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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기 Apr 10. 2024

세상엔 외국어 잘하는 사람이 많다

#19 외국어 유목민의 자아성찰

오픈 톡방에 들어왔다. JLPT 1급을 준비하시는 분들의 카톡방이었다. 여기에 들어온 나는 일단 인사말을 썼다. ‘18년도에 N1급을 합격하고 나서 다시 도전하려고 합니다. 일본어에서의 목표는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를 원서로 읽는 것입니다.’ 내가 이 방에 들어온 이유와 목표를 말한 간결한 인사였다.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하신다는 분이 계셔서 기분이 좋았다. 


여기엔 많은 실력자들이 숨어 있었다. 유학생도 있었고 교환학생도 있었고 이제 유학 갈 사람도 있었고…. 나는 그저 외국어에 흥미가 넘치는 취미생활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일본어를 사용하는 일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다지 활용할 일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왜 일본어를 공부할까. 오로지 재미로, 오로지 나만의 만족감으로 하는 일이었다. 목적성이 딱히 없는 공부.


많은 분들이 원서를 읽고 계셨다. 읽다가 해석이 안 되는 부분을 서로 나누고 고민해 보는 일이 여기선 빈번히 일어나고 있었다. 역시 사람은 세상을 넓게 봐야 돼. 혼자만 공부하니까 이런 대단한 사람들을 찾아볼 틈이 없잖아. 그러고 나니 나 역시 읽던 원서를 해석해 보고 싶은 욕심이 일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만’이라는 작품이었다. 아직 완전 초반이지만 워낙에 흡입력 좋은 문체와 스토리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 나는 언제쯤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아직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믿어본다. 


그러나 분명 나는 즐거움으로 일본어를 하고 있으므로 절대로 압박을 가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JLPT N1도 부담이 되는 순간이 오면 얼마든지 철회할지도 모른다. 그 순간 내 공부는 어떤 단순한 목표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흔히 즐기는 자가 일류라고. 내가 바로 그런 일류가 돼 보고자 하는 것이다!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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