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스타

헬로, 앤디 1

by SY전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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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앤디와 조쉬는 항공사에서 마련해 준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도착했다. 조쉬가 부산의 호텔에 체크인하는 동안, 앤디는 영화제 심사위원들이 모이는 점심 식사에 참석했다. 해변에 있는 고급 식당의 큰 창문 너머엔 눈부신 하늘 아래 푸른 바다가 가득했다. 이번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앤디를 포함해 다섯 사람이 모였다. 그중 둘은 앤디도 아는 이들이었다. 헬렌은 계속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었다. 앤디가 맞은편 자리에 앉자, 헬렌은 휴대폰에서 시선을 들어 앤디를 바라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오, 앤디,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이에요, 헬렌. 잘 지냈나요?”]

[“그럼요. 앤디는 어때요?”]

[“잘 지냈어요.”]


앤디가 대답하자 헬렌이 들고 있던 휴대폰을 흔들어 보이며 살짝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앤디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어떤 일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요…”]


헬렌이 웃었다. 앤디는 어색한 표정으로 어깨를 한번 들썩이고는 곧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거 알아요. 앤디? 내가 고마워한다는 거?”]

[“……?”]

[“덕분에 제 사진이 아주 잠시 관심을 잃었어요.”]


말하고는 헬렌이 웃었다. 순간 앤디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방황하던 그의 시선이 헬렌 옆에 앉아 있던 한 아시안 여성에게 닿았다. 헬렌이 말했다.


[“앤디, 김 영 님은 아시죠? A&L 영화사 아시아지역 대표님이세요.”]


앤디가 서둘러 대답했다.


[“그럼요. 안녕하세요, 김 영 님?”]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코넬 씨, 드디어 뵙는군요.”]


나이가 일흔이 넘은 걸로 알려진 김 영 대표는 심플한 라인의 검은 드레스 차림이었다. 옷 위로 길게 늘어진 세 줄의 고운 우윳빛 진주 목걸이가 우아했다. 가벼운 화장 위 투명한 뿔테안경이 그녀의 안색을 한층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김 영은 시계도 팔찌도 착용하지 않았지만, 양손에 꽤 화려한 반지를 두 개씩 끼고 있었는데, 특히 오른손 새끼손가락에 있던 반지가 눈에 띄었다. 반지 옆 짧은 금줄에 매달린 두 개의 작은 다이아몬드가 그녀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대롱대롱 흔들렸다. 이따금 다이아몬드들이 유리잔이나 그릇에 부딪히며 연약한 짤랑 소리와 함께 오묘한 빛을 식탁 위에 뿌렸다. 헬렌이 물었다.


[“두 분, 이미 아는 사이시죠?”]


김 영이 대답했다.


[“작년에 저희 영화에 출연하셨어요.”]


앤디가 거들었다.


[“네. ‘블랙 캐슬’이라는 영화였죠.”]

[“네, 맞아요. 그때는 바빠서 못 뵈었어요.”]

[“제가 바쁜 게 아니었습니다.”]

[“맞아요… 호호… 제가 바빴죠…”]


김 영 대표는 다양한 영화에 투자하며 전 세계 영화제를 쉼 없이 돌아다니는 유능한 여성이었다. 앤디 보다 열 살 정도 많았지만 건강하고 활발한 사람이었고, 대체로 아시아인이 그렇듯 그 나이보다 어려 보이기도 했다. 그녀는 투자도 매우 진취적으로 진행했다. 전 세계 영화제 관련자들과 친분이 두터운 그녀는 여러 나라의 많은 배우들과도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헬렌이 말했다.


[“어제 태풍이 무서웠어요. 비행은 괜찮았나요, 앤디?”]

[“나쁘지 않았어요. 어젯밤은 서울에서 보내고 오늘 아침에 부산으로 왔어요.”]

[“저는 이틀 전에 왔는데 어제 온 분들은 정말 놀랐을 거예요.”]


김 영이 거들었다.


[“이 계절에 그런 날씨가 흔치 않은데, 갑자기 큰 태풍이 와서 영화제 직원들도 많이 놀랐어요.”]

[“그렇군요. 다들 개막식 준비로 바쁘겠어요.”]

[“네. 맞아요.”]


헬렌이 가벼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쨌든, 오랜만에 먼 곳에 오니 좋아요.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영화 이야기도 하고요.”]


김 영이 안쓰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들 키우기 힘들죠, 헬렌?”]

[“네. 특히나 첫째가 아파서 너무 힘들어요. 저를 집 밖에 못 나가게 해요. 제가 나가려고 옷만 입어도 소리를 지르고 울어요.”]


놀란 앤디가 물었다.


[“아이가 아파요?”]

[“네, 조울증이에요. 이제 겨우 열다섯인데요.”]


김 영 대표가 헬렌의 등을 토닥였다.


[“헬렌이 모든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를 돌본 지 벌써 2년이 지났는데, 나아지질 않는가 봐요. 엄마도 점점 힘들어하니, 제가 밖에 나와 바람 쐬라고 영화제에 초대했어요.”]

[“오, 이런. 헬렌, 정말 힘들었겠군요.”]


앤디가 진심 어린 걱정을 했다.


[“아니에요. 힘든 건 제가 아니라 아이예요. 괜찮아요. 아이한테서 계속 메시지가 오니까 휴대폰을 놓을 수가 없네요. 죄송해요.”]


헬렌이 한숨을 내쉬며 들고 있던 휴대폰을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모든 이들이 충분히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이 열리고 식당 안으로 한 인도인 남성이 들어왔다. 흰 바탕에 금색 자수가 놓인 정장을 차려입은 풍채가 좋은 그는 이번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아리얀이었다.


[“안녕하세요.”]


그가 자리에 앉으며 모든 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자신의 왼편에 앉은 앤디에겐 악수를 청했고, 둘은 가볍게 악수하였다. 아리얀은 60대 중반의 인도인으로 인도 국제 영화제의 최대 후원자이며 대단한 재력가였다. 그는 동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 했고 김 영 대표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아리얀은 젊은 시절 유명한 배우였는데, 결혼을 한 후에 영화배우로서는 조용히 은퇴하고 제작자가 되었다. 한때 배우였던 그는 나이가 든 지금도 멋진 콧날과 턱선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그의 생기 넘치는 갈색 눈동자는 여전히 젊은 날처럼 반짝였다. 헬렌의 이야기를 듣고 아리얀이 말했다.


[“저도 아이가 생긴 후 은퇴했죠. 배우 일을 계속하면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을 놓치기는 싫었거든요. 다행히 저는 돈이 많아서 쉽게 일을 그만두었지만, 많은 배우들이 그런 선택을 하기는 힘들 겁니다.”]

[“가족을 정말 사랑하셔서 할 수 있는 선택입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누구나 그런 선택을 하는 건 아니니까요.”]


앤디가 존경의 마음을 담아 말했다. 앤디는 젊은 시절 아리얀과 영화를 한번 같이 촬영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함께 나오는 장면이 적어 친해지지 못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아리얀의 눈빛이 그대로인 것을 보고, 앤디는 그가 멋진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영이 아리얀의 오른편에 말없이 앉아 있던 젊은 한국인 남성을 보고 말했다.


[“아, 모두 이분을 아시나요? 제가 소개해 드리죠. 젊고 유망한 감독입니다. 조 용 감독이에요. 이번에 스페인 영화제에서 상을 탔죠. 겨우 31세예요. 세상에.”]


김 영 대표가 밝은 목소리로 조 용 감독을 소개했다. 예의 바른 얼굴로 조 용 감독이 인사했다. 그는 키가 크고 마른 편이었다. 짙은 회색 양복을 단정하게 입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조 용이라고 합니다. 이 자리에 함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닙니다. 제가 영광입니다. 저는 아리얀이라고 합니다. 인도에서 왔습니다.”]


그가 유쾌한 목소리로 악수를 청하자, 조 용 감독이 쑥스러워하며 그의 손을 잡았다.


[“젊고 재능 있는 감독님을 만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입니다. 스페인 영화제 수상을 축하합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때 제 장인이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습니다.”]

[“아…?”]


조 용의 머릿속에 마뜩잖은 표정으로 자신에게 상을 건네던 노년의 인도인 남성이 떠올랐다.


[“네. 장인께서 그 영화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하셨죠.”]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아리얀의 넉살에 모든 이들이 웃었다. 김 영 대표가 물었다.


[“그… 상을 탄 영화가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에 대한 내용이었죠?”]

[“네. 한국에 사는 소위 상류층 외국인들과 하류층 외국인들이 서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인터뷰를 담은 영화입니다.”]


조 용이 대답하자 아리얀이 재빨리 말했다.


[“저도 그 영화를 봤습니다. 다큐멘터리와 영화가 혼합된 것 같은 그런 스타일이던데, 인도인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더군요?”]


확인하듯 아리얀이 묻자, 조 용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다시피 인도인들이 전 세계 곳곳에 이민을 가서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나라 중에 동아시아 국가들, 예를 들면 이곳 한국 같은 나라에는 비교적 그 수가 적어서, 저 또한 어떤 인도 사람들이 이 나라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아주 흥미를 갖고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인도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보다 부정적인 이야기가 더 많은 듯했어요.”]


조 용 감독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아리얀의 진지한 음성이 식탁 위를 천천히 덮었다.


[“인도인들 자신도 지나친 빈부 격차와 과열된 교육열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외국 사람들은 그 덕분에 소위 ‘혜택’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경쟁을 이겨낸 똑똑한 인도인들이 그들 나라에 가 살면서 공동체에 충분한 이바지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외부에서는 그런 긍정적인 부분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없이, 인도 국가 자체의 문제와 비극만을 확대해서 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는 외국인들이 인도에 대해 잘 아는 면도 있지만, 오해하는 부분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적 차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이 차이가 왜 생긴 것인지, 이런 특성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좀 더 다양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아, 저들은 저렇게 힘들고 치열하게 산다. 불쌍하다.’ 이것이 이야기의 끝이라면, 너무 단순한 해석입니다.”]


아리얀이 말하는 내내 조 용 감독은 자신 앞에 놓인 물 잔을 내려다보며 곤란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앤디는 젊은 날이나 지금이나 아리얀의 직선적인 성격은 그대로라는 생각을 했다. 아리얀이 호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제가 초대를 한번 해야겠습니다.”]


조 용 감독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리얀을 바라보았다.


[“조만간 인도에 한 번 방문해 주세요. 와서 직접 보고 또 여러 사람을 만나보면, 더 깊게 인도를 이해하게 되실 겁니다.”]


아리얀이 멋진 미소를 띠며 자신 옆에 주눅 들어 있던 젊은 감독에게 말하자 김 영 대표가 한숨을 쉬고 웃으며 말했다.


[“깜짝 놀랐잖아요. 화난 줄 알았어요.”]

[“하하하. 제가 왜 화가 나나요? 전혀 아닙니다. 그건 저 말고 저의 장인이… 하하하. 제 가족 모두가 조 용 감독님이 한 번 와주시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조 용 감독도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즐거운 대화와 함께 시간이 흘렀다. 식당 안에 흐르던 음악이 여러 번 바뀌고 다섯 앞의 음식 접시가 비워졌다. 김 영이 물었다.


[“헬렌, 식사는 어땠어요?”]

[“음, 해산물이 괜찮네요. 원래 전 해산물을 안 먹었는데, 요즘 조금씩 먹기 시작했어요. 고기를 못 먹게 되었거든요.”]

[“오, 그래요?”]

[“저는 채식주의자는 아닌데, 강제로 채식을 하고 있어요. 의사가 고기를 줄여야 한다고 해서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고 하네요.”]


김 영 대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죠. 이제 우리는 의사가 먹으라는 대로 먹어야죠.”]

[“젊었을 땐 체중 조절을 하느라 좋아하는 고기도 줄이고 채식주의자가 되려고 애썼어요. 이제는 편하게 아무거나 먹어도 될 때가 되었는데, 오히려 고기를 못 먹게 되었어요.”]


김 영도 음식 조절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야기했다. 아리얀은 음식 조절과 함께 운동도 해야 한다며 사이클링을 추천했다.


[“인도에 오시면 저와 사이클링을 매일 하게 되실 겁니다.”]


에너지 넘치는 그의 미소에 헬렌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아리얀. 저는 자전거를 못 타요.”]

[“오, 이런, 자전거를 못 타다니요? 안 되겠습니다. 아이들도 모두 데리고 한번 인도에 오십시오. 다들 자전거 선수로 만들어 드리지요. 앤디, 자네는 자전거 탈 줄 아나?”]

[“물론이야.”]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앤디를 확인한 후 아리얀이 반대편 옆자리에 앉은 조 용 감독을 보았다. 아리얀과 눈이 마주친 조 용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세상에, 자전거를 못 타다니! 당신은 반드시 인도에 와야겠습니다. 언제 올 겁니까? 내일?”]


그의 말에 모두가 웃었다. 아리얀이 맞은편에 앉은 김 영에게 말했다.


[“김 영 님, 걱정 마십시오. 제가 제 자전거 뒷자리에 편한 의자를 설치해 태워 드리겠습니다.”]

[“오, 아리얀, 저를 뭐로 보시나요? 저는 자전거를 매우 좋아합니다. 혼자서도 잘 탈 수 있어요. 아시잖아요? 저는 ‘영(Young)’입니다.”]

[“하하하하.”]


그녀의 농담에 아리얀이 호탕하게 웃었다. 모두가 덩달아 웃었다. 앤디는 문득 여행 가방 안에 챙긴 약들이 생각났다. 이곳에 오기 위해 가장 먼저 준비한 것이 약과 처방전이었다.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앤디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 휴대폰을 테이블 아래로 반쯤 가린 채로 화면을 이곳저곳 터치하며 집중했다.


[“뭘 그렇게 보시나요?”]


몰래 휴대폰을 보는 앤디를 보고 아리얀이 물었다. 아리얀이 앤디의 휴대폰을 보았다.


[“아…”]


앤디의 휴대폰에는 드로잉스타 가입 화면이 있었다. 앤디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계정을 만드시게요?”]

[“아…네…”]


아리얀이 미간을 찌푸린 채로 앤디를 보았다. 그 시선에 앤디는 당황했다.


[“아니, 앤디. 아직도 없어요? 드로잉스타 계정이?”]


앤디가 수줍은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앤디가 테이블 위에 휴대폰을 올려놓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쩌면 이런 걸 하기엔 저는 너무 늙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맞은편에 있던 김 영 대표가 자신의 폰을 들어 보여주었다. 그녀의 드로잉스타 계정 화면이었다.


[“나도 있는데?”]

[“그야… 당신은 ‘영 (Young)’ 하니까요.”]


아리얀의 말에 김 영이 크게 웃었다.


[“아직도 그런 걸 걱정해요? 그냥 해요.”]


헬렌이 말했다. 하지만 앤디의 표정을 보고 그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앤디는 개인의 인생과 배우의 삶, 그 경계가 무너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앤디, 우리는 이제 늙었어요. 우리 이야기는 사람들 관심 밖이에요. 어떤 소식이든 잠깐 반짝하고 사라질 거예요. 진짜 핫 한 뉴스는 젊은 스타들의 몫이고, 우리는 그저 아직 숨 쉬고 있다는 것만 알리는 거예요.”]

[“하…”]


앤디가 힘없이 웃었다. 헬렌이 말을 이었다.


[“앤디, 나는 드로잉스타뿐만 아니라 다른 소셜 미디어도 다 해요.”]

[“그래요?”]

[“그래야 제 아이들이 제가 어디에 있는지, 무얼 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고, 덜 불안해하니까요.”]

[“아……”]


앤디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나왔다. 그 많은 사진과 영상 속 헬렌의 모습이 떠올랐다. 항상 호화로운 자리에서 최고급 디자이너 드레스를 입고 있었기에 몰랐다. 모든 사람에게 보이고 싶은 배우의 모습인 줄 알았다. 하지만 헬렌은 어느 시점부터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녀가 보내는 모든 ‘안녕(Hello)’의 신호는 오직 그녀가 사랑하는 존재, 그녀의 가족을 향해 있었다.


[“그랬군요…”]


앤디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휴대폰을 다시 집어 들었다. 몇 번의 터치 끝에 딩동 소리가 울리고 작은 안내창이 떴다.


<[드로잉스타 가입을 환영합니다.]>


헬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산책을 좀 하려는데, 함께 가시겠어요? 개막식은 오늘 밤이고 그 후에는 각자 일정이 있으니 이렇게 낮에 다 같이 만나기는 쉽지 않겠죠. 폐막식에서나 볼지도 몰라요. 그러니 함께 나가요.”]


창밖의 아름다운 해변이 그들을 유혹했다. 김 영이 말했다.


[“나는 그렇게 오래는 못 걸어요. 개막식에서 봅시다. 이분들과 누가 함께 가주면 좋을 텐데…”]


그녀가 조 용 감독을 바라보았다.


[“제가 안내를 해드리죠.”]


그의 대답에 김 영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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