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나무는 노래한다
무성히 펼친 잎사귀들 사이로
햇살 부서지고 바람 내달리며
천 장의 나뭇잎이 일제히 사락사락
한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반짝반짝 눈으로 듣는 음악
부지런히 실 잣는 누에처럼
비단실에 꿴 구슬 같은 음표들
조롱조롱 길게 뽑아져 나온다
그림자도 일렁일렁 춤을 보탠다
나무는 그렇게 사계절을 노래한다
봄이면 안녕, 만나서 반가워
가을이면 안녕, 만나서 반가웠어
겨울이면 마른 둥치에 악보를 품은 채
가지로만 타닥타닥 한숨 같은 콧노래
비로소 여름 되어 터져나오는 환희의 송가
온몸으로 바람 맞으며 나무는 노래한다
바람이 없으면 노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