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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람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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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Jan 06. 2021

기억해야 해.

가슴 아픈 사연을 접했다. 집에 TV가 없는 관계로 프로그램을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인터넷에 기사 몇 편 만으로도 끔찍함을 알 수 있었다. 왜 이런 일이 이 땅에 계속 일어나는 것일까. 자식을 낳고 부모가 되어보니 더 이해할 수가 없다. 어린 생명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몇 차례 기회가 있었다. 어린이집 선생님과 소아과 의사가 학대 신고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떤 기준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지만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종일 마음이 먹먹했다. 부디 좋은 곳을 가서 그곳에서는 편히 쉬길.


최근에 모드 쥘리앵의 '완벽한 아이'를 읽고 있다. 한 남자의 잘못된 신념으로 극도의 학대와 착취 속에 생존한 작가의 실화 에세이였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40년이 지난 뒤에야 겨우 글에 담을 수 있었다. 아빠의 말도 안 되는 학대 속에서 엄마는 그저 방관자였다. 아니 가담자였다. 사회에 고립된 체 한 겨울에 난방도 안 되는 곳에 지내고, 고사리 손으로 정원일과 텃밭을 가꾸게 하고, 본인 소변볼 때 요강까지 들게 하는 행동이 무슨 완벽한 아이를 만드는 것인지.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기 위한 비겁한 변명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그 지옥 같은 삶을 스스로 탈출하지 못하고 아버지가 죽은 뒤에야 비로소 해방감을 느끼는 모습에서 마음이 짠했다. 글 말미에 알 수 있었다. 과거와의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어쩌면 평생 안고 가야 할 상처 이리라.


억누를 수 없는 감정 속에서 아무런 행동조차 하지 않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주변 몇 분은 벌써 진정서를 보냈다. 읽을지 모르겠지만 이렇게라도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말에 부끄러워졌다. 나는 그저 혼자 분노할 뿐인데.


어떤 이유라도 용서받을 수 없다. 그에 합당한 처벌이 반드시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잘못된 것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제도가 훌륭해도 함께 노력하지 않는다면 유명무실하리라.


작가 모드 쥘리앵은 감사로 글을 마무리했다. 그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손 내밀어 준 몇 안 되는 사람들 덕분이었다.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지금의 들끓은 감정을 금세 식지 말고 오래도록 기억하자.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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