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새로운 길 위에 섰습니다
퇴사 후 6개월 정도 개인 채널을 열심히 키우는 것이 목표였다. 현재 그 계획대로 아이와 관련된 유튜브 하나, 개인 콘텐츠를 담은 인스타그램 채널 하나를 운영하고 있다.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조회수에 연연해하는 것은 회사원일 때와 다름이 없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마음 속 삐그덕거림을 마주했다. '나 이거 왜 하고 있는거지?' 돌아보니 나는 열심히만 있고 목표는 없었다. 퇴사 후 뭐라도 하나는 부여잡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지속하는 일에 불과했다. 콘텐츠 만드는 일이 즐겁지만 목표가 없는 일로 내 미래를 위안 삼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지 다시금 일시정지하고 돌이켜볼 시간이 온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인프피(infp)에게 맞는 직업'이란 제목의 영상으로 이끌었다. 혹시 이 영상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으로 영상을 켰다. 영상 속 유튜버는 인프피(infp)는 자율성과 독립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술'을 가지고 프리랜서로 일하기를 추천했다. 기술이 있을 때 가질 수 있는 일하는 형태가 인프피의 성향과 잘 맞는다고 했다. 프리랜서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시 공간의 제약없이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프리랜서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 떄문에 이 말이 더욱 와 닿았다.
그리고 이 영상은 나에게 큰 위로를 주었다. 남들이 하란대로 해서 돈을 버는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 하는 내가 참 답답했는데, 애초에 그렇게 생겨 먹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니 울적한 기분이 조금 나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나처럼 시대와 맞지 않는 결을 가지고 태어나 인생이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간 늘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쫓기듯 살던 내가 읽었던 책들, 마음을 다스렸던 방법을 이야기 해준다면 내가 이해받은 것처럼 누군가도 나에게 위로 받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내가최근에 읽은 책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셀프 퓨처>와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 영상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더 나아가 '기술'을 갖추기 위해 현실적으로 갖추어야 할 자격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면의 파도로 어지러워하는 사람들에게 평안을 선물할 수 있는 '기술'은 무엇일까? 심리 상담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일상의 '기술'을 선물하는 것이 내게는 더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 '명상'을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던 차였다.
그리고 검색을 통해 동국대 불교대학원에 명상상담심리학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학기 500만원, 총 3천만원. 공부를 기회 비용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나답지 않지만 '돈'을 벌기 위한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목적도 있으므로 현실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 없었다. 명상이 돈이 될까? 초경쟁사회에서 마음의 안정이란 인프피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란 직감과 더불어 현실적으로 얼마나 수입이 되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 돈 버는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서라고 외부적에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십이년 전, '돈도 안 되는 문예창작학과에 가서 뭐하려고?' 아빠의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나는 바뀌지 않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해서 먹고 사는 방법이 조금 더 다양해졌기 때문에 난 나만의 길을 밀고 나갈 것이다. 어차피 나는 이렇게 생겨먹어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 거니까. 대학원에 가기 위해서는 일단 취업해야 했다.
나조차도 갑작스러운 생각이었기에 며칠간 내 생각을 관찰해보았다. 그러니 나는 명상을 가르치는 일보다 그저 배우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창의적'인 일을 포기할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러한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조금 더 뜸을 들여보기로 한다.
한 달 전, 친구가 한 달에 50만원씩 받을 수 있다며 국민취업제도를 추천했다. 내일배움카드와 함께 연계하면 내가 원하는 수업도 무료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체없이 신청했다. 그리고 신청 대상이 되어 오늘 처음 상담에 다녀왔다. 경력에 관한 기본 사항과 구직과 관련된 문항에 답하는 시간이었다. 빈칸을 잘 채워가다 멈칫하는 순간이 있었는데 바로 '퇴직사유'를 쓰는 공간이었다.
새끼 손톱만한 자리에 뭐라고 써야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이직 희망'이라고 적었다. 내 또래처럼 보이는 상담사 선생님은 내 질문지를 보며 메뉴얼 대로 진행하다가 갑자기 눈을 땡그랗게 뜨며 '오래 잘 다니셨는데 왜 그만 두셨어요?'라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아.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나왔어요' 라고 답했다. 희망이 담겨있는 답변이었지만 내 목소리에는 이미 패기가 사라져있었다. 자칫 정신줄을 놓았다면 '그러게요 제가 왜 그랬을까요..?'라고 답할 뻔 했으니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오디오 콘텐츠를 만드는 일, 출산 후 붙은 육아수당 15만원, 육아휴직사후지급금 375만원. 나는 왜 그 회사를 나왔을까 후회하고 있다. 남편과 동생, 가까운 친구들에게 '나 왜 퇴사했지? 그냥 다닐걸'이라고 머쓱하게 얘기를 꺼내면 '그런 생각하지마'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 맞다. 굳이 더 할 이야기가 없는 이야기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속으로만 무한 반복중이다.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에 앞만 보자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을 브런치 정도에는 떠들어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적어본다.
이렇게 말해도 나는 더 큰 길을 위해서 지금 조금 어려움을 겪는 과정이라는 것을 사실 잘 알고 있다. 과거의 내가 벌어둔 돈으로 나는 시간을 샀기에 나는 이 시간을 정말 소중하게 쓰고 싶다.
얼마 전 벤저민 하디의 <셀프 퓨처>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5년 후, 10년 후 내 모습을 그리고 미래의 나와 긴밀하게 연결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지금 나의 능력으로 미래의 나를 상상하지 말고 지금보다 훨씬 대단한 능력을 가질 미래의 나를 기준으로 목표를 설정하라 한다. 그리고 이미 내가 미래의 내가 됐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라 한다. 그러면 현재의 나는 저절로 미래의 나에게 좋은 방향으로 행동하고 움직일 것이라 덧붙인다. (이 책과 관련된 콘텐츠는 따로 업로드 할 예정이다)
다시 말하지만, 작가가 가장 주의하라고 하는 것은 지금 나의 능력으로 미래를 그리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진지하게 5년 후, 10년 후 나의 미래를 그렸지만 '이게 될까?'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전 나와 10년 후 지금 나의 상황, 조건, 능력을 비교해보면 엄청난 성장을 이뤘기 때문에 작가의 말이 일리가 없지는 않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의 가능성을 온전히 믿지는 못하고 있다.
그건 마음가짐으로만 해결되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 그냥 계속 부딪혀야 한다. 대신 달라진 것이 있다면 목표를 명확하게 세운다. 엄마를 잃고 나서 인생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의 마인드 + 극강의 P 성향이라는 이유로 계획 세우기를 어리석다 생각하며 거부해왔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인간이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취사선택이 가능한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은 모든 행동에 목표가 있어야 움직이는 지능적인 동물이라는 것, 왜 이제 알게 된 걸까? 목표가 있으니 이제 내가 조금은 더 목표지향적으로 굴러가지 않을까? 문득 내가 아이가 생긴 후로 나의 먹고 사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이것 또한 '아이의 미래 든든하게 서포트하기'라는 목표가 생겨 내가 퇴사 후 이 시간을 보내게 된 거 아닐까 생각해본다.
일단 희망적인 것은 이 책을 읽고나서부터 내 시간 개념이 달라졌다. 그전까지 시간을 허투루 보냈다면 이제는 내 시간을 계획없이 sns를 하거나 메신저 답장을 하는 데 보내지 않는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조금 달라진 것 같다. 그러니 내 5년 후, 10년 후를 기대해보자!
벚꽃, 강아지, 아기, 모든 만물이 꿈틀대는 봄,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