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책도 안 읽으면서
그래서, 읽기 시작했다.
"엄마는 책 안 읽으면서 나 보고만 책 읽으래..."
크지 않은 목소리. 나에게 들킬까 봐 구시렁대는 아이의 말을 듣다가 화를 냈다.
어디서 핑계 대냐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사실 아이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은 팩트였으니까.
책장엔 표지가 예뻐서 산 책과 친구가 재밌다고 추천한 책, 여행을 기념하기 위해 산 책이 갈색 톱밥을 머리에 이고 가지런히 꽂혀있었다. 읽으려고 샀다기보단 관상용이랄까. 언젠가는 읽을 거라는 다짐은 누렇게 변한 속지만큼이나 오래된 생각이었다.
아이의 말에 불쑥 화를 냈지만, 사실은 당황스러운 내 마음이 표정으로 드러날까 봐 일부러 쏘아붙인 못난 엄마였다.
"좀 더 키워봐라. 애들 앞에서 찬물도 못 마신다니까."
라는 엄마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엄마도 하면서, 아빠도 하면서, 나는 왜 못하게 해요?"라는 말 대신 "엄마도 안 하면서 왜 나 보고는 하래요?"라는 말을 들었으니 할 말이 없을 수밖에.
숙제로 책 읽기가 나온 김에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기회가 됐으면 했다. 평소엔 안 읽는 책이지만, 숙제로 나온 김에 책을 읽다 보니 책이 좋아지는 결말. 상상 속에선 완벽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
내 소망은 봄날의 벚꽃처럼 화려하게 져버렸지만, 꿈은 크게 가지라고 하지 않던가!!
아이의 한마디에 다음 날부터 책을 읽기 시작한 나처럼, 훗날 엄마가 책 읽는 모습을 보며 내 아이가 책을 꺼내드는 순간이 오길 그려본다.
내년이면, 아이 덕분에 책 읽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10년!!
"내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인데..." 맺지 못한 말은 내년에 애들 하는 거 봐서 마무리 지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