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의적절

갈밤

by 곰살

어제 비를 좀 맞았더니

몸이 으슬으슬 축 늘어졌다
그냥 잠자코 쉬고 싶었는데
몇 번 들썩이는가 싶더니
기어이 나를 불러낸다

합격을 바라는 웅성거림
다듬는 손길에 어긋난 매무새
영 그럴 기분은 아니지만
한 뿌리의 파편들을
숨 재우는 날이다


숲을 떠난 후로 줄곧 고단했다

벗어난 곳 길 있을 줄 알았지만

토막 난 추억에 자꾸만 덮였다

궤짝 안에서 잠만 자면 되었다

어둠을 알아보는 동안은 생이니까


날린 뒤엔 가라앉아야 하고
붙은 뒤엔 떨어져야 하고

났으니 가야 한다
아, 선선한 가을밤
기분 좋게 갈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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