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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살 Jun 16. 2020

이번 페이지는 아침입니다.

꼬리가 달리던 밤을 접어두고 아침을 열었다. 중천 해가 익숙하고 드라큘라가 된 듯 밤이 되면 살아나던 나. 새벽 네시쯤 동네에 요란하게 들어서는 쓰레기 차를 (마음으로) 마중 나가곤 했는데 요 며칠은 언제 왔다 갔는지도 모르게 몽중이다. 


그간 몇 번의 아침을 놓쳐 온 걸. 나택이 체질이라고, 야행성 of 야행성이라고 당연하게 규정짓던 것들에서 벗어나 조금씩 다른 세상 틈으로 발끝을 내밀고 있다. 원하던 것으로부터 잠시 멀어지는 듯 보여도 결국은 바라던 삶을 위해 요요를 감는 중라 믿는다.


야심한 시각 술 취한 남녀의 주정에 귀 기울 일도 없고, 모두가 잠든 때 철걱거리는 노란 냄비를 꺼내 라면 봉지를 달랠 일도 없어졌다. 대신 하늘의 기분을 가늠하고 바람을 맞는다. 푸릇한 나무를 보고 매 순간을 사는 이들을 마주한다. 마스크 때문에 호흡은 답답해도 마음은 맑아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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