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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란한 May 22. 2024

등산플러팅

이게 말로만 듣던 등산플러팅?

평소와 다름없이 자주 가는 앞산을 갔다. 말 그대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차로 10분 거리의 앞산이다. 일요일이라 집에서 쉬고 싶기도 했지만 앞산을 올라 운동하고 땀을 내고 싶었다. 그게 내 스트레스 해소법이기도 했다.


일요일 아침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나 집 앞 김밥집에서 김밥 한 줄을 샀다. 바로 옆 편의점에서는 입이 심심할 때 먹을 과자하나를 골랐다. 그리고 산으로 향했다. 날이 좋아 그런지 주차선이 아닌 곳에도 차가 즐비했다.


 뜨거운 햇빛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산을 올랐다. 초입의 경사가 심한 구간을 지나 산의 3분의 1 지점에 있는 절에 올라오니 이마줄기에서 땀이 흐른다. 기분 좋은 땀이다.


자주 가는 산이라 어디가 쉬기 좋고, 경치가 좋고, 이 구간을 지나면 다 올라온 거다 하고 눈에 훤하다. 늘 그렇듯 내 호흡에만 집중하며 앞만 보고 열심히 산을 올랐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경치 좋은 바위 위에서 김밥 한 줄을 먹고, 시원한 바람으로 땀을 식혔다.


그리고 정상을 올랐다. 내 사진은 고사하고 정상비석 사진이라도 찍으려 하는데 사람들이 줄 서서 사진을 찍고 있다. 앞산을 자주 오지 않는 사람들인가 보다. 나도 처음 정상을 올랐을 때는 비석에서 인증 사진을 찍었었지 하며 사진 찍는 사람들을 구경만 하다가 하산한다.


하산할 때 올랐던 길 그대로 같은 길로 내려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주 가는 길이라도 다른 길로 내려가는 걸 좋아하고, 이곳저곳 누벼보는 걸 좋아한다. 내려갈 때 경로는 좀 더 길지만 경치가 탁 트인 길로 하산하기로 했다.


그 길에는 올라갈 때와 다르게 전망대와 쉼터가 많은데, 아예 전면공사를 하는지 여기저기 길이 가로막혀있어 그 옆의 샛길로 다녀야 했다. 처음에 길이 갈릴 때 안내 표지판이 잘 되어있지 않았고 사람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갈림길 앞에서 정체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 이쪽이 맞겠죠? 하고 말을 섞으며 좁은 샛길을 함께 헤쳐 나갔다. 그중 어떤 남자분이 "공사기간이 길어지나 봐요. 여기 자주 오세요?" 말을 건다. 그냥 일반적인 대화라 자주 오는데 공사 중인걸 몰랐다며 대답을 했다. 그런데 대화를 계속 이어나간다.


갑자기 대뜸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묻길래 단순히 궁금증이 많은 사람인가 싶어  

"아 저 나이 많아요. 30대에요." 대답했다.

다시 또 "어떤 일 하세요? 오늘은 쉬시나 봐요~"

여러 가지 꼬치꼬치 묻는다.

소개팅도 잘 안 해봤지만 흡사 소개팅에서 오고 갈 질문을 자꾸 내게 한다.

 

다른 등산객도 자꾸 쳐다보길래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아 근데.. 그건 왜 물으세요?" 반문했다.

"그냥 그쪽이 괜찮은 것 같아서 궁금해서요. 연락처 알고 지낼 수 있을까요?"라고 태연하게 말한다.

나보다 나이는 한참 많아 보이는데..


예전에 등산모임에서 알게 된 분이 본인은 혼자 산에만 가면 그렇게 플러팅을 많이 당한다며 하소연(?)하는데, 우스갯소리로 들렸다. 운동하러 와서 왜 그런..? 그냥 말을 건 것뿐인데, 혼자 플러팅이라고 착각하셨던 건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도 플러팅아닌 플러팅을 겪고 속으로 혼자 웃었다. 내 대답은 죄송해요로 끝났지만 재밌었다. 산을 좋아하고 산에 많이 다니다 보니 별의별일이 생기는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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