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 - 소녀의 이야기.
(+ 나의 이야기)
사실, 얼마 전에 스쿨버스에서 전화가 온 소녀에게 짜증을 낸 적이 있다. 일이 많아 바쁘게 처리하고 급히 집에 들어가 저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손에는 장바구니와 짐을 가득 들은 채로 전화를 받았더니 간식이 뭐인지 묻는 전화였다. 소녀에게 짜증을 부린 건 왠지 그 상황이 너무 피곤하게 느껴진 탓이었다.
하루의 끝에 달달한 쿠키 한 조각, 푹신한 도넛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는 소녀에게 그게 뭐 별거라고 자주 챙겨주지 못하는 바쁜 엄마의 일상이 미안하고 부끄러워지는 마음이다.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스스로 사거나 챙겨 먹는 것과, 엄마가 소녀를 위해 챙겨주는 간식은 그녀에게 너무나 다른 의미이고, 다른 특별함인 것인데.
'내가 너를 위해 챙겨놓았어'라고 건네어지는 달달한 간식 한 조각에 위로받는 나의 십 대 소녀를 위해, 조만간 새로 오픈했다는 도넛 가게에 주문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