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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ynn Nov 29. 2022

제주도에도 기찻길이 있다

제주 레일바이크, 동북리 운동장, 블루보틀 제주

금주부터는 제주도에 비가 잦아지고 있다. 오늘도 일기예보에서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고 했지만, 오전에는 비가 그치더니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잠시 비가 그친 사이 아들과 함께 오랜만에 동네 산책에 나섰다. 나와 아들이 향한 곳은 우리만의 비밀의 장소인 동북리 운동장. 지난번 올레 19길을 걷다가 발견한 그 장소였다. 마을 뒷길과 이어진 올레 숲길을 약 3km 정도 걸어서 동북리 운동장에 도착했다.

잔디가 넓게 펼쳐진 축구장. 잘 관리되어 있는 운동장이었지만, 그곳에 가면 언제나 고요한 정적뿐이었다. 평일이라서 그럴까? 운동장을 사용하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간혹 올레길을 지나는 서너 명 정도가 사진 몇 장을 찍고 지나갈 뿐, 큰 축구장은 덩그러니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늘 오전 동복리 운동장은 오롯이 나와 아들의 공간이었다. 오랜만에 함께 잔디 위를 달리면서 부자간의 훈훈한 시간을 보냈다.

나와 아들의 비밀 공간 동복리 운동장

골대에서 골대 사이로 거대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부터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달리기 경주와 축구 공놀이 등 축구장 전체를 돌면서 아들과 함께 땀 흘려 열심히 놀고 또 놀았다. 아들도 마냥 즐거운 듯 웃음꽃이 끊이질 않았다. 그렇게 1시간 정도 땀을 흘리고 우리만의 비밀 공간 '동북리 운동장'과 지막 안녕 인사를 하고 제주살이 숙소로 돌아왔다.


오전 아들과의 놀이 시간을 마치고 우리 가족은 차를 타고 나들이에 나섰다. 일기예보에서 오후 2~3시까지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했기에 제주 레일바이크를 타러 용눈이 오름으로 향했다. 하지만 제주도 날씨는 정말 변화무상했다. 우리 숙소가 있는 조천 하늘은 파란색이었지만, 조금 더 산간지역으로 올라가니 거대한 먹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파란색과 회색이 확실히 구분되는 하늘색. 가는 길에 비가 내렸다가 그치기를 서너번  반복했다. 레일바이크 타는 곳에 도착했을 때에는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었다. 탈까 말까를 망설였지만, 지나는 구름을 보니 곧 비가 그칠 듯해 보였다. 각자 1만 원의 체험 입장료를 내고 레일 바이크를 탈 준비를 했다. 얼마 정도 걸리나 확인해 보니 총구간은 4km이고, 시간은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제주의 레일바이크는 전자동 시스템으로 페달을 구를 필요가 없다는 것. 정말 다행이었다. 정선이나 곡성에서 레일바이크를 몇 번 이용해 봤는데, 그때마다 오르막길에서 페달을 구르느라고 고생했던 기억이 있었다. 모든 구간이 자동이었고, 브레이크만 조작하면 되었기에 부담 없이 레일바이크에 오를 수 있었다. 레일바이크는 4명이 탈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비가 와도 탈 수 있도록 방수막이 갖춰져 있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우리가 바이크에 오르자마자 비가 그쳤다는 것이다. 마치 제주도 날씨와 술래잡기를 하는 듯했다. 이번에는 우리 가족의 승리.

제주레일바이크

아내와 아이는 앞 좌석에, 나는 뒷좌석에 올랐다. 드디어 출발. 바이크 양쪽으로 제주의 가을 풍경이 펼쳐졌다. 자동으로 움직이기에 그 풍경들을 있는 그대로 감상할 수 있었다. 앞 차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용눈이 오름 근처의 평원을 열심히 달렸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고, 녹색과 갈색, 황색으로 가득한 딱트인 초원의 풍경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소떼도 있었고 말들도 레일 바이크 주위에서 방목이 되고 있었다.

제주 레일 바이크 풍경
용눈이오름과 레일 바이크 종착지

날씨가 흐렸지만, 그 또한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며 바이크를 즐길 수 있었다. 30여분 동안 실제로 관광 기차를 타는 듯한 기분이었다. 구불구불 철길과 롤러코스트를 타는 내리막길도 있었고, 나무 숲 터널과 소들이 지나다니는 건널목, 그리고 간이역도 있었다. 기차와 자연이 만든 작은 테마파크를 도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제주 레일 바이크는 기대 이상이었다. 정선 레일바이크 다음으로 괜찮은 레일바이크 코스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정확히 28분 정도가 되어서 전체 코스를 한 바퀴 돌고 다시 처음 승차했던 곳으로 돌아왔다.

승차장에서 내리니 옆쪽에는 동물 농장이 준비되어 있었다. 돼지와 양, 염소, 토끼 등이 있었고 먹이주기 체험도 가능했다. 아이도 신기한 듯이 동물들을 바라보며 예쁜 사진 몇 장을 남겼다.


레일바이 체험을 마치고 나오니 비가 엄청나게 내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굵은 장대  비였다. 우선 인근에서 간단히 늦은 점심을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로 향했다. 비 오는 날에 분위기 좋은 커피숍에서 비를 보면서 차 한 잔 마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제주도에서 아내가 한 번 가보고 싶었다는 블루보틀 제주로 향했다. 20여분을 달려서 큰 길가 안쪽, 작은 숲 속에 있는 블루 틀을 찾았다. 우리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카페는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가 사람들로 가득했다. 다행히 카페 직원의 도움으로 자리를 얻었고 떨어지는 비를 배경으로 따뜻한 커피 한 잔씩을 즐겼다.

블루보틀 제주

블루 틀을 나와서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다시 김녕 해수탕으로 향했다. 지난번 한라산을 다녀온 후에 들린 김녕 해수탕의 휴식을 다시 한번 느껴보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약속 시간을 잡고 나는 아들의 손을 잡고 3층 남탕으로, 아내는 2층 여탕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뜨끈한 해수탕에 앉아서 피로를 풀었다. 7살 아들이 이제 목욕탕이 익숙한 듯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목욕탕을 즐기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오늘 있을 한국과 가나의 축구경기를 준비하며 양념 반 프라이드 반 치킨을 사들고 제주살이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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