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괭일
버스를 타고 가다가 학생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어.
-최악이야.
-뭐가?
-오늘이 아직도 화요일이라는 게. 개짜증.
-눈뜨면 화부터 나는 날이라서 화요일인가 봐.
너무 웃겨서
들킬까 봐 고개를 숙이고
도둑 웃음을 웃다가
하마터면 학생들에게 말을 걸 뻔했어.
"나도 화요일이 싫어. 화가 난다고!"
약도 없고 답도 없는
월요병을 앓고 나서
화요일 아침이 오면 눈뜨기가 정말 힘들어.
'주말이 아직 멀었구나.' 깨닫는 순간,
극심한 좌절감이 몰려오면서
출근하기 싫다는 생각만 들어.
학생들에게 내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어지길래
도망치듯 버스에서 내렸어.
버스 뒤꽁무니를 바라보면서
내 학창 시절을 떠올려 봤어.
도시락을 두 개씩 싸들고 다니던 시절.
무거운 사전을 가방에 넣고 다니던 시절.
발 디딜 틈 없는 버스에서 무거운 가방을 메고 숨을 몰아쉬던 시절.
얘들아,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너희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라떼는 말이야,
토요일에도 학교에 가야 했어.
학생들은 반괭일이라는 말 알아?
토요일에도 학교에 가서
4교시까지 수업을 했는데,
그것도 좋다고,
반은 쉰다고,
반공휴일이라고 했어.
아이들은 그걸 줄여서 '반괭일'이라고 했어.
그때는 월, 화, 수, 목이 다 화나는 요일이었어.
하루하루가 얼마나 지겹던지...
반면에 주말은 왜 그렇게 금방 사라지는지...
세상이 이만큼 변했는데도,
이제는 토요일도 쉬는 날이 됐는데도,
여전히 휴식이 부족한 느낌이야.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늘 쫓기는 듯한 마음 때문에 여유가 없는 거겠지.
주어진 시간은 바꿀 수 없는 거니까
학생들도 나도 마음을 한 번 고쳐 먹어 보자.
화요일은 화이팅하는 날!
화요일은 화사한 날!
화사 노래 한 곡 듣고 한결 가벼워지는 날.
*뛰어 갈 텐데~
훨훨 날아 갈 텐데~
*(화사가 부른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 중에서)
https://youtu.be/hlQtVTi7PbA?si=rge8fMXLXfo2pMp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