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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 먹고도 저녁밥도 먹을 수 있지.

<간식> - 소녀의 이야기.

by write ur mind

1. 간식 이야기 하나.


나는 간식을 좋아하고, 자주, 그리고 많이 먹는다. 학교를 다녀와서 출출할 때 먹는 간식이 얼마나 맛있는지는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고 잔뜩 지쳐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맛있는 간식이 있으면 참 행복하다. 요즘 엄마는 매우 바쁘지만, 매주 월요일은 엄마가 일을 하루 쉬는 날이라서 가끔씩 간식을 준비해주곤 한다. 스쿨버스가 집에 도착하기 5분 전쯤이면 항상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 오늘 뭐 먹어?”

“엄마, 오늘 간식이 뭐야?”


엄마가 밖에 있어서 간식을 못 챙겨주는 날이면 그게 또 그렇게 서운하다. 엄마가 바쁘면 그럴 수도 있는데, 집에 가서 시리얼이나 과일을 내가 챙겨 먹어도 되는 건데, 월요일만큼은 엄마가 나를 위해 맛있는 간식을 챙겨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다. 나는 워낙 달달한 것들과 초콜릿을 좋아해서 엄마가 도넛이나 초코머핀, 마카롱 같은 것들을 테이블 위에 꺼내어놓고 기다려주는 날이면 너무너무 행복하다. 그 행복만큼 엄마가 집에 없거나 간식을 못 챙겼다는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엄마에게 많이 많이 투덜거리게 된다. 바쁜 엄마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내가 엄마는 또 서운하려나? 그래도 기대할 수밖에 없는걸. 달달한 걸 너무 좋아해서 살이 찔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집에 돌아와 런닝맨을 틀어놓고 먹는 달콤한 간식이 주는 위안은 그 무엇에도 비할 수가 없다.




2. 간식 이야기 둘.


나는 일주일에 두 번, 미술학원을 다닌다. 학원은 한 번 갈 때마다 3시간씩 수업을 하는데, 중간에 20분 휴식시간이 있다. 같은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과 나는 휴식시간 10분 전부터 “어디 갈래?”를 서로에게 물어본다. 매번 묻기는 하지만 대부분 항상 “써케”라고 대답한다. 써케, 편의점 써클케이. 사치를 부릴 형편이 안 되는 나와 친구들이 자주 가는 학원 근처의 편의점이다. 내가 제일 자주 먹는 간식은 새우깡과 거의 비슷한 베트남 과자나, '스트링치즈'이다. 그 잠깐 사이의 쉬는 시간 동안, '서케'를 다녀오는 그 시간에 우리는 조잘조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눈다. 다른 학교 친구들 이야기, 누군가의 남자 친구 이야기, 요즘 좋아하는 노래들... 그런 수다를 떨며 먹는 과자 한 봉지는 더 맛있게 느껴진다.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 마스크를 끼고 팔과 손가락에 물감을 덕지덕지 묻힌 채로 한 손에는 지갑을 들고, 편의점에서 새우깡과 스트링치즈를 사서 먹는 기억은, 졸업한 뒤에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학교가 끝나고 가는 미술학원이어서 우리의 간식 시간은 꽤 늦은 시간인데, 간식을 늦은 시간에 먹어도 열중해서 그림을 그리는 탓인지, 아니면 우리가 간식시간에 수다를 너무 많이 떨어서인지... 학원이 끝날 때 즈음이면 대부분 다 소화가 되어있다. 미술학원에서 아무리 신나게 간식을 먹어도, 나는 집에 가서도 저녁밥은 또 먹을 수 있다.



(+ 나의 이야기)

사실, 얼마 전에 스쿨버스에서 전화가 온 소녀에게 짜증을 낸 적이 있다. 일이 많아 바쁘게 처리하고 급히 집에 들어가 저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손에는 장바구니와 짐을 가득 들은 채로 전화를 받았더니 간식이 뭐인지 묻는 전화였다. 소녀에게 짜증을 부린 건 왠지 그 상황이 너무 피곤하게 느껴진 탓이었다.

하루의 끝에 달달한 쿠키 한 조각, 푹신한 도넛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는 소녀에게 그게 뭐 별거라고 자주 챙겨주지 못하는 바쁜 엄마의 일상이 미안하고 부끄러워지는 마음이다.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스스로 사거나 챙겨 먹는 것과, 엄마가 소녀를 위해 챙겨주는 간식은 그녀에게 너무나 다른 의미이고, 다른 특별함인 것인데.

'내가 너를 위해 챙겨놓았어'라고 건네어지는 달달한 간식 한 조각에 위로받는 나의 십 대 소녀를 위해, 조만간 새로 오픈했다는 도넛 가게에 주문을 해야겠다.



* 글, 그림: 소현/ 인스타그램 @slz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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