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를 좀 맞았더니
몸이 으슬으슬 축 늘어졌다
그냥 잠자코 쉬고 싶었는데
몇 번 들썩이는가 싶더니
기어이 나를 불러낸다
합격을 바라는 웅성거림과
다듬는 손길에 어긋난 매무새까지
영 그럴 기분은 아니지만
한 뿌리의 파편들을
한숨 재우는 날이다
숲을 떠난 후로 줄곧 고단했다
벗어난 곳 길 있을 줄 알았지만
토막 난 추억에 자꾸만 덮였다
궤짝 안에서 잠만 자면 되었다
어둠을 알아보는 동안은 생이니까
날린 뒤엔 가라앉아야 하고
붙은 뒤엔 떨어져야 하고
났으니 가야 한다
아, 선선한 가을밤
기분 좋게 갈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