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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도 Feb 07. 2024

주제 : 삶의 균형, 스트레스

미션 : 감정 전달 묘사로 하기

늘 분산되는 집중력을 바짝 잡아당겨가며 하루를 보낸다.

직장으로 출근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자칫하면 소파와 한 몸처럼 누워 하루를 날려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메모장을 열고 오늘 할 일을 정리했다.

오전 ㅡ 서평 하나 완료, 협찬받은 책 읽기.

점심 ㅡ 장 봐서 저녁 식사 준비 미리하기.

오후 ㅡ '한 달 매일 쓰기의 기적' 관련 글쓰기. 협찬받은 책 마저 읽고 서평 쓸 수 있으면 쓰기. 못 쓰면 밤에.


하루의 시작은 좋았다.

미리 읽은 책이라 서평을 쓰기만 하면 됐던 오전.

오늘따라 셋째와 넷째의 말다툼이 일찍 시작됐다.

같이 놀기로 약속한 시간이 되어도 오빠가 놀아주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딸.

넷째의 징징대는 목소리에 장난꾸러기 셋째는 재밌다는 듯 놀리기까지 한다.

더욱 기분 나빠진 막내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짜증을 쏟아냈다.


순간 머리가 새하얘졌다.

책 내용을 떠올려 한 줄 적어보려 해도,

수학 시간에 불려 나가 칠판 앞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학생처럼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


'지금 이걸 마무리짓지 못하면 안 되는데.'

초조해지면서 슬슬 아이들에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분명 독서를 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취미생활로 시작한 일인데 어느새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아이들이 집에 있을 땐 엄마 역할이 먼저고 취미생활은 틈틈이 하는 게 맞는 건데, 순간 아이들이 나를 방해한다는 마음에 사로잡히고 만다.


나의 워라밸은 바로 이런 순간 필요해진다.

엄마 시간과 모도 시간.

1년 전만 해도 아이들을 조용히 시켰다. 부끄럽게도 내 생활을 우선시했다.


"엄마!! 엄마는 내가 집에 있는 게 싫어? 난 엄마가 옆에 있어서 좋은데."


라는 딸의 말에 누가 뒤통수를 세게 후려친 것처럼 놀랐고, 그날부터 아이들과 함께일 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잠시 미루게 됐다.

밤으로. 새벽으로. 아이들이 자기들끼리 무언갈 할 때로.


어디 하루아침에 딱 멈춰질까.

순간순간 책을 펼치고 싶고,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싶어지는 마음이.


그럴 땐 내 마음을 달래 줄 그것이 필요하다.

황금비율을 자랑하는 믹스커피.

물은 딱 80ml.

팔팔 끓는 물 위로 믹스커피를 쏟으면 뱅그르르 원을 그리며 녹아드는 갈색물빛을 보는 것만으로 이미 스트레스 제로다.

거창한 방법은 아니지만 나에겐 확실한 해소법.

첫째가 태어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육아를 전담하면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이만한 방법이 없었다.


평소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당장 걷고 싶었다. 찬바람을 맞으며 숨차게 걸어 날숨에 나쁜 감정을 쏟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어린아이들만 남겨두고 밖으로 나갈 순 없었던 상황. 그래서 평소 좋아하던 손뜨개를 꺼내 솥뚜껑이 달그락거리듯 들끓던 마음을 진정시켜 보았다.

하지만, 손뜨개는 독서와 글쓰기만큼이나 집중을 요해 결국 실수하는 일이 발생했고 그 역시 스트레스가 되었다.

독서와 글쓰기를 떠올리지 않을 무언가를 찾는 일 자체가 또 하나의 과제처럼 느껴졌고, 그 어떤 것도 갓난아기, 이제 막 걷는 아이를 데리고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지금 막, 어떤 준비도 필요 없지만 생각만 해도 좋은 것. 다시 말하면 이게 바로 소확행이 아닐까.

나는 그런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믹스커피의 달콤함, 아이들과 엽기 사진 찍기, 예전에 읽었던 재미난 소설 꺼내 읽기(내용을 아니까 재밌는 부분만 골라 읽는 방법으로 즐겼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를 영화 감상하듯 보기.(팝콘은 필수, 커튼을 쳐서 실내는 어둡게 해 영화관 온 기분을 내는 것이 포인트다.)

이렇게 나는 곧바로 실행할 수 있는 방법들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었다.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가장 크게 효과본 방법이 바로 대단할 건 없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믹스커피가 단연 최고였다. 나의 최애.




오전에 써야 할 서평을 못 쓴 나는 모든 일이 다 미뤄졌지만, 믹스커피 한 잔으로 긴장된 몸과 마음을 풀었다.

간신히 달래 놨는데 지금 이 순간, 슬슬 스트레스가 올라온다.

왜 이렇게 글은 더디게 써지는지, 일필휘지 하고 싶다.

오우~ 스트뤠~~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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