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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퉁불퉁울 Nov 23. 2020

부정적 감정은 나로부터 기인한다.

아들아.


너도 살면서 많은 부정적 감정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물론 우리 아들이 그런 감정들을 마주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것도 우리 삶이고, 나쁜 것도 우리 삶이다.

나쁜 감정을 그저 피할 것이 아니라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그놈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대처하는 것이 맞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네가 마주하게 될 부정적 감정은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널 찾아올 것이다.

그것은 어떤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때의 절망감일 수도 있고,

별 이유 없이 부모에게서부터 벗어나고 싶은 반항심일 수도 있고,

연인 때문에 느끼게 되는 질투심일 수도 있다.


아빠도 살면서 셀 수도 없이 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만났지만,

그놈은 아직도 경험해본 적 없는 새로운 모습으로 아빠를 괴롭힌다.


매번 새롭다.

이게 부정적인 감정의 가장 큰 성질이다.


우리는 이 세상 모든 것에 익숙해진다.

그것은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행복에도 익숙해지고,

사랑에도 익숙해지듯이,

나쁜 감정에도 익숙해진다.

단 익숙해지려면 그것을 자주 접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자주 마주치다 보면 그것에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놈이 변화된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온다면?


우리를 짜릿하게 하는 자극을 생각해보자.

처음엔 물에 들어가기만 하는 것만으로도 신나 하던 아이는,

어느새 물에서 수영을 하지 않고 들어가 있기만 하는 것을 지루해하게 되고,

시간이 더 흐르면 절벽에서 다이빙을 하지 않고서는 물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없게 된다.

우리가 자극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짜릿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탈감작이 나쁜 감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매일 똑같은 상황에서 매일 똑같이 나쁜 일이 일어나서 매일 똑같은 부정적 감정을 느낀다면,

며칠만 지나도 우리는 그 상황, 그 일, 그 감정을 신경 쓰지 않게 될 것이다.

탈감작이 일어날 것이다.

불같던 친구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유해지는 이유이다.


하지만 나쁜 감정은 매번 새롭게 변신한다.

항상 새로운 사람 때문에, 새로운 상황에서, 새로운 이유 때문에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우리가 처음 마주치는 모습이 되어 우리를 괴롭힌다.

처음 마주치는 모습의 부정적 감정에 대응하는 방법을 우리는 모르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또 당하고 만다.


우리가 행복을 위해, 즐거움을 위해, 짜릿함을 위해 새로운 것을 추구할 때는 능동적으로 그것을 추구한다.

하지만 부정적 감정은 우리가 노력하지 않아도 알아서 새로운 모습으로 우릴 찾아오는 듯 보인다.


참 나쁜 놈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나쁜 감정의 아웃풋만을 바라봤을 때의 이야기이다.

나쁜 감정은 우리가 어떤 일을 마주했을 때, 그 일을 나쁘게 받아들일 때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마주친 그 일은 사실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군가의 말을 전해 듣고 어떤 사람은 기분 나빠할 수도, 기분 나빠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부정적 감정은 외부 환경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나로부터 기인하는 것이다.


정말이지 누가 봐도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나쁜 감정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누가 봐도 별로 기분 나쁠 일이 아닌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나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결국 부정적 감정은 나에게 달려있다.

너의 컨디션에 따라서 같은 상황조차 다르게 느껴지게 되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결국 내가 새로운 상황에서 오는 자극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내가 그 자극을 긍정적으로 승화시킬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 나를 힘들게 할지 정하는 것이다.


부정적 감정이 느껴진다면,

화가 난다면,

짜증이 난다면,

그놈을 유심히 지켜보자.

그리고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된 원인이 뭔지 찾아보자.

찾아낸 그놈을 어딘가에 적어보자.

내가 정말 이렇게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렇게 한 템포 쉬어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부정적 감정이 나를 괴롭히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부정적 감정을 무서워하지 말고, 숨기려 하지 마라.

오히려 똑바로 마주하고 그 원인을 찾아내고 원인과 대면해보길 바란다.

그 원인이 아주 나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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