사에서 행사하면 막내라고 나서서 준비하는 애들이 없더라', '요즘 애들은 어떤 일이든 일단 윗상사한테 보고하면 자기 일이 끝난 줄 알더라', '요즘 애들은 회사가 마치 자기 집인 줄 안다. 일도 제대로 안 하면서 이슈 생기면 아양 떨거나 성질부리는 식으로 끝내면 되는 줄 안다' 등등.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Z세대의 이런 모습에 대해 우리가 갖는 감정은 질시로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유교사상을 주입받아오며 어느 정도의 관례나 악습은 그러려니 했던 세대로서 그것에 '대놓고' 반기를 든 Z세대의 모습은 고깝고, 불편하지만 한편으로는 부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쌍욕을 했는데 쟤네들은 대놓고 모른 척을 하잖아? 경계에서 이도 저도 못하고 어물쩡거리던 자로서 놀랍기도 하고 짜증도 나는 것이다.
반면 62년생의 부모님은 조금 다른 모습으로 '전환기 세대'다. 1차 베이비 부머 세대인 이들은 현재 코앞으로 다가온, 이미 마주친 정년퇴임으로 여생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실제 실행하는 이들이다. 이전에는 60대라고 하면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했겠지만 지금의 60대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제2의 인생을 꿈꿀 수 있는 젊은 나이다. 엄마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60세 이상이라고 하면 회사 그만두고 편안히 노년을 준비할 시기라고들 했지. 근데 요즘 아줌마들 만나면 하는 얘기가 '쉬기엔 너무 젊다'는 얘기야. 우리도 이때쯤이면 다들 늙어서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는데, 거울을 봐도 일상생활을 해도 나 자신이 너무 건강하고 젊게 느껴진다는 거야. 아저씨들도 똑같아. 회사에서 60세 이상 되니 정년퇴임이라고 나가라 하는데, 앞으로 죽기까지 30~40년은 남았는데 대체 뭘 먹고살아야 하나, 아무것도 안 하기엔 아직 에너지가 넘치고. 엄마의 부모님 때까진 이런 미래를 생각할 수가 없었는데 갑자기 수명이 확 늘어나니까 너무 당황스러운 거지 다들. 제2의 인생이라는데, 60대에 뭘 해야 70대의 내가 편안할지도 고민이고."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와는 또 다른, 부모님 세대만이 가진 혼란스러움과 불안이 느껴졌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모두가 낀 세대이듯이 모두가 전환기 세대이기도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어쩌면 세대 간으로 가를 수 없는 거대한 사회 속에 우리 모두 고군분투하고 있는 개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세대가 뭐가 중요하겠냐. 요동치는 세계 속에 손을 맞잡고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일원일 뿐인데. 아마 Z세대도 그다음 세대를 보며 '쟤네도 참..' 하며 한탄하고, 50년대 생분들도 부모 세대를 생각하며 막연히 생각했던 미래와 전혀 다른 현재에 당황스러워하실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어떻게 이런 변화에 적응하고,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나가느냐겠지.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겪는 이 혼란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손을 잡을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존재일 수도 있겠다. 우리의 과거를 묻고, 나의 현재를 이해하며 부모님의 미래를 꿈꾸어 보는 것, '우리 세대'가 아닌 '우리'의 삶을 생각하는 것. 햐, 인생 사는 거 쉽지 않다.
*일상의 한 장면
나: 엄마, 키오스크 할 줄 알아? 요즘 웬만한데 가면 키오스크로 주문받잖아.
엄마: 응, 할 줄은 아는데 뒤에 누가 있으면 신경 쓰여서 웬만하면 그런 곳은 안 가고 싶더라.
나: (왠지 안쓰럽) 맞아, 나도 그래. 어떤 데는 내가 가도 헷갈리게 되어 있긴 하더라. 주문 못하면 어쩌라는 건지 진짜 짜증 나.
(잠시 후)
엄마: 핸드폰에 뭐가 왔는데 이것 좀 봐줘.
나: 아니이!!!!! 이렇게 하는 게 아니고오!!!!!!!!! 아 답답하네!!!!!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