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터키] #13 터키에선 꼭 홍합밥을 맛보세요.

결국엔 사람, 세번째. (1/2)

by Sophie




미디예 돌마 Midye Dolma. 내가 터키에 살면서 가장 좋아하게 된 음식 중에 하나다.*

홍합 안에 밑간을 한 쌀을 넣고 쪄낸 다음 레몬즙을 듬뿍 뿌려서 먹는 대표 길거리 음식인데, 하나에 50 크루쉬(0.5리라)에서 1리라까지 크기에 따라 가격도 다르고 주인장의 손맛에 따라 맛도 조금씩 다르다.**


처음엔 동그란 쟁반 위에 쌓아둔 까맣고 반짝이는 것들의 정체가 대체 무엇인지 당최 종잡을 수가 없었다. 반들반들 윤이나는 조약돌들의 정체가 바로 홍합이라는 걸 알고서는 얼마나 놀랐었는지! 인생 첫 홍합밥을 맛보았던 날, 이전에는 그 어떤 음식에서도 맛본 적이 없는 특별한 맛과 식감에 마치 머릿속에서 팡파르가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이제까지는 몰랐던 새로운 맛의 스펙트럼을 경험했다고나 할까.


이후 나는 홍합밥에 푹 빠져버렸다. 미디예 돌마가 눈에 보이면 그냥 지나가질 못할 정도였다. 이스탄불의 모든 홍합밥은 다 맛보겠다는 듯 기어코 한두 개라도 먹어보고는 했는데, 퇴근 후 집에 오는 길 배가 고파 하나 둘 주워 먹다가 선배 가이드님과 둘이서 무려 50개를 먹었던 날도 있었다. 또 어느 날은 미디예 아저씨가 남은 것까지 다 끝내라며 할인가를 제시하기에 그 자리에 서서 미디예를 싹싹 비우기도 했다.


그러다 동생이 토요일에만 열리는 동네 장터에서 진짜 기막히게 맛있는 미디예 집을 찾았다고 했다.

그날부터는 오로지 토요일에 휴무가 생기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토요일에 휴무가 있던 날, 동생과 둘이 손 잡고 시장에 갔더니 이제 겨우 열두 살쯤 되었을까 싶은 소년이 미디예를 팔고 있었다. 바로 이 아이가 그 맛집이 주인이라고 했다.


곧장 자리에 서서 미디예 하나를 맛보았다.

보통 홍합 안의 밥은 차가운데 아이가 파는 미디예는 따뜻했다. 엄마가 갓 쪄주신 홍합밥을 들고 나오기라도 한 걸까. 그 따뜻하고 새콤 향긋한 맛에 반해 두 번째 미디예를 집어 들었고, 결국 우리는 손가락까지 쪽쪽 빨아가며 스무 개를 해치웠다.


비르 이키(하나 둘), 다 같이 미디예 껍질을 세어가며 계산을 했다. 오 리라란다.

하나에 25 크루쉬, 백원도 안 되는 가격이다.

저녁에 퇴근하고 늦게 오실 선배와 먹으려고 서른 개를 샀다.


"근데 서른 개면 한 사람 당 열갠데, 너무 적지 않을까?"


"그런가? 그럼 마흔 개?"


마흔 개의 미디예가 담긴 봉지를 건네받고 십 리라를 냈다. 집에 일찍 돌아갈 생각에서인지 수줍은 소년의 미소가 입꼬리 가득 걸렸다. 주말이면 한창 친구들과 놀아야 할 시간에 일하러 나온 아이가 대견하다.


이 누나들이 매주 토요일 책임지고 널 조기 퇴근시켜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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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철자 그대로 읽자면 미드예가 맞지만 한국에선 이미 미디예로 알려져 있어 글에서도 미디예로 쓰기로 했다.


**미디예 돌마를 파는 상인들이 모두 직접 만든 미디예 돌마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보통은 미디예 돌마를 만드는 업체에서 가져와서 판다 고하는데,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보니 이런 시스템이 더 효율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2015년 당시 환율로 1리라는 약 4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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