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10.Reality_영화 <La Boum(라붐)>
자주 쓰는 말에 대해서, 얼마 전에 새로운 관점을 접했다.
'계절 탄다'라는 말이 그 계절에 우울감이 심해진다는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과 나와 내 동생은 어떤 계절을 탄다 라는 말을 다른 의미로 사용하곤 한다.
나들이 가고 싶은 마음이 더 깊어진다, 놀러 가고 싶다는 의미로 쓴다.
우리 가족의 언어로 여름 탄다 라는 말의 뜻은 '여름 되니까 더 놀러 가고 싶다', 가을 탄다는 말은 '와 가을이다. 시원하고 푸른 하늘을 보니 진짜 진짜 놀러 가고 싶다!'인 것이다. ㅋㅋㅋ
더운 날씨가 이어지다가 어느 날부터 바람에서 찬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뭇잎 색이 변하고, 하늘은 구름이 몽실몽실 떠오르던 여름과 달리 푸른빛이 가득하다.
이런 계절 변화는 우리 가족 중에서도 특히 나와 아빠를 들뜨게 한다.
'와 놀러 가고 싶다 진심.'
아버지께서는 보통은 출근하는 것을 힘겨워하거나 피곤하게 여기지 않으신다.
그런데, 어느 기간 동안에는 보통의 직장인처럼 '아유, 출근...'하고 말씀하신다.
그렇다.
때가 온 것이다. '놀러 가고 싶다'라는 마음이 강해지는 때 말이다.
이번에도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에 아버지께서 '아유... 출근'하시더라고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었다.
일정을 빼시기가 어려워 당장 나들이를 가지는 못하시는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위로를 해드리고 싶어서 궁리했다. 그러다, 이번 주 노래를 선물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을에 접어들고 있으니까, 가을과 어울리는 분위기의 곡을 찾아보기로 했다.
계절마다 어울리는 주제가 있다.
봄은 시작, 여름은 모험, 겨울은 사람들과의 교류(어울림). 가을은 추억하기.
추억하기 좋은 곡으로는 통기타 반주가 어울리는 7080 가요나 팝송이 제격이다.
알고 있는 곡 중에서 영화 삽입곡을 골랐다. <La Boum(라붐)>이라는 영화 주제곡. Reality다.
어머니와 함께 자주 들었던 곡이다. 들을 때마다 가을과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던 곡이기도 하다. 마침 좋은 타이밍에 기억났다!
반주 자체가 아련한 느낌을 전달하기 때문에 보컬까지 아련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컬은 오히려 음정과 발음을 명확한 느낌으로 표현했다.
보컬 영상 속 사진으로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과 다녔던 온천 가는 길 모습을 골랐다.
그 길도 가을 낙엽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은 대체로 추억으로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나는 통기타 연주 소리를 들으면 몸과 마음의 긴장이 풀린다. 내가 옹알이를 할 때부터 통기타를 직접 연주하며 노래해 주신 아빠와 엄마 덕분이다. 그 추억 덕분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을 가리지 않고 놀러 가고 싶어 하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부모님과 계절마다 나들이를 갔던 추억 덕분에 자리 잡은 내 취향이자 특성이다.
아버지의 계절별 나들이 가고 싶으신 마음은 언제를 추억하며 시작된 것인지 모른다. 나와 다른 기억으로부터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언제 어디로부터 시작된 습관인지는 모르지만, 계절 타는 것 덕분에 또 함께 추억할 거리를 쌓아간다.
커버곡 선물로 또 하나 추억 거리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