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결혼식

헬로, 앤디 1

by SY전서주


[“……아하.”]


앤디는 힘이 조금 빠진 듯한 웃음소리를 냈다. 마음이 이상했다. 뭔가를 들킨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대화는 오랜만이었다. 상쾌했다. 오랫동안 닫아두었던 창고 문을 열고 먼지 쌓인 자전거를 꺼내, 삐걱거리는 페달을 밟으며 빈 거리를 달렸던 그날이 생각났다.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지만 한편으론 도망치고 싶었던, 스무 살의 앤디 코넬이 보였다.


[“이 사무실은… 옛날 한국 인테리어인가요?”]


앤디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네. 여기는 오래된 한국 전통 집 디자인을 따라 만든 곳이에요. 원래는 한국 전통 결혼식을 위해 만든 공간이었어요.”]

[“전통 결혼식이요?”]

[“네. 한복 중에도 혼례용 한복이 있어요. 이곳은 혼례용 한복을 입고 신랑 신부가 결혼식을 하는 곳이었어요. 지금은 관광객들이 한복을 입어보고 기념사진도 찍는 곳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혜진이 책상 위에 있던 사진첩을 앤디에게 건넸다. 안에는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찍은 사진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사진을 보고 그의 얼굴이 밝아졌다.


[“아름답네요.”]


앤디의 시선이 한 사진에 멈췄다. 푸른색의 신랑 한복과 붉은색의 신부 한복을 차려입은 한 외국인 커플의 사진이었다.


[“이것이 혼례용 한복인가요?”]

[“네.”]


사진 속 커플은 중년의 라틴계 사람들이었다. 옆에 선 젊은이들은 그들의 자녀가 분명했다. 두 볼 위에 가득 떠오른 동그란 미소가 모두 닮았다. 앤디의 얼굴에도 사진 속 사람들을 닮은 미소가 번졌다.


[“정말 아름답군요.”]

[“맞아요. 정말 아름다운 예식이에요.”]


앤디가 사진첩을 부드럽게 닫고는 말했다.


[“그거 알아요? 나는 결혼식을 80번도 넘게 해 봤어요. 그런데 이 복장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군요.”]


앤디의 말에 혜진은 혹시나 싶어 그를 살폈다. 안타깝게도 그의 키가 너무 커, 맞는 남자용 한복이 없을 것 같았다. 혜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앤디는 자신이 해봤던 수많은 결혼식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중에 그는 뉴질랜드 해변에서 촬영했던 영화의 결혼식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그건 뉴질랜드의 진짜 전통 결혼식은 아니었어요. 그 영화는 유명한 소설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대부분이 허구였어요. 어떤 커다란 화산이 폭발하고 그 옆에 있던 작은 마을 사람들이 탈출하는 영화였어요. 영화 마지막에 주인공 남녀가 화산이 보이는 들판에서 결혼식을 올렸어요. 신랑과 신부는 깨끗하고 단정한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들의 얼굴과 두 팔, 두 다리에는 그림이 가득했어요. 회색의 가는 선으로 그린 세밀한 그림들인데, 그 물감은 화산재와 들풀을 섞어서 만든 것이었어요. 신랑과 신부는 가는 붓에 물감을 찍어 서로의 몸에 정교한 무늬를 그려 주었어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는 일이었죠. 그리고 맨 마지막엔 상대방의 이마에 커다랗게 자신의 이름을 적었어요. 둘이 그렇게 서로를 한동안 바라보았어요.”]

[“오, 흥미롭네요. 굉장히…강렬한 모습이에요.”]


혜진의 말에 앤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식이 끝나면 가족 중의 대장인 사람이 깨끗한 물을 가지고 나와서 신랑 신부의 머리 위에 부었어요. 그러면 화산재가 씻겨 나가고 신랑 신부는 깨끗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았어요. 둘이 입맞춤을 하면 사람들이 손뼉을 치고 환호성을 외치면서 결혼식이 끝났어요.”]


사실이 아닌 영화 속 허구의 결혼식이었다. 하지만 혜진은 저 결혼식이 어쩌면 실제 결혼식들보다 본질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혜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장난 섞인 진지한 표정을 짓고는 물었다.


[“진짜로… 당신의 온몸에 그림을 그리고 영화를 찍었어요?”]

[“그럼요. 오래 걸렸어요.”]

[“진짜로 물을 부었어요?”]

[“그럼요. 진짜로 부었어요. 차가운 물을 그것도 아주 여러 번.”]

[“그렇군요.”]


그러고는 혜진이 말이 없자 앤디가 물었다.


[“보통 그다음엔 진짜로 키스했냐고 묻지 않나요?”]


혜진이 답했다.


[“당연히 진짜로 했겠죠. 누군들 줄리아와 키스하고 싶지 않겠어요? 그녀와 키스하게 해 준다면 나도 지금 당장 여권을 챙길 거예요.”]

[“하하하하.”]


앤디가 크게 웃었다.


[“그거 알아요? 사실, 그런 농담은 줄리아한테 하면 안 돼요. 줄리아는… 이미 여자 친구가 있어요.”]

[“알아요. 그게 참 아쉬워요.”]


혜진도 앤디와 함께 웃었다. 앤디가 SF영화를 촬영할 때, 우주선 안에서 하는 결혼식 장면을 찍기 위해 공중에 매달린 채로 8시간을 허우적댔다는 이야기를 듣고 혜진은 키도 큰 분이 고생을 많이 하셨겠구나 싶었다.


[“그건 마치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것 같았어요. 스카이다이빙 해 봤나요? 스카이다이빙이 순식간이라면, 이것은 낙하산을 타고 땅 위로 천천히 내려오는 느낌인데, 땅에 내려오는 데 8시간이 걸린 거죠.”]

[“땅에 내려오니 기뻤겠군요.”]

[“너무나 기뻤지만, 다리가 저려서 걸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집에 갈 때는 조쉬가 도와주었죠. 업어서 차까지 데려다줬어요. 아까 저와 함께 왔다가 다시 나간 그 친구가 조쉬입니다.”]

[“그렇군요…그런데 당신의 친구 조쉬가 오래 걸리네요. 시간이 늦었어요.”]

[“네. 오는 중이라고 했어요. 새로 예약한 호텔에 직접 가봤다고 했어요.”]


앤디가 자신의 휴대폰을 들어 조쉬의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앤디는 손에 들고 있던 한복 사진첩을 돌려주기 위해 직원이 앉아 있는 책상으로 걸어갔다. 그는 사진첩을 받아 드는 직원의 손 아래로 엽서만 한 크기의 손 그림이 있는 것을 알아챘다. 앤디의 눈에 꽤 괜찮은 그림이었다. 가는 선으로 꼼꼼히 그린 것은 어떤 건물과 나무 여러 그루였다.


[“그림을 그리시는군요.”]

[“네.”]

[“멋지네요. 무슨 그림이죠?”]

[“예전에 살던 집이에요. 한…20년도 전에.”]

[“아…”]


반듯한 벽과 창문, 주변의 나무와 벤치까지, 정성을 들인 그림이었다.


[“20년 전에 살던 집을 이렇게 자세히 기억하나요? 기억력이 좋으시군요.”]

[“아니에요. 사진을 보고 그린 거예요.”]


혜진이 컴퓨터 앞에 세워 둔 자신의 휴대폰을 들어 보여주었다. 손 그림과 똑같은 건물의 사진이 보였다. 앤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시나요?”]

[“네.”]

[“그림이 또 있나요?”]


그 말에 혜진이 휴대폰을 몇 번 터치하고는 앤디에게 다시 들어 보였다. 드로잉스타 화면이었다. 나무, 건물, 벤치를 그린 비슷한 손 그림들이 스무 개도 넘게 보였다.


[“와우… 정말 좋은 취미이군요.”]


앤디는 폰을 건네받아 화면 속 그림을 하나하나씩 살펴보았다. 간단하지만 정성을 들인 그림들이었다. 시간과 노력이 분명 많이 들었을 것이다.


[‘……?’]


그림 옆엔 사진들도 있었다. 특이한 사진들이었다. 어느 날은 양파, 어느 날은 애호박, 또 어느 날은 당근과 가지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그렇게 채소만 찍은 사진들이 이어졌다.


[“채소를 좋아하시나요?”]

[“네? 아…네.”]


혜진은 더 이상의 설명 없이 그저 미소로 답했다. 하지만 앤디는 이 사진들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시장이나 부엌에서 찍은 사진들이 아니었다. 어딘가 넓고 밝은 공간에서 채소가 주인공인 듯 찍은 사진들이었다. 아름다운 손 그림과 채소 사진이 번갈아 등장하는 화면을 보던 앤디는 천천히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놀라웠다. 이 사람이 아까 있는 듯 없는 듯 존재조차 미미하던 그 아시아인 직원이 맞는 걸까? 혜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실례할게요.”]


말하고 혜진은 폐백실 밖으로 나갔다. 아까 자신처럼 화장실 방향으로 가는 그녀를 보고 앤디는 들고 있던 그녀의 휴대폰을 책상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엇!”]


앤디는 실수로 직원의 휴대폰을 떨어트릴 뻔했다. 두 손으로 폰을 잡아채며 화면을 터치하는 바람에 드로잉스타의 화면이 빙그르르 돌아갔다. 곧 그림 하나가 화면 가득 등장했다. 고개를 반쯤 돌렸던 앤디의 눈에 그 그림이 들어왔다. 앤디는 그림을 자세히 보았다. 분수 그림이었다. 돌로 만든 과일과 아기 제비 조각상 장식이 있는 하얀 대리석 분수였다.






쏴아아아


시원한 물이 두 손위로 쏟아졌다. 긴장으로 굳어 있던 마음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시간이 늦었는데… 코넬 씨는 시장하지 않을까?’


과자를 몇 개 갖다 놓았지만, 그는 역시 손도 대지 않았다.


‘외국인들은 입맛이 까다로워서… 갖다 주면 더 불편해할지도 모르지…’


하긴, 생각해 보면 외국인만 그런가? 자신도 나이가 든 후로는 낯선 음식을 먹으면 곧 잘 체하곤 했다. 승우가 큰맘 먹고 데려간 파인다이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입맛이 까다로워서 그래.’


울렁거리는 속 때문에 표정이 안 좋아진 채로 혜진이 말하자 승우가 서운해했다. 하지만 까다로워진 것은 입맛이 아니라 위장이라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엄마가 늙어 그렇다고 하면 승우의 마음이 무거워질 것이었다.


‘나… 정말 옛날엔 아무거나 다 잘 먹었는데…’


혜진이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바닥은 통통하고 손가락 마디는 굵어졌다. 옛날엔 이 손이 어땠던가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세월은 흔적 없이 흘러가지 않았다. 혜진은 이제 커피도 잘 마시지 못했다. 하루에 몇 잔도 물처럼 마셨던 것인데, 이제는 손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커피뿐이 아니었다.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는 전부 꺼리게 되었다. 불현듯 화려한 향기에 섞인 고운 목소리가 혜진의 머릿속을 울렸다.


[‘고마워요.’]


혜진은 오래전 뉴욕의 한 호텔 화장실에서 마주쳤던 붉은 머리의 여인이 생각났다. 그때 혜진은 이십 대의, 아직 어리고, 어리숙하고 또 모든 것이 어색했던 소녀였다.


[‘아니에요... 천만에요.’]

[‘중요한 물건이었어요. 정말 고마워요.’]


세면대 위에 여인이 놓고 간 반지를 보고 급히 그녀를 부른 혜진에게 그녀는 거듭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그녀는 갖고 있던 쇼핑백 중 하나를 혜진에게 건넸다. 한국에서 온 예의 바른 학생이었던 혜진은 그녀가 건네는 물건을 공손히 거절했다.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대단한 건 아니에요. 지금 보답할 게 이것뿐이에요.’]

[‘아…’]


혜진의 반응에 한층 더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그녀가 말했다.


[‘제발 받아줘요. 사실, 이 선물 저는 안 쓸 것 같아요. 저희 부부는 그린티를 마시지 않거든요. 아마…1967년부터?’]


그녀가 밝게 웃었다. 혜진은 자신 앞에 우뚝 선, 아름다우면서도 강렬한 분위기를 가진 이 외국인 여인의 청을 더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혜진이 천천히 물건을 건네받았다. 여인은 곧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떠난 자리엔 깊고 황홀한 향기만이 남았다.


공항 화장실 드라이어에 손을 말린 후, 혜진이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어두운 복도를 걸어 폐백실로 돌아가는 그녀의 도톰한 손가락 끝이 살짝 말려 들어갔다. 젊었던 그날, 그녀의 가늘고 흰 손가락 끝에는 고급 녹차 선물 세트가 담긴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예쁜 쇼핑백을 달랑거리며, 그녀는 뉴욕 거리를 걸었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건널목을 건너고, 공사 중이던 건물 밑을 웅크린 채 잽싸게 지나갔다. 길모퉁이에 앉아 있던 허름한 차림의 노인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내지르던 거친 목소리가 귓가에 앉을 새도 없이, 젊은 그녀의 가벼운 걸음은 맑은 세상으로 빠르게 뛰어나갔다.


‘그 길의 끝은 어땠던가? 그날 저녁에 난 무엇을 했지? 나중에 그 선물을 내가 어떻게 했더라?’


잘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마셨는지, 누굴 주었는지, 아니면 여행하며 돌아다니다 잊어버렸는지. 혜진이 고개를 들었다. 복도 끝 폐백실 유리 벽에 달린 색등이 보였다. 그 길을 걸었던 날부터 벌써 30년이 지났다. 생각해 보면 그날은 진짜가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꿈같았다.


‘아니면…어떤 영화의 한 장면이었나?’


골똘히 생각하며 혜진이 폐백실에 도착했다. 안에는 공항 직원이 있었다.


“어머, 오셨어요?”

“네.”


혜진이 폐백실 안을 살폈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직원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셨어요.”

“……”


혜진은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직원이 말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들어가세요. 저희도 퇴근하겠습니다.”


직원은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는 재바른 걸음으로 걸어 어두운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순식간에 사방이 조용해졌다.


‘……’


혜진이 텅 빈 폐백실 안으로 들어갔다. 책상 위 컴퓨터의 전원을 끄자 작게 이어지던 음악 소리마저 사라졌다. 아무도 없는 공간이 혜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 꿈이었나?’


하지만 탁자 위 음료수병과 마루에 걸친 방석은 그대로였다.


‘앤디 코넬이 다녀간 자리라니… 영광이네…’


생각하는 자신이 우스워 혜진은 혼자 피식 웃었다. 그녀는 흔적을 지우듯 모든 물건을 천천히 치웠다. 정리를 마친 혜진은 병풍 뒤 창고로 들어가 겉옷을 입고 폐백실 바깥으로 나와 불을 껐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작은 빛이 보였다.


‘뭐지?’


혜진이 다시 폐백실 안으로 들어갔다. 책상 위 사진첩 옆에 자신의 휴대폰이 있었다.


“어머, 깜박했네…”


혜진이 휴대폰을 챙겨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폐백실 문이 잠긴 것을 확인한 후 계단을 올라 건물 밖으로 나왔다. 어두운 밤, 도시는 한산했다. 두툼한 회색 구름이 무시무시한 모양새로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바람이 꽤 불었다. 혜진은 두 주머니 안에 손을 깊게 넣고 걸음을 재촉했다. 집 근처에 왔을 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여보세요?”

<“엄마, 어디예요?”>

“거의 다 왔어.”

<“왜 이렇게 늦었어?”>

“어, 승우야. 지금 단지 들어왔어. 가서 얘기할게.”


혜진은 폰을 주머니에 넣고 비밀번호를 눌러 아파트 유리문 안으로 들어갔다.


‘말한들… 믿으려나?’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혜진은 혼자 작게 소리 내어 웃었다.






[“버튼 호텔이 서울에 두 군데나 있더라고요. 이 작은 도시에 버튼이 왜 호텔을 두 개나 지었지? 게다가 차가 어찌나 많은지, 지도로 보면 가까운 그 거리를, 차를 타고 한 시간이나…”]


조쉬는 계속 투덜대고 있었다. 낯선 도시의 밤거리에서 꽤나 고생을 한 모양이었다.


[“서울엔 차가 정말 많아요.”]

[“……”]


조쉬가 옆자리에 앉은 앤디를 바라보았다. 아까부터 그는 말없이 창밖만 보고 있었다.


[“앤디, 내 말 듣고 있어요?”]

[“…응?”]

[“무슨 생각을 해요?”]

[“……”]


조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앤디, 걱정하지 말아요. 그딴 기사들, 금방 사라질 거예요.”]


무슨 기사를 말하는 건가 고민하던 앤디는 금방 정신을 차리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을 태운 자동차가 호텔에 도착했다. 조용한 복도를 걸어 둘은 객실 문 앞에 멈춰 섰다.


[“내일 봐요, 앤디.”]

[“그래.”]


조쉬가 객실 안으로 잘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후, 앤디도 자신의 객실로 들어왔다. 갈색 여행 가방을 카펫 위에 내려놓고 앤디는 창가로 걸어갔다. 버튼을 누르자 두꺼운 커튼이 천천히 열리며 밤하늘 아래 도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우… 서울이 이렇게 큰 도시였나?”]


놀란 앤디의 입에서 실소가 나왔다.


[‘제가 또 언제 코넬 씨를 만나겠어요. 다시 볼 수 없을 테니 상관없어요.’]


목소리가 떠올랐다. 저 수많은 건물, 그중 한 작은 지하 대기실에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 꿈같았다. 요새 앤디의 삶에서 찾기 어려웠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다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대화도, 그런 사람도, 또 그런 순간도. 앤디는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굳어 있던 그의 몸이 천장에서 떨어지는 따뜻한 물을 맞고 서서히 녹아들었다.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가운을 걸치고 밖으로 나온 그의 표정엔 편안함과 노곤함이 섞여 있었다. 조명을 끄고 침대에 누우니 저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푹신한 침대 위에 누워 눈을 감고 있을 때, 문득 아까 보았던 매트리스가 생각났다. 초록색 천으로 테두리를 두껍게 두른 짙은 노란색의 그 매트리스는 전체적으로 금빛 자수가 놓여 있었다. 매끈히 빛나는 것이 실크인 것 같기도 했다.


[‘……’]


하지만 무언갈 더 생각하기도 전에 앤디는 잠에 빠져들었다. 호텔 객실은 고요했다. 그의 고른 숨소리만이 들렸다. 미처 닫지 못한 커튼 밖으로 두터운 회색 구름 사이, 작지만 동그란 달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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